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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이 만난 혁신 리더(21) 심규정 BTE 대표 

국가대표급 수소에너지 스타트업 

장진원 기자
수소에너지 시스템·솔루션 부문에서 대기업도 하기 어려운 상용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해낸 스타트업이 화제다. 전문가 집단이 똘똘 뭉쳐 쌓은 기술력,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가 따라오기 힘든 무기다.

▎심규정 BTE 대표가 자체 개발한 수소충전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지난해 9월 국내 수소에너지 솔루션 전문기업인 BTE는 수소연료전지발전기의 미국 수출 계약을 발표했다. 자체 연료전지파워팩을 이용한 50kW급 친환경 발전기(모델명 GEN_50)로, 올해부터 3년간 미국 시장에 500여 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금액으로는 46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이다. 대기업도 수출은 물론이고 상용화 자체가 어려운 현실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거둔 성과는 그 자체로 업계의 빅 이슈였다.

지난 2020년 심규정 대표가 창업한 BTE는 스타트업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소에너지 솔루션 기술을 확보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미국 수출 계약 건은 이런 BTE의 기술력을 국내외에서 공인받은 결과다.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가 심 대표를 만나 수소에너지 산업 현황과 BTE의 기술력, 미래 전망을 물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BTE를 창업했다고 들었다. 시장에서 어떤 기회를 본 건가.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에서 일했다. 연료전지 파워팩이 주요 사업 분야였다. 나 역시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이 전문이다. 원래 뼛속까지 엔지니어 출신으로, 연료전지 시스템을 오래 기간 개발해왔다.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창업에 도움이 됐나.

그렇다. 항상 글로벌 무대를 상대로 일하다 보니 아프리카부터 버진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안 다녀본 나라가 없을 정도다. 특히 미국은 한 달에 한 번은 꼭 다녀왔다. 2년 만에 20만 마일리지가 쌓이더라. 두산은 연료전지를 모빌리티 분야까지 확대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나도 초기부터 모빌리티 조직에 참여했는데, 원래 사업 목표보다는 충전 서비스와 인프라에 대한 니즈가 시장에서 훨씬 강하다는 걸 알게 됐다. 수소자동차 정도만 충전 인프라가 그나마 상용화된 상황이라 수소용기 충전 장비나 관련 기술 분야에서 승부를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당시 두산에서 연료전지 개발에 나서면서 전 세계 수소 충전용기를 다 겪어봤다. 자연스럽게 현재 BTE의 기반 기술을 익히게 된 셈이다.

BTE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궁금하다.

수소에너지 전주기에 대한 사업으로 보면 된다. 그린수소 생태계는 다른 에너지산업과 비슷하게 생산→저장·가공→사용의 사이클를 갖는다. 우리는 수소에너지 생태계 활성화의 핵심인 수소 생산·저장·충전·발전 기술을 모두 확보한 터라 관련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전기를 수소로 바꿔주는 수전해 기술, 액체·기체 저장 및 운송 기술, 자동차 등 애플리케이션에 맞는 충전 기술이다. 최종적으로는 수소를 전기로 바꾸는 연료전지 기술까지 모두 갖췄다. 현재는 수소 저장과 운송, 충전 관련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다. 수소 저장·공급 모듈이다.

최근 수소연료전지발전기 미국 수출이 큰 화제였다.

창업 후 가장 큰 성과다. 올 6월 초부터 초도 납품을 시작해 2026년까지 3년간 500여 대를 수출한다. 설립 초기부터 국내보다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 결과다. 이를 위해 올 6월까지 충남 보령에 공장을 세우고 본사도 이전할 예정이다. 대기업도 하기 힘든 수소연료전지발전기 수출을 국내 스타트업이 자체 기술만으로 성공했다는 데 큰 의의와 자부심을 가진다. 창업 후 끊임없이 쌓아온 우리의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다.

특별히 미국을 공략한 이유가 있나.

미국 시장에서 인증받으면 유럽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영업이 가능하다. 미국 인증이 세계 어디서나 통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시장성이 좋긴 한데 인증이 엄청 까다롭다. 대신 한번 진출하면 유럽 전역에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유럽 진출도 추진 중이다. 미국과 유럽은 부지가 워낙 넓어 장비만 패키지로 납품하면 된다. 설치형 수소충전장비나 패키지형 수소충전소를 말한다. 현재 보령시에 공장 설립과 수소 전문 연구소를 구축 중이다.

현재 BTE가 보유한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 역량은 어떤 수준인가.

