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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54)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 

팀스파르타의 저력은 잡담 

노유선 기자
코딩 일타 강사로 알려진 팀스파르타의 비전은 교육 저 너머에 있었다. 이범규 대표는 “사회생활에 치여 Maker DNA를 잊고 살기 마련”이라며 “코딩 학습이 계기가 되어 잠자는 Maker DNA를 깨워 사고의 혁신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는 단순한 코딩교육 업체가 아닌 IT 연합체를 구상하고 있다.
전구 모양 전등으로 꾸민 회의실의 이름은 ‘와우 룸’이었다. 회사의 핵심 가치를 반영한 작명이었다. ‘와우 룸’ 외에 ‘빠르게 룸’, ‘진정성있게 룸’ 등이 회사 곳곳에 자리한다. ‘와우하게’는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도 서비스에 감동할 수 있도록 일하자는 의미다. 이곳은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코딩교육을 하는 스타트업 팀스파르타(TeamSparta) 본사다. 이범규(34) 팀스파르타 대표는 “문제와 해결책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짚어내 신속하게 해결하고, 고객 피드백이 나오기 전에 고객의 불편 사항이나 니즈를 먼저 파악하는 등 진정성 있게 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팀스파르타는 설립 3년 만인 지난해 매출액 318억원을 기록했다.

팀스파르타는 코딩을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왕초보’에게 온라인으로 코딩을 가르친다. 전문 개발자가 되고 싶거나 개발자는 아니더라도 직무 역량을 더하기 위해, 또는 취미 삼아 코딩을 배우려는 사람 등 다양한 니즈에 맞게 여러 강의와 부트캠프를 마련했다. 팀스파르타에 따르면 연간 수강생은 25만4000여 명, 누적 수강생은 68만 명을 웃돌며 대표 강의인 스파르타코딩클럽의 완강률은 83.4%다. 양질의 교육 콘텐트를 제공한다는 입소문이 돌자 한국투자금융지주, 카카오, 대우건설, 농심 등 기업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각 기업은 임직원에게 오프라인 코딩교육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팀스파르타는 일본과 인도에도 진출했다. 이 대표는 “일본 정부는 디지털전환(DX)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며 “DX에 도움이 된다면 외국 업체여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팀스파르타는 일본에서 세븐은행 등 기업 교육 부문만 담당한다. 인도에서는 학생들을 개발자로 육성해 이들을 겨냥한 채용 플랫폼 사업을 기획 중이다. 지난 6월 11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팀스파르타 사무실에서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이 대표와 만나 팀스파르타의 성장 과정과 신사업 도전 전략, 중장기 목표, 최종 비전 등을 물었다.

불성실한 수강생에겐 전화한다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좌)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경영이란 안주하지 않는 것’이란 말에 깊이 공감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산업·시스템공학과 기술경영학을 복수전공으로 공부한 이 대표는 우아한형제들 서버 프로그래머(1년 5개월)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투자심사역(2년 6개월) 등을 거쳐 2020년 팀스파르타를 설립했다. 투자심사역으로서 그가 발굴·담당한 스타트업은 약 25곳. 그의 안목은 탁월했다.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과 크래프톤에 인수된 인공지능(AI) 콘텐트 스타트업 띵스플로우 등이 당시 이 대표가 눈여겨봤던 스타트업이었다. 그는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야구에 빗대 설명했다.

“저도 마운드에 서고 싶었어요. 항상 야구장 벤치에 앉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럼 ‘어떤 아이템으로 사업을 할 것인가’가 문제였죠. 저는 잘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분야에 승부수를 띄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 2020년만 해도 세상 사람 대부분이 ‘코딩은 어렵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코딩은 쉽거든요. 그래서 이 간극을 좁히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성인 대상 교육이 아니었다고 들었다.

초등학생을 위한 오프라인 코딩교육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두 가지 단점이 있었다. 수강생이 초등학생이다 보니 코딩교육이 영재교육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오프라인 강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성인 대상 온라인교육으로 피버팅한 이유다. 하지만 업계 시선은 회의적이었다. ‘누가 온라인으로 코딩을 배우려고 하겠냐’는 반응이 빗발쳤다. 하지만 수강생들 사이에서 ‘거기 진짜 쉽게 잘 가르치더라’, ‘거기 들어가서 한번 배워봐라’ 등 추천 사례가 늘어났고 이때부터 팀스파르타는 서비스를 더욱 다양화했다. 코딩 왕초보 대상 4~5주 과정인 ‘스파르타코딩클럽’,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개발자를 양성하는 부트캠프 ‘항해 99’, 고용노동부와 함께하는 취업 연계 프로그램인 ‘내일배움캠프’ 등이 있다. 이러한 큰 틀 아래 수많은 세부강의가 마련돼 있다.

평균 완강률이 80% 중후반대다. 높은 완강률의 비결은 뭔가.

