139년 전통을 지닌 불가리는 이탈리아 로마에 뿌리를 둔 주얼리 브랜드다. 고대 로마의 풍부한 유산은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헤리티지에 기반한 스토리텔링과 장인정신이 깃든 탁월한 제품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힘을 가졌다. 이런 유서 깊은 브랜드에 모던하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인물이 있다. 바로 2013년 불가리 그룹에 합류한 CEO 장-크리스토프 바뱅(JEAN-CHRISTOPHE BABIN)이다. 파인 주얼러로 시작해 워치메이킹 역사의 한 축을 장식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며 지금의 불가리를 가장 성공적인 럭셔리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은 그를 만났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장-크리스토프 바뱅 불가리 C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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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종로구 삼청동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모던하고 글로벌한 대표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가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전시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번 전시는 영원불멸의 상징이자 메종의 아이코닉한 컬렉션인 세르펜티의 론칭 75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예술 프로젝트이다. 개관 첫날인 6월 23일부터 관람객들이 몰려들며 관심을 모았고, 28일에는 불가리 그룹 최고경영자(CEO) 장-크리스토프 바뱅과 브랜드 앰배서더인 블랙핑크 리사가 전시장을 방문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한국은 불가리에 무척 중요한 시장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방문하지 못했는데 세르펜티 75주년 기념 전시 오픈에 맞춰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이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지난 6월 28일 방한한 장크리스토프 바뱅 불가리 CEO를 직접 만나 불가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들여다봤다.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는 화려함의 극치로 화제를 모았던 불가리 컬러 전시회 이후 2년 만에 전 세계를 순회하며 열리는 글로벌 행사다. 두 전시 모두 예술 작품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화예술과의 협업에 신경 쓰는 이유가 있나. 불가리는 로마에 기원을 둔 브랜드이다 보니 지난 40년간 로마의 건축이나 예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그 어떤 주얼리 브랜드보다도 로마 문화에 가장 근접해 있기 때문에 로마의 역사나 문화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얻고 있다.문화예술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전 세계 여러 도시의 기관이나 갤러리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불가리 DNA 자체에 새겨진 고대 로마 문화를 발판 삼아 문화예술과의 협업 활동에 앞장서는 주얼리 브랜드라 말할 수 있겠다.이번 전시 역시 단순히 불가리 제품만 전시하기보다는 문화적인 맥락 안에서 해석하고자 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심볼인 뱀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풀어 소개해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며 브랜드를 알리고 더 나아가 문화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뉴욕, 런던, 상하이 등 전 세계 여러 도시를 거쳐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화랑인 국제갤러리와 함께 선보이는 협업 전시다. 각 나라만의 특색이 담길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곳 한국 전시만의 매력은. 한국의 컬렉션은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세르펜티 전시회에 비해 훨씬 더 큰 규모와 풍성한 스토리로 진행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와 더불어 작가 6명이 뱀을 예술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통해 세르펜티 컬렉션의 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자 노력했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특히 한국 여성 작가 5명뿐 아니라 프랑스계 미국인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을 더해, 뱀의 움직임이나 형태를 예술로 승화하는 동서양의 관점을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불가리에 75년 역사의 세르펜티 컬렉션은 어떤 의미인가. 이탈리아어로 뱀을 뜻하는 ‘세르펜티’는 이름처럼 뱀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이다. 뱀은 불가리의 대담한 창의성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상징으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대변한다.뱀은 로마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위험하면서도 강인하고, 두려움의 대상이면서도 매혹적이라고 믿는 대상이기도 하다. 또 매년 허물을 벗기 때문에 부활, 재생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데, 그 어떤 동물도 흉내 낼 수 없는 특유의 유연성을 통해 손가락이나 목, 팔목을 자연스럽게 휘감으며 관능적인 우아함을 발산한다.
