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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블루빈컴퍼니 대표 

세계로 나아가는 K-카페(Cafe) 

장진원 기자
김태준 블루빈컴퍼니 대표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가 상생하는 카페 사업 구조 확립에 힘써왔다. 올해부터는 한국형 카페의 장점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김태준 블루빈컴퍼니 대표가 시나본 베이커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라떼킹(Latte King)’은 와사비라떼와 소주라떼, 직장인들의 해장용 커피인 컨디션라떼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니트로 콜드브루 커피와 지금은 익숙한 대용량 커피인 ‘1리터 커피’를 업계 최초로 선보인 곳도 라떼킹을 운영하는 블루빈컴퍼니(이하 블루빈)다. 현재 블루빈은 전 세계에 12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미국 베이커리 카페 체인 ‘시나본(CINNABON)’의 국내 독점사업권도 갖고 있다. 국내 베이커리형 카페 유행을 선도했다는 평가다.

최근 카페 프랜차이즈 산업은 소수의 저가 커피 브랜드를 제외하면 폐업과 업종 변경이 속출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트렌드를 선도해온 김태준 블루빈 대표를 만나 커피·카페 산업의 생존과 미래를 물었다. 김 대표는 10여 년간 국내 대기업, 일본 커피 회사, 미국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일하다, 더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지난 2009년 창업에 나섰다. 소비자에게는 부담 없는 휴식을, 가맹점주에게는 안정적인 일터를, 회사 구성원들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비전에서다.

경쟁이 치열한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15년간 일했다.

‘맛 좋고 독특한 커피를 싼 가격에 친절하게 서비스하자’는 매우 직관적인 목표로 2009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라떼킹을 오픈했다. 당시는 밥값보다 비싼 커피가 화제였다. 우리는 맛 좋은 커피를 싸게 마시고 재미까지 더한 카페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좋은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값을 내렸고, 독특한 메뉴와 재미있는 단골 이벤트를 매월 기획해 소문이 났다. 이런 인기 덕에 가맹사업으로까지 확장됐고, 사세를 키워 글로벌 베이커리카페 시나본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이후 가맹사업을 확장해 커피 제조·유통 브랜드 ‘원더브루(WONDER BREW)와 차(TEA) 제조·유통 브랜드 ‘티룸(TEA ROOM)’을 론칭, 가맹점과 거래처에 공급하고 있다.

라떼킹과 시나본 브랜드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라떼킹은 블루빈이 2009년에 가성비와 유니크한 메뉴에 중점을 두고 개발한 테이크아웃 카페다. 시나본은 1986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돼 현재 전 세계에 1200여개 매장을 운영한다. 공항, 리조트, 쇼핑몰 등 특수 상권에 집중된 프리미엄 베이커리카페 브랜드다. 두 브랜드 모두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데, 각각 타깃 고객층과 입지 전략에서 ‘가성비’와 ‘프리미엄’이라는 전혀 다른 시장을 목표로 운영 중이다.

시나본과 라떼킹이 추구하는 차별화 요소는 무엇인가.

단연 합리적인 창업비와 원료 공급 가격, 메뉴 경쟁력이다. 카페 시장은 다른 경쟁사가 출현하면 매출이 즉각적으로 줄어드는, 한정된 시장 파이를 서로 나눠 먹는 구조다. 블루빈은 시나본과 라떼킹 모두 경쟁사와 음료로만 경쟁하지 않고 베이커리 메뉴까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소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창업하고 수익성과 경쟁력이 보장되는 원료 공급 비용, 여기에 차별화된 메뉴가 있을 때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팬데믹에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카페 폐점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카페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나.

소비자는 냉정하다. 준비된 자들은 팬데믹 같은 위기에도 확장과 성장을 이어왔다. 반면 환경 변화에 둔감하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곳들은 시장에서 퇴출됐다. 최근 소비위축으로 인해 더 많은 카페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 해서 새롭게 창업하는 카페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카페 창업을 희망하는 대기 수요는 여전하다. 카페 시장만큼 안정적 수요가 꾸준하고, 타 업종에 비해 노동강도가 낮으면서 다양한 범위의 예산으로 시작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이 많지 않다.

저가 커피의 무서운 확장이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분석도 있다.