고객에 대한 ‘찐한 관리’ 덕분이다. 대부분 교육업체는 고객이 온라인강의 결제 이후 강의를 잘 듣고 있는지 체크하지 않는다. 그런데 팀스파르타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고객에게 직접 전화했다. “왜 계속 듣지 않으시나요?”라고 묻거나 “이때까지 완강하지 않으시면 강의를 닫아버릴 방침이나 사유서를 제출하면 강의를 계속 들으실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했다. 고객은 예상치 못한 전화에 놀라고 지속적인 관리에 감동한다. 높은 완강률은 팀스파르타의 진심에 고객이 호응한 결과다. 또 다른 비결은 ‘즉문즉답 서비스’에 있다. 코딩은 궁금증이 생기면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가 없다. 진도가 멈춰버리는 것이다. 이때 온라인 튜터에게 질문하면 1~3분 이내에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대기하고 있는 튜터가 고객의 질문에 바로바로 대응한다. 왕초보 수강생의 질문은 간단하기 때문에 튜터가 굉장히 빨리 대답해줄 수 있다. 또 AI 기술을 접목해 답변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팀스파르타의 비전은 무엇인가. 코딩 일타 강사인가.

아니다. 코딩 공부를 계기로 성인에게 내재된 ‘Maker DNA’를 깨우고 싶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인형 놀이를 하면서 이름을 지어주고 역할에 어울리는 옷을 골라 입히고 엄마나 유치원 선생님께 자랑하고 칭찬을 받는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반복한다. 아이들은 Maker DNA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사회에 자랑하고 인정을 받으며 자존감을 향상한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에 치이다 보면 이러한 Maker DNA를 잊고 살게 된다. 난 모든 고객이 코딩을 배워서 개발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대신 숨죽이고 있는 Maker DNA를 깨워서 혁신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계기를 찾길 바란다. 일상에 지쳐 있던 고객이 팀스파르타 강의 덕분에 자신의 일을 더욱 생산성 있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보람이 배가 될 것 같다.

일의 목적이 분명한 사람들의 잡담

팀스파르타의 저력은 무엇인가.

잡담이다. 나는 잡담의 경쟁력을 믿는다. 잡담을 하면서 신용, 믿음을 축적하고 여기에 논리가 더해지면 일이 잘 풀린다. 그래서 팀스파르타 피플팀은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잡담을 장려하곤 한다. 2주마다 금요일 점심에는 수다 타임을 운영한다. 다양한 동료와 랜덤으로 함께 식사하는 프로그램 ‘삼삼오오’도 있다. 난 되도록 ‘실없는’ 이야기를 하라고 독려한다. 실없는 잡담은 업무에 윤활유가 되어준다. 물론 이러한 내규를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 팀스파르타는 인재 채용 시 성장에 대해 진심이고 일의 목적이 분명한 사람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그런 사람들에겐 오히려 잡담이 필요하다. 너무 긴장한 상태에서 일하면 창의성이 발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 말을 예쁘게 하길 바란다. 에둘러 말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AI 발전이 팀스파르타에 준 영향은.

신사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주니어 개발자의 생산성이 향상되자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할 여력이 생겼다. 크게 외주 개발 사업,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사업, 게임 사업 등이다. 이 세 가지 사업이 순항하면 3년 후 팀스파르타는 IT 연합체의 모습으로 변모해 있지 않을까 싶다. 외주 개발 사업은 바이앤드빌드(Buy&Build) 전략으로 수익성이 없는 오래된 회사를 인수한 후에 인재를 투입해 살리는 것을 말한다. 지금 1개 업체와 인수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SaaS 개발은 내부 스튜디오팀이 담당하는데, 올해 ‘에픽’이라는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팀스파르타 시즌 1이 코딩교육 업체였다면 시즌 2는 IT 연합체로의 도약이다. 3년 안에 1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하되 교육 매출 50%, 비교육 매출 50%로 균형을 이루면 좋겠다. 5년 안에는 글로벌시장에서 IT 연합체로서 인정받고자 한다. 올해 목표치는 600억원대 매출이다.

법인 설립일 기준으로 5년 차 CEO다. 몸소 경험한 경영이란.

경영은 갈수록 어렵더라. 조직 사이즈가 커질수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난해하다. 안주하지 않는 것, 안주할 수 없는 것이 경영인 것 같다. 예비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이 말을 꼭 남기고 싶다. MZ세대 창업자는 야놀자,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여러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를 보고 자란 세대이기에 창업 용기도 크고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MZ세대 창업자의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고정비를 반드시 줄이고 돈을 벌어서 살아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나는 어렵게 피버팅도 했고, 기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리스트를 보고 쭉 연락한 적도 있다. 또 개발자 출신으로서 젊은 개발자에게는 비즈니스에 기여하는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라고 조언하고 싶다. 창의성에 더해 상업성이 있어야 비즈니스적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2022년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07호 (202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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