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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의 사물 읽기③ㅣ 먼지] 시간의 잔해와 힘든 싸움 

 

안규철_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먼지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나는 특히 그것이 집안에 쌓이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먼지가 가구 위에서 하나의 층을 이루며 자신의 존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침대 밑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는 할 일 없는건달들처럼 빈둥거리고 있거나, 또는 아침햇살을 받아 투명한 공기 속에서 미친 듯 화려한 군무를 추는 모습을 발견할 때, 나는 그것을 나에 대한 분명한 도발이라고 받아들인다.



그것은 나의 영역을 무단 점거한 침입자에 대한 불쾌감과 함께, 내 삶을 먼지 구덩이 속에서 뒹굴게 만든 나의 무관심과 게으름에 대한 자책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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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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