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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천 이노비즈협회 신임 회장 

허리층 기업군의 파워 

조득진 선임기자
이노비즈(INNOBIZ)는 Innovation과 Business의 합성어로, 기술혁신 중소·중견기업을 말한다. 정광천 이노비즈협회 신임 회장은 R&D를 통한 핵심역량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화에 주력하고 있다.

▎정광천 이노비즈협회장은 “임기 동안 금융·교육·할인·홍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갖춘 ‘명품협회’를 만들어 회원사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비즈 인증을 받은 기업은 2만3000여 개로 전체 중소기업 수의 2.9%에 불과하다. 하지만 총매출액이 317조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매출액의 약 14%를 차지하고, 총수출액은 402억 달러로 전체 중소기업 수출액의 약 35%를 담당하고 있다(2022년 기준 중소기업 실태조사). 특히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의 95%,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의 63%가 이노비즈기업이다.

지난 2월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는 3년 임기의 신임 회장을 선출했다. 5년 동안 이노비즈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2017년부터는 협회 감사를 맡아온 정광천 11대 회장이다. 정 회장은 1962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2003년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아이비리더스를 설립해 항공정보·항행·정비·항행시설 등 ‘항공안전정보시스템’ 솔루션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취임 후 3개월 동안 전국 각지의 회원사들과 소통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특히 올해 전북에서 개최 예정인 ‘2024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옛 세계한상대회)’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월 1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밸리 이노비즈협회에서 만난 정 회장은 “이노비즈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 경제가 직면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며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관제탑에서 이착륙, 비행 궤적 확인 등 다양한 항공 상황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듯이 이노비즈협회는 이노비즈 기업의 관제탑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품협회 만들어 회원 늘릴 것”


▎이노비즈협회는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모로코 디지털전환 대응전략 수립을 위한 초청연수, 한-우즈벡 기술교류 상담회 모습. / 사진:이노비즈협회
이노비즈 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을 주관한다. 이노비즈 인증이 도입된 2001년 1090개 사로 시작해 2021년 2만 개를 돌파했다. 이노비즈 기업은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경쟁력과 내실을 기준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과거의 실적보다는 미래의 성장성을 중요시한다. 미국, 독일 등 OECD 선진국들은 중소벤처기업을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1995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 정책을 실시해왔으며, 각 국가들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객관적인 척도로 비교되고 있다. 이노비즈 인증제도 관리기관인 이노비즈협회는 2002년 설립됐다.

선거 때도, 취임식에서도 ‘허리층 기업군’을 강조했다.

허리층 기업군은 혁신 기술 등을 무기로 성장 발판을 만들어 전체 국가경제에서 허리 역할을 한다. 중간이 튼튼한 항아리형 경제를 실현하는데, 특히 이노비즈 기업은 중견기업으로 가는 성장사다리이자 허리층 기업군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협회는 올해 이노비즈 기업의 미래 준비 및 환경 대응 역량 강화, 이노비즈 기업 글로벌화, 이노비즈 R&D 플랫폼 제공, 회원사 서비스 확충과 명품협회로의 발돋움 등 4가지 핵심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회원사 1만 개 달성’이 공약이다. 비가입 이유는 파악했나.

현재 이노비즈 인증을 받은 2만2566개사 중 회원사가 8076개로 가입률이 35% 정도다. 타 협회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더 늘려야 한다. 회원사 확대는 모든 서비스의 목적지이자, 모든 협회의 목표다. 취임 직후 회원사 혜택 확대와 관련해 ‘회원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회원 비가입 사유로 절반 이상(61.8%)이 ‘서비스의 낮은 활용성’을 꼽았다. ‘접근 용이성 부족’ 응답도 33%로 적지 않았다.

회원 가입을 유도할 대책은.

수요 맞춤형 신규 서비스를 발굴할 계획이다. 현재 45개 정도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서비스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체감할 수 있는 ‘킬러 서비스’ 개발이 시급하다. 서비스별로 시즌제 등 특별 프로모션 기간을 지정하고 혜택 범위를 확대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또 수혜기업의 현재 상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회원사별 맞춤형 기업분석 보고서를 하반기에 시범 론칭할 계획이다.

선거 공약 ‘믿고 찾는 명품 협회’는 가능한가.

CEO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그래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상존해야 한다. 지난 4월 회원사의 집단지성을 적극 활용하고자 ‘회원 서비스 공모전’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 AI 지원 등 기업친화적 서비스 10개를 신규로 발굴해 상반기 내에 오픈할 예정이다. 우리 협회는 지난해 산업부의 기술평가기관 지정, 특허청의 발명평가기관 지정에 이어 올해 4월엔 ISO 국제표준 공식 교육기관으로 지정되어 심사원 양성 교육과정을 새롭게 시작한다. 새로운 서비스 개발과 가치 있는 정보 제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혁신중소기업연합회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데.

