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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호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 목시 서울 명동 총지배인 

경쟁을 이기는 비결, 백 투 더 베이직 

신윤애 기자
호텔업계에 오랜만에 불어 온 훈풍. 호텔들은 달라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변화한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하루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지난해 1월, 국내 최초로 ‘듀얼 호텔’을 선보인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호텔은 어떤 전략으로 달라진 시대를 맞이하고 있을까. 이중호 총지배인을 만나봤다.

▎30년 가까이 호텔업에 종사한 이중호 총지배인. 지난해 1월 명동에 오픈한 클러스터 호텔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의 총지배인을 맡아 호텔의 생존을 위해, 업계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명동역에 내려 5분가량 걸어가면 명동 거리 가장자리에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호텔이 있다. 호텔로 향하는 길에서 외국인 관광객 4~5팀이 예약한 호텔을 찾으려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리 놀라운 풍경은 아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늘었다는 점, 무리 대부분이 서양인이었다는 점에 계속 눈길이 향했다. 코로나19 이전 일본인,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으로 붐비던 명동 거리와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생경한 느낌을 안고 도착한 르메르디앙은 특급 호텔치고는 작은 규모이지만 새로 지은 건물답게 깨끗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랑했다. 4층 로비로 올라가자 조금 전 거리에서 마주친 외국인보다 더 많은 인원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침체됐던 명동이 되살아났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 호텔의 전체 투숙객 중 80%가 외국인입니다. 그중에서 주요 타깃으로 삼는 국가는 미국이고요.”

거리와 호텔에 외국인이 많아졌다고 말하자 이중호 총지배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명동에서 일본도 중국도 아닌 미국을 공략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뱅크&파이낸스 기업이 많은 명동에 비즈니스 트립을 오는 미국인이 많다”면서 “코로나 이전에도 이후에도 마찬가지”라고 궁금증을 풀어줬다. 더불어 “반면 가성비 호텔을 선호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많이 줄었는데, 호텔에서 객단가(Average Daily Rate, ADR)를 올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예전엔 명동 호텔들이 단체관광객 모시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소규모 단체나 개인 관광객을 선호하는 눈치예요. 단체관광객은 호텔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만 여러 사람이 모이면 목소리가 커지고 힘이 세지기 때문에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거든요. 명동 거리의 분위기를 좀 전하자면 레저를 위해 방문하는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관광객의 국적이 많이 달라지고 또 다양해졌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르메르디앙은 엔데믹 이후 개막한 새 시대를 새로운 지역 명동에서 맞이하고 있다. 클럽 버닝썬 게이트로 ‘서울 강남 르메르디앙’을 폐업한 이후 자리를 옮겨 2년 만에 선보인 호텔이다. “당시 실추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야 했다”고 이 총지배인이 당시를 회상했다.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듀얼 호텔(클러스터)’이라는 점이다. 서로 다른 호텔 브랜드가 공존하는 건 국내에서는 최초 사례다. 15층짜리 한 건물에 5성급 호텔 르메르디앙과 3성급 호텔 목시를 함께 조성했는데, 각각의 콘셉트와 타깃층에 충실하고자 상반된 인테리어로 차별화했다. 위치는 과거 KT 전화국 부지로, KT가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호텔의 오픈과 운영을 맡은 이는 이중호 총지배인이다. 이 총지배인은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세일즈팀에서 호텔리어로서 첫걸음을 내디딘 후 그랜드 하얏트 서울, JW 메리어트 서울, 쉐라톤 디큐브 등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했다. 프런트 오피스는 물론 벨 데스크, 하우스키핑, 세일즈 마케팅을 자진해서 순환하며 호텔업의 전반을 몸소 익혔다. 그 결과 그는 JW 메리어트 서울에서 첫 내국인 부총지배인을 맡았다.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이 총지배인은 “기본으로 돌아가 남과 다른 차이를 만드는 게 우리의 경쟁 전략”이라고 밝혔다.
클러스터 호텔을 운영하는 게 힘들지 않나.

몇 개 호텔에서 총지배인을 맡고 나서 꿈이 생겼다. 클러스터 호텔의 총지배인을 해보는 것이었다. 일은 힘들겠지만, 더 새롭고 흥미로운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 있을 때 르메르디앙과 목시를 클러스터로 오픈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총지배인을 해보겠다고 손들었다.

총지배인 역할 중 핵심 업무는.

제너럴이라는 명칭처럼 모든 업무를 살펴야 한다. 정량적으로 표현하자면 30% 정도를 오너와의 커뮤니케이션에 할애하고, 30~40%는 현장에서 직원과 고객을 살핀다. 그리고 나머지는 호텔 직원들의 일하는 문화를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한다. 메리어트의 철학 중 하나가 ‘Taking care of employees’, 즉 직원을 최우선 순위에 두라는 것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좋은 서비스를 하고 결국 고객이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개념이다. 사실 호스피탈리티 비즈니스에서는 일반적인 이야기이지만 얼마나 실행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직원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독려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2023년 1월, 코로나 끝나자마자 명동에 오픈했다. 당시에 명동 거리는 한산했을 텐데.