▎세르펜티 바이퍼 네크리스와 세르펜티 스피가 하이 주얼리 워치로 연출한 세르펜티 75주년 광고 비주얼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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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아름다운 형태와 다양한 상징에 착안한 세르펜티 컬렉션은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진화하며 오늘날 주얼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독보적인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로마의 유산은 불가리에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가장 ‘불가리’스럽다고 느끼는 제품은 무엇인가. 세르펜티 컬렉션이 불가리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로마의 문화는 포용과 통합을 기반으로 한다. 과거 로마 문화는 페르시아나 이집트, 레바논, 그리스 등 여러 도시국가로부터 건축, 법, 예술, 윤리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런 것들을 하나로 통합해서 만들어낸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서구 문화의 뿌리가 되었다.로마에 가장 처음으로 뱀 문양이 등장한 것은 클레오파트라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처음으로 로마에 방문했을 때 팔에 뱀 장식의 밴드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본 로마 사람들이 클레오파트라의 장신구를 본따 뱀 모양의 팔찌를 만들어 착용했다.바로 이 시점부터 로마가 새로운 문명, 즉 서구 문화를 대표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뱀에서 영감을 받은 세르펜티는 다양한 문화의 융합을 잘 보여주는 컬렉션이다.
올해 처음 시작한 프리즈 서울 제1회 아티스트 어워드를 후원하는 등 문화예술과의 컬래버레이션뿐 아니라 문화예술 후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불가리의 대표적인 후원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해달라.불가리는 ‘기부’라는 개념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한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젊은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브랜드의 고향이자 모든 창조물에 대한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인 로마 유산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스페인 계단에서부터 카라칼라(Caracalla) 대욕장의 다색 모자이크, 무려 240년 만에 관광객과 로마인들에게 개방된 라르고 아르헨티나(Largo Argentina)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고대 유산들의 복원을 돕고 그것들을 다시 모두에게 돌려주는 일에 기여할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예술 후원에도 힘써, 2017년부터 이탈리아 국립현대미술관인 막시(MAXXI) 뮤지엄과 협력해 2년에 한 번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막시 불가리 프라이즈(MAXXI BVLGARI Prize)를 개최하고 있다. 우승 작품은 막시 뮤지엄의 영구 컬렉션에 소장된다.
불가리는 거의 15년 동안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파트너로서 특별 제작한 실버 주얼리 컬렉션을 통해 1억 달러 이상을 모금하고 35개국 200만 명 이상의 어린이를 돕고 있다. 2019년에는 로마 중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학교를 설립하고, 형편이 어려워 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에게 다양한 예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중 많은 아이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1960년대 후반에 출시된, 뱀이 꼬리를 무는 형태의 세르펜티 네크리스. 블루와 그린 에나멜이 장식된 옐로 골드 소재에 사파이어, 에메랄드,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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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불가리의 상징적인 아이콘인 세르펜티의 75주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열린 이번 전시처럼 미국, 중국,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 예술가들의 눈을 통해 ‘세르펜티’의 스토리를 개성 있게 담아낸 전시회를 개최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전시를 열어 더 많은 사람과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하이 주얼리로 이미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2014년부터 울트라 씬 분야에서 시계 기술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시계 분야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제네바 워치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워치메이킹으로도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는데. 불가리는 파인 주얼리로 시작한 브랜드다. 주얼리 브랜드인 만큼 워치메이킹도 주얼리와 시계를 결합하는 것부터 출발했다. 1909년 처음 시계를 디자인했을 때는 주얼리에 가까운 디자인이었다.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해 일반적인 워치까지 디자인을 확대하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디자인의 다채로운 컬렉션이 출시되었다.처음 불가리 팀에 합류했을 때 남성 라인의 옥토, 여성 라인의 세르펜티 워치가 가장 눈에 띄었다. 론칭한 지 얼마 안 된 라인이기도 했고, 유니크한 디자인에 젊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불가리 워치의 가장 중요한 아이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때부터 이 두 가지 라인에 집중했고, 그 결과 2021년 제네바 워치 그랑프리(GPHG)에서 옥토 피니씨모 퍼페추얼 캘린더가 최고상인 에귀유 도르를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워치로 시계 분야에서 오대시티 상을, 세르펜티 미스테리오시 하이 주얼리 워치는 주얼리 부문 상을 수상했다.