소상공인·창업벤처 중심의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 기술·경영·융합 등 ‘혁신’이라는 매개로 모인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실제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혁신기업연합회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메인비즈협회(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중소기업융합중앙회와 함께 논의 중인데 현재 방향성과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스케일 업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고, 효율적인 대응이 필요한 만큼 좋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민간 주도 R&D 강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정부 주도형 R&D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R&D 결과를 실제 현장에서 적용해보면 성공률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정부는 ‘혁신·도전적 R&D’를 통한 역동 경제 실현을 위해 민간의 역할과 참여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가 주도권을 갖기보다는 기업 현장 이해도가 높은 민간 협회나 단체를 중심으로 기획·선정·관리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특히 일반 중소기업과 비교해 성장 속도와 목표에서 차별성을 지닌 혁신형 강소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협력을 통한 R&D를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장 배테랑’ 기술인증평가단 활동 기대


정 회장은 임기 3년 동안 R&D를 통한 핵심역량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노비즈협회 기술인증평가단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협회는 2022년부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이노비즈 인증’ 연장 기술평가 업무수행을 위해 경력 15년 이상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기술인증평가단을 운영하며 현장지도를 펼치고 있다.

이노비즈 기업의 글로벌화 역량 강화 전략은.

이노비즈 기업 중 46.8%가 수출기업이다. 글로벌화 역량을 강화해서 시장 확대와 미래 먹거리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는 국내기업의 해외 거점, 해외 한인기업, 전문가가 함께하는 ‘이노비즈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중에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ODA(공적개발원조)·KSP(정책연수)·해외기술협력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대 관계가 형성된 해당국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의 인사들도 글로벌 네트워크에 함께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인증평가단에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다.

지난 1월 11명을 추가로 채용해 모두 25명의 ‘현장 베테랑’이 전국을 누비고 있다. 이들은 전국 2만2000여 개 이노비즈 기업과 스킨십을 강화해 기술평가를 통한 효율적인 제도 운영은 물론이고 연구개발 등 현장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협회는 지난해 1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정하는 ‘기술평가기관’에 중소기업 지원 협회·단체 중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기술평가기관 지정, 발명평가기관 지정, ISO 국제표준 공식 교육기관 지정 등 우리 협회가 가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노비즈 기술인증평가단의 활약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회원사 검색 플랫폼 ‘아이단비’에서도 이들이 보인다.

‘아이단비’는 기존의 업체명, 대표명으로만 가능하던 회원사 검색을 각 회원사의 주요 생산품 검색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서도 기업 현장을 방문하는 기술인증평가단의 역할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매월 200여 건의 회원사 DB를 업데이트한다. 지난해 식음료 제조, 산업용 송풍기, 배터리 재활용 제조기업 등이 정부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거나, 신제품 개발에 협업한 사례가 있다. 앞으로는 웹사이트를 모바일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회원사 검색 기능뿐 아니라 협회가 추진 중인 지원사업, 주요 행사와 서비스에 회원사들이 쉽게 접근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평균 업력 19년’ 이노비즈 기업 경영승계 준비도

정 회장은 이노비즈 기업의 미래 준비, 대응 방안과 관련해 맞춤형 교육연수 프로그램 제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4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제1기 차세대 경영자 아카데미’도 그 일환이다. 주 1회, 12주간 실시하는데, 혁신 기술 노하우 전수라는 이노비즈기업의 경영승계 화두를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또 EU 수출기업과 대기업 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ESG 실사 대응과 공시, 탄소배출 관리 방안 수립 전략을 교육하는 ‘ESG 사내 전문가 연수 과정’도 운영한다. 이 밖에도 모든 기업의 당면 과제인 디지털전환(DX)을 위해 스마트공장 도입 기반의 단기과정과 DX 제반 노하우를 제공하는 중기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차세대 경영자 아카데미’가 눈에 띈다.

이노비즈 기업은 평균 업력이 19년으로, 체계적인 경영승계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이노비즈 기업의 2세 경영은 단순히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그동안 닦아놓은 혁신 기술의 노하우 전수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카데미에서는 최신 경영학·뇌과학·심리학·교육학의 연구결과와 적용사례를 배우고, 특히 연수생이 직접 토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액션러닝 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전문코치가 밀착해 진행하고 있다. 1기에 20~50대 43명이 수업을 듣고 있는데, 공감대 형성이 잘되고 있다고 들었다.

3년 임기 내내 지킬 화두는.

역대 회장들이 남겨놓은 자산을 잘 보존하는 한편 또 다른 미래의 가치나 방향성을 만들어갈 것이다. 과거를 고루한 게 아닌 오히려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이다. 회원사의 소통과 참여를 통해 서로 연결하고 협력해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울러 다른 협회·단체와 협력하고 연대해 정부에도 좋은 정책을 제안하겠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6호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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