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그곳에가고싶다/섬진강꽃터널]떨어진 꽃잎 주워 찻잔에 띄우고… 

 

글 이항복 월간중앙 사진 권태균 월간중앙 booong@joongang.co.kr
매화가 봄소식을 담은 바통을 벚꽃에 넘겨줄 무렵이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10리 벚꽃길은 그믐날 은하수를 지상에 펼쳐놓은 듯 화려하게 피어오르고, 인근 모든 국도변에서는 소실점(消失點) 아스라히 긴 벚꽃터널을 이룬다. 이 때가 되면 섬진강 하동포구 80리 뱃길을 따라 북으로 달리는 19번 국도에서는 차량들이 너나없이 이리 휘청, 저리 비틀 취한 듯 속도를 늦춘다.



때아닌 눈보라, 바람에 지는 꽃잎들이 눈발처럼 날리며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내려않는 꽃잎들이 마음을 일렁여 멀미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황홀한 풍경이 이미 살아온 지난날들처럼 아쉬워 속도를 늦춰서라도 시야에 잡아두고 싶어서일지 모른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2405호 (2024.04.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