제네바 워치 그랑프리를 수상함으로써 지난 10년 동안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아이코닉한 워치로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이 두 컬렉션이 앞으로 10년, 20년, 30년이 흘러도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는 타임리스한 라인이 되길 바란다.
▎뱀 머리를 연상시키는 삼각 형태 케이스와 ‘투보가스’ 공법으로 탄생한 브레이슬릿이 손목에 부드럽게 감기는 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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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CEO로서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처음부터 브랜드의 역사에 매료되었고,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시대에 발맞춘 빠른 변화와 최대한의 혁신을 더하면 성공적인 미래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늘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브랜드의 DNA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트렌드를 따라갈 뿐만 아니라 선구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발리, 밀라노, 런던 등에 리조트와 호텔을 선보이기도 했다. 호텔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난 4월 도쿄에 8번째 호텔을, 6월에는 로마에 9번째 호텔을 선보였다. 향후 몇 년 동안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몰디브 등에 불가리 호텔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할 수 있는 럭셔리’로서 불가리를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하려는 의도에서다. 부티크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처럼 호텔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순간에도 고객들이 불가리만의 특별한 환영과 환대를 경험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유니크한 스타일의 건축가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 와 패트리샤 비엘(Patricia Viel)은 호텔 전체 디자인부터 세부 디테일까지 정교하고 세련되게 마무리해 이탈리아 디자인과 장인정신을 곳곳에 담았다. 미슐랭 3스타 셰프인 니코 로미토(Niko Romito)의 근사한 요리와 창의적인 메뉴로 이탈리아의 맛과 훌륭한 재료를 전 세계에 제공한다.
여기에 따뜻하면서도 우아한 환대를 제공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는 호텔리어들이 더해져 불가리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호텔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불가리를 변모시키는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특별하고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불가리의 대담한 창의성을 대변하는 매혹적인 세르펜티 컬렉션과 더불어 뱀을 주제로 하는 여러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국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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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 어떻게 보나. 한국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었으며, 명품의 뛰어난 품질과 탁월한 가치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다. 한국인들의 취향은 매우 세련되고 동시대적이다. 늘 혁신을 추구하며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트렌드를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우리의 브랜드 앰배서더 중 한 명인 블랙핑크 리사 역시 브랜드의 가치관을 정확히 해석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리사는 불가리의 DNA를 완벽하게 구현해냈을 뿐만 아니라, 그만의 아름다움과 재능을 통해 갈라 디너 동안 하이 주얼리를 착용하고 어떻게 우아함을 전달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또 일상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여전히 쿨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불가리를 대변하는 핵심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방식을 결합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한국은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모두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럭셔리는. 첫 번째는 장인정신, 두 번째는 창의성, 세 번째는 희소성, 네 번째는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 마지막은 사람을 꿈꾸게 만드는 것. 이 5가지를 모두 담아낸 것이 럭셔리라고 생각한다.사실 이 5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대량생산을 하면 훨씬 더 많은 제품을 빨리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브랜드 가치를 잃기 쉽다. 또 우리만의 DNA를 포기하고 트렌드를 쫓아가면 새로운 제품으로 눈길을 끌 수 있겠지만 일관성이 사라지기 마련이다.불가리를 통해 많은 사람이 이 5가지 키워드가 고루 담긴 진정한 럭셔리를 경험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불가리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불가리는 전 세계 27개국 이상에서 서구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서구의 가장 풍요롭고 역동적인 시대인 고대 로마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고 지금까지 이어왔다. 현재 서구 문화의 근간이 된 로마의 건축 유산은 전 세계의 많은 문화 영역과 상호작용하며 사람들의 일상 속 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더 많은 사람과 불가리의 매력을 향유하며, 우아한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