수소 밸류체인의 핵심인 모듈형 수전해장비, 수소충전장비, 연료전지발전기 상용화를 모두 완료했다. 수소에너지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와 상품화 경험을 두루 갖췄다. 연료전지 상용화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역량은 효율성과 내구성 향상이다. 즉, 히트(heat) 밸런스와 매스(mass) 밸런스를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소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열이 엄청나게 발생한다. 열, 즉 에너지 50kW를 발전하려면 같은 양의 열을 빼내야 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열이 완전히 빠져나가도록 설계해야 하는데, 이런 기술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다. 매스는 수소와 공기를 적정 수준으로 공급하는 기술을 말한다. 우리는 두 개 밸런스 조화에 최적화된 설계와 제조가 가능하다.

수소 충전이라 하면 안전 이슈가 먼저 떠오른다.

수소연료는 크게 액체와 기체로 나뉘는데, BTE는 기체수소를 다룬다. 기체 수소는 가연성 가스 중에서도 폭발 하한값이 낮고 충전 압력이 매우 높다 보니 취급 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수소를 저장하는 용기는 기본적으로 가스가 안정적으로 분출돼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흔히 생각하듯이 폭발할 염려가 없다. 일례로 넥소 수소차 수소탱크는 탄소섬유가 2cm 두께로 감겨 있다. 탱크보다 튼튼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kW당 가격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인도에선 수소 저장용기를 kg 단위로 판매한다. 우리는 현재 자동차 충전 인프라 정도만 갖춘 수준이어서 갈 길이 멀다.

설립 4년 차 스타트업이 해외 고객 수요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궁금하다.

대기업 근무 당시부터 전 세계 업계와 교류, 협력한 경험이 워낙 많았다. 시장 현황과 이를 주도하는 플레이어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인적 네트워크를 이미 갖춘 상태에서 출발했기에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하게 된 것 같다. 우리가 상대하는 고객들도 높은 수준의 기술·산업 이해도와 제안을 요구한다. 주요 고객도 국내외 대기업들이다.

기술력과 시장 이해도만큼은 스타트업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이미 독자적인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초기부터 현지에서 스텔라 킹(Stella King) 지사장을 영입한 것도 주효했다. 이 밖에도 관련 R&D 경력이 최소 10년 이상인 기능장과 기사, 항공과 자동차 등 초정밀 산업 분야의 3D 설계 전문가들, 연료전지와 수소 분야 품질 전문가, 제조 전문가 등이 포진해 있다. 제조와 품질 검증을 위한 시험 장비와 평가 장비도 갖췄다.

제조 스타트업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돈이다.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는 것보다 자금력이 아쉬웠다. 우리처럼 경험 많은 사람들이 창업한 것이 아니라면, 제조 스타트업은 양산과 영업 과정에서 무너지기 쉽다. 특히 협력사 네트워크가 잘 구축된 상태에서 창업할수록 유리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이 커진다. 직원들에게도 고객보다 협력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화 예절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교육할 정도다.

해외시장을 노리는 스타트업을 위해 조언해준다면.

사실 사업 역량과 목표가 명확하면 굳이 국내와 해외를 가를 필요는 없다. 다만 한국이 먼저인지 해외로 나갈 것인지를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명확히 정하는 게 좋다. BTE처럼 먼저 미국에 갔다가 한국에 역으로 들어오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특히 스타트업이 내놓는 기술이나 제품은 인증 기준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다. 하지 말라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다. 기회가 더 크고 많다는 뜻이다. 만약 미국과 유럽에서 인증받았다면 국내 진출도 그만큼 유리해진다. 공신력 있는 시장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 현지에서 경험이 많은 인재를 채용해 그곳 환경에 맞는 영업 전략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BTE의 5년, 10년 후 비전이 궁금하다.

미국, 특히 서부지역은 매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를 충족할 발전 인프라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수출한 GEN_50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소형 발전 시장을 공략한 제품이다. 대형 발전설비에 비해 활용성이 뛰어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국내외 비즈니스를 더욱 넓혀가겠다. 창업 5년 안에 1000억원대 매출로 키우고, 기업 공개나 M&A를 진행해 더 크게 성장하고 싶다. K-수소 기업 최초로 조 단위 기업을 일구는 게 꿈이다.


▎심규정 대표(왼쪽)와 최영찬 대표가 연료전지 파워팩이 적용된 모빌리티 앞에서 수소 충전용기를 소개했다.
※ 최영찬 - 선박과 플랜트 분야 제조업을 영위하는 선보공업의 차세대 경영인이다. 제조업체들이 스타트업 및 투자 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하고 미래 사업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선보엔젤파트너스와 기업 연합형 CVC인 라이트하우스를 창업했다. 20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컴퍼니빌딩 프로젝트와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을 공동경영 형태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창업한 2개 법인과 별도로 3개 프로젝트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면서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2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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