2022년 2월부터 오픈 준비를 했는데 그때 명동 거리는 그야말로 폐허에 가까웠고 공실률은 50%가 넘어 보였다. 더구나 골목은 문을 연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적도 활기도 거의 없었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2022년 말 어느 정도 잠잠해졌고, 해외여행이 재개되며 상황이 점차 나아졌다. 오픈 초반에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지난해엔 객실 점유율 65%를 기록했다.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다만 객단가는 좀 더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르메르디앙이 30만원대, 목시가 18만원대로 형성돼 있는데 앞으로 조금씩 올려가려고 한다.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적정선은 없다. 그건 고객의 선택이다. 미국 뉴욕을 보면 프리미엄 호텔이 500~600달러, 럭셔리 호텔이 1000달러를 넘지 않나. 그렇다고 우리나라보다 서비스나 시설이 확연히 훌륭한 것도 아니다. 물론 무조건 객단가를 올리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격에 맞는 수준으로 서비스와 시설을 함께 높여가는 게 당연하다. 우리나라 국민성이 좀 급하지 않나. 객실 점유율이 생각만큼 안나오면 섣불리 객단가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까운 일본, 홍콩과 비교하면 객단가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서비스라는 건 추상적인 개념이다.

손님 입장에서 ‘충분한 서비스’라는 건 없다. 그럼에도 직원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하자고 강조하는 건 어떤 요구에도 최대한 ‘안 된다’는 답변은 하지 말자는 뜻이다. 이는 일하는 문화가 경직돼 있으면 불가능하다. 손님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자체적으로 내리는 결정, 혹은 소모 비용을 상사에게 보고하기 힘들다면 결국 시도도 하지 않고 ‘안 된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일하는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한 호텔의 대표가 돈을 많이 벌려면 호텔에서 일하면 안 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급여와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인재들이 호텔에 입사하는 수가 적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객단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객실 점유율은 아무리 높아도 100%라는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런데 객단가는 한계가 없다. 매출을 높이고 직원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내 과제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료칸에서 고객이 갑질을 하면 정부 차원에서 규제하기로 하며 공식적인 숙박거부가 가능해졌다.

우리나라는 아직 ‘갑질’에 대한 기준조차 정립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고객이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등 선을 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고객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자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등 개인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영국의 한 사회학자가 배관공의 일상은 하루 종일 타인의 하수도를 고치는 것이지만, 그 집주인에겐 엄청나게 중요한 이벤트인 만큼 허투루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말을 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겐 열 번째 고객일 수 있지만 그 고객은 열 달을 준비해 떠나온 여행일 수 있다. 물론 선을 넘는 순간 내가 직접 나서서 단호하게 해결한다.

평생 서비스업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사람을 대하는 데 남다른 노하우가 있을 듯하다.

사실 아직도 컴플레인이 들어왔다고 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되고 긴장하게 된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하는 게 있다. ‘저 사람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생각이다.

요즘엔 어디든 MZ 잡기 열풍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지불하는 돈이 기성세대에 비해 적다는 푸념도 있다.

백화점 등과 달리 호텔은 상품 가격에 좌우되는 곳이 아니라서 와주면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MZ 직원들을 대할 때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생일도 직접 챙기고, 만족도 조사도 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데 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웃음)

호텔은 트렌드도 자주 바뀌고 경쟁도 치열하다. 세일즈마케팅이 중요한 시장인데.

이때 클러스터 호텔이 빛을 발한다. 르메르디앙은 5성급으로 럭셔리를 지향하고, 목시는 3성급으로 캐주얼을 지향해 남녀노소 모두를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르메르디앙에서 투숙하며 목시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으니 가성비와 럭셔리를 모두 제공해줄 수 있다. 목시는 아무래도 젊은 층을 공략하기 때문에 호텔이 자체적으로 적극 마케팅을 하기보다 체험형 앰배서더를 선정해 이들에게 콘텐트 제작을 맡긴다. 직접 만지고 먹어보고 사용해본 생생한 후기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앰배서더 15명이 활동을 마쳤다.

훌륭한 경쟁사가 많다. 고객을 끌어오는 르메르디앙&목시만의 매력은.

Mr. Marriott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결국 본질에 충실하라는 이야기다.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이야기다. 한 예로 우리는 주방에서 소스, 국물 등을 처음부터 직접 만들며 그 스피릿을 실천하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소스를 시판용으로 바꾸고, VIP 선물을 축소하고, 부가서비스를 없애는 결정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기본을 중시하고 철저하게 지키려 노력한다. 이 한 끗 차이가 남과 다른 수준 차이를 만들어줄 것이다.

국내 호텔산업을 전망한다면.

비즈니스 수익도 좋아지고 계속 발전할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처음 등장했을 때 조금 과장해 ‘호텔들은 다 망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이는 문자, 책, 게임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에 중독될까봐,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져 사회 혼란을 야기할까봐 나온 기우였다. 업계 플레이어가 다양해진 건 세상이 발전되는 데 또 다른 층이 생기고 동반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원하는 게 있다면,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한국 호텔이 많이 탄생하는 것과 후배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2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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