주요 저가 브랜드를 황소개구리, 기존 인근 커피전문점을 토종 개구리에 비교할 만큼 생태계에 큰 변화를 일으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소비자의 수요 없이 확장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얇아진 주머니 사정과 고도화된 선두 저가 커피업체들의 경쟁력이 기존 카페 고객들의 발걸음을 모두 흡수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년간의 대한민국 카페 산업을 돌이켜보면 약 5년 주기로 새로운 강자들이 출현했고 대다수는 쇠퇴기를 맞으며 과거의 영광을 신흥 강자에게 물려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언제든 새로운 스타 탄생이 낯설지 않은 시장이 대한민국 카페 시장이다. 그 주기도 매우 짧다.

가맹본사는 여전히 돈을 번다. 상생은 불가능한가.

가맹본사만 돈을 버는 구조 역시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요즘은 공정위 정보공개서와 커뮤니티, 기존 점포 운영점주를 통해 과거의 정보비대칭성이 사라졌다. 맘만 먹으면 카페 시장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접근할 수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파산하는 가맹본사가 나오고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자의로 가맹사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정위의 가맹점주 수익안정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변화가 부담스럽거나 경영환경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한 본사들은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가맹본사나 가맹점주 중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경기장이 아니다. 충분히 알아보고 잘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시장이다. 상생은 선택과 의지의 문제이지 절대 불가능한 게 아니다.

카페 프랜차이즈 산업의 상생을 위한 블루빈의 전략은.

시작은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양쪽 모두의 상생 의지다. 가맹본사는 가맹점주를 본사의 수익 도구로만 보지 않고 상생을 위한 사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가맹점도 본사 표준을 잘 지키며 상생을 상호 의지의 결과물로 인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물류 수익과 개설 수익으로 고착화된 가맹본사의 수익구조가 ‘로열티’ 구조로 바뀌어야 할 때다. 가맹점주도 로열티 제도가 원가 부담을 낮추며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는 등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후죽순으로 유행 아이템을 양산하는 가맹본사가 더는 시장에 발을 디딜 수 없도록 하는 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불 보듯 빤한 깜짝 유행인 줄 알면서도 확장에만 주력하는 가맹본사는 철저히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 가맹점주는 더 철저하게 비교하고 준비한 후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국내 카페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결국 편의점 발전사를 답습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많던 동네 빵집과 중소 규모 슈퍼마켓 체인들이 소위 빅 4편의점 브랜드(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것과 같은 양상이다. 이런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 슈퍼마켓처럼 다른 곳에 있는 똑같은 메뉴를 파는 형태로는 단골을 만들 수 없다. 그 브랜드만의 차별화가 분명한 메뉴 라인업이 필요하다. 선명한 브랜딩과 차별성을 갖추지 못하면 영원할 것 같던 1위 사업자도 엄청난 속도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게 한국의 카페 시장이다.

블루빈은 글로벌 진출에서 답을 찾았나.

약 20년간 필드에 있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대한민국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만족시키며 규모의 경제까지 이루는 건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유럽의 럭셔리 자동차나 패션 비즈니스, 미국의 IT 플랫폼 비즈니스, 또 최근 케이팝과 케이푸드는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확장하며 브랜드의 가치 상승과 확장을 동시에 이루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꾸준히 축적하며 적기에 마켓에 들어갔기에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여 년간 현장에서 부딪히며 축적해온 블루빈의 카페 비즈니스 경쟁력을 냉정하게 해외시장에 적용해 성공 가능성을 예상했을 때 충분히 통할 것으로 확신했다. 오히려 지금의 국제 정세와 K-문화의 전방위적 확장세를 볼 때 더 늦으면 후회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블루빈이 갖춘 경쟁력은.

전 세계 어디에도 한국처럼 5평 남짓한 테이크아웃 매장에서 80여 가지나 되는 메뉴를 빠른 속도로 맛있고 저렴하게 서비스하는 운영 노하우를 지닌 나라가 없다. 그 작은 매장에서 카페 원재료를 확보하고 있는 나라도 없다. 글로벌 체인 시나본을 운영해오며 매년 글로벌 콘퍼런스 같은 출장 현장에서 생생하게 목격한 사실이다. 시나본 미국 본사 직원이나 다른 사업자들이 한국의 시나본과 라떼킹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일관되게 호평해온 포인트다. 실제로 다양한 방면에서 운영 노하우와 카페 원료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블루빈의 미래 비전은.

올해는 블루빈이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경험하는 해다. 우선 가맹점주의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두고 라떼킹과 시나본 가맹사업을 확장해 상생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모범을 보이고 싶다. 대외적으로는 북미 영업소를 올해 3월 지사로 승격해 본격적인 해외 진출 토대를 마련했다. 케이카페(K-CAFE) 문화를 글로벌에 소개해 자동차, 반도체, 가전에 버금가는 산업군으로 육성하고 싶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6호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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