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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49) 박광빈 엔츠 대표 

탄소 중립의 A to Z 

노유선 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계획은 기업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기업이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우도록 컨설팅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데 기여하는 스타트업 엔츠(AENTS)를 만났다.


▎박광빈 엔츠 대표는 “탄소 회계의 A부터 Z까지 모두 다루는 스타트업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 능력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면서 ‘탄소중립’은 기업이 지향해야 하는 핵심 가치로 급부상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첫 지속 가능성 공시기준인 국제재무보고기준(IFRS)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은 나름의 탄소중립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싱가포르나 호주처럼 IFRS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표준 최종안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국가도 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기후변화 정보공시 지침 초안을 자국에 맞게 마련한 곳도 적지 않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4월 제3국에서 생산된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수소 등 6개 제품군에 탄소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상장기업의 탄소 배출량 공시 의무화 시점은 2026년 1월로 잡았다. 영국은 2027년부터 자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세라믹, 시멘트 등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입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에 따라 탄소세가 매겨질 전망이다.

이처럼 탄소 배출량 측정과 검증,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국가별로 천차만별인 데다, 국제 정세에 따라 가이드라인의 변동성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광빈(30) 엔츠(AENTS) 대표는 “어쨌든 세상이 기후변화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만은 확실하다”며 “‘탄소중립’이란 키워드는 향후 거대한 트렌드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엔츠는 탄소 배출량 회계 소프트웨어 ‘엔스코프’와 탄소중립 로드맵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해 탄소 배출량을 수집하고 산정, 검증, 분석하는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ESG 열풍이 한창이던 2021년, 박 대표는 ‘세상에 기여하고 돈을 벌자’는 비전으로 엔츠를 설립했다. 하지만 ESG 개념을 이용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허울뿐인 ESG 열풍으로 엔츠는 암초에 부딪쳤다. 박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미 활성화된 시장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있는 시장이라 축적된 자료가 없어 난감했다”며 “창업 초반 ‘기업의 탄소중립 시대가 과연 올까?’, ‘온다면 언제쯤일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탄소 회계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은 2030년 64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SNS 인사이더도 2022년 125억 달러 규모였던 시장이 2030년 650억6000만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22.9%다.

국내 시장 성장성의 키는 한국 정부가 쥐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2025년으로 예정된 공시 의무화 시점을 2026년으로 유예하고 대형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26일에는 뒤늦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IFRS S1(일반)·S2(기후) 기준을 번역해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국내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8일 서울 강남에 있는 엔츠 기업부설연구소에서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박 대표가 만나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 로드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후변화 대응력도 기업의 경쟁력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 때부터 창업을 꿈꿨다. KAIST(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물리학과 학사와 전산학부 석사를 마쳤다. 2020년 무렵 ESG 열풍이 불면서 지속가능성이란 키워드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것이 거대한 트렌드가 되리라 확신했고 특히 ‘탄소중립’이 큰 화두로 부상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경제활동 주체인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측정·분석하고 절감하는 시스템을 ‘당연히’ 갖춰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내다봤다. 세상은 분명히 바뀌고 있고 엔츠는 향후 달라진 세상에 필수적인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시대 변화를 체감하나.

창업 초반에는 탄소 회계 솔루션이 주력이 아니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건물 내 하드웨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사업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수요가 많지 않았다. ESG 열풍이 거세게 불었지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환경보호에 기여하겠다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ESG란 개념은 ‘인증’ 차원이었다. 2022년 아이템을 좀 더 정교화해 탄소 회계 솔루션으로 피버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했다.

한국의 ESG 문화는 해외와 비교해 3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제는 국내 기업도 탄소 회계 개념과 탄소중립 요건 등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졌다. 스코프(Scope)가 무엇인지, 스코프 1·2·3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을 알고 있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스코프 1·2는 일단 기본으로 다루고 스코프 3 시행 여부를 조율 중인 기업도 더러 있다.

스코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온실가스 회계 처리·보고에 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GHG 프로토콜이라고 부른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와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제시한 개념으로, 탄소 배출량 산출 영역(스코프)을 배출원에 따라 1, 2, 3으로 나눈다. ▲스코프 1은 연료 사용, 공정배출, 냉매 등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탄소를 말한다. ▲스코프 2는 전기·수도 사용 등에 따라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를 뜻하고, ▲스코프 3은 기업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 배출 탄소를 통칭한다. 예를 들어, 제품 운송·유통이나 제품 폐기 처리 시 나오는 탄소도 스코프 3에 해당한다. 협력사의 탄소 배출량도 포함하기 때문에 스코프 3 산출과 관리가 가장 난해하다.

엔스코프는 어떤 기능을 수행하나.

현재 많은 기업에서 ESG 담당자는 각 사업장에서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받아 이를 종합해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제3자 기관이 자료의 정합성과 정확성, 신뢰성을 검증한다. 여러 직원이 엑셀 파일에 데이터를 일일이 기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엔츠는 한국전력과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에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선했다. 기업 내부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 어떤 소프트웨어를 쓰든 엔츠 플랫폼 엔스코프와 연동할 수 있다.

또 엔츠는 탄소 배출량 산정 시 업데이트되는 탄소배출계수(Carbon Emission Factor)를 자동으로 반영한다.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연료별 탄소배출계수를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탄소배출계수란 단위 활동당 탄소 배출 또는 흡수를 정량화하는 계수로, 지역별·산업별로 천차만별이다. 이에 더해 엔츠는 기업의 어떤 활동에서 탄소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분석해 시각화한 자료를 제공한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NGMS),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등 각각의 ESG 공시 표준에 적합한 보고서도 만든다.

탄소중립을 위한 밸류체인 전반을 턴키로


▎박광빈 엔츠 대표(좌)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글로벌 탄소 회계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의 확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SG 컨설팅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엔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탄소 회계 솔루션·플랫폼에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성과 둘째, 대규모 IT(정보기술)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빠른 속도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 ESG 컨설팅 업체 다수는 자체 IT 개발팀을 갖추고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IT 기업에서 환경 전문 인력을 따로 채용해 관련 지식을 축적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엔츠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춘 국내의 유일한 스타트업이라고 자신한다.

자체 솔루션을 준비하는 국내 대기업도 있다.

그렇다. 세일즈포스나 SAP 등 글로벌기업도 관련 소프트웨어를 이미 내놓은 상황이다. 엔츠는 그들과 달리 한국 상황에 걸맞은 탄소중립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밸류체인 전반을 턴키로 공급한다. 엔스코프 플랫폼에서는 탄소 배출량 측정·검증부터 정보 공개, 탄소 감축 목표 수립, 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 파이프라인 제공, 탄소배출권 구매까지 가능하다. 특히 탄소배출권의 경우, 구매 의사결정은 기업 입장에서 난제 중 하나다. 배출권 판매처에 따라 1톤당 가격이 제각각인 데다 배출권의 퀄리티도 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은 현재 탄소배출권을 미리 확보해둬야 할지 여부와 함께 어느 판매처에서 얼마만큼의 배출권을 사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중단기적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우선 기업 고객 피드백에 따라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국내에 최적화된 탄소 회계 업무 툴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싶다. 고객사로는 SK에코플랜트와 한살림, JYP엔터테인먼트 등이 대표적인데, 이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또 현재 엔스코프 플랫폼에서는 자발적 탄소배출권 구매만 가능한데, 이를 고도화해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을 덧붙이고자 한다.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도 당연히 있다. 3~5년 안에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탄소중립’을 언급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회사로 대중에게 인식되고 싶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2022년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2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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