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하늘로 천천히 낮게 비상하다 중력에 이끌려 다시금 떨어지는 곡선. 이 평온한 풍경은 제주의 하늘 곳곳을 수놓고 있다. 온 땅 위로 굽이치는 야트막한 산등성이. 제주사람들은 이 기생화산에 애정을 담아 ‘오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흑백으로 담아낸 오름은 그저 자연 속 피사체가 아닌 작가의 내면에 새겨진 장면이다.
골짜기마다 물과 바위, 꽃과 풀을 품고 있으니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다. 슬프고 지친 마음이 길게 누워 쉴 수 있는 곳. 가장 깊은 구석에서 태고적 신화와 전설이 고스란히 숨쉬고 있을 것 같은 신비로움. 시선이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이 풍경은 순간의 안식이 된다. 고난의 2009년, 다함께 느린 걸음으로 높이 오르는 세월로 기억될 수 있으리!(12월23일까지 ‘갤러리 온’에서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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