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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섬 으로 골짜기로 약초 찾으러 안 가본 곳 없어요”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 펴낸 한약사 신전휘·용욱 부자 




한약사 부자(父子)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동의보감’을 선보였다. 대구경북한약협회장인 아버지 신전휘(72) 씨와 아들인 신용욱(40) 경남과기대 농학·한약자원학부 교수는 국내외에 분포하는 약초·약재를 3000여 장의 사진에 담은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을 출간했다.

<동의보감> 원문을 토대로 두 사람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직접 찍은 약초 사진과 현대의학 지식을 곁들인 ‘동의보감 백과사전’이다. 신씨 부자는 특히 <동의보감> 탕액편에 수록된 약재 743종과 식물 443종의 효능 및 한약 제조방법 등을 사진과 함께 분류해놓았다.

올해는 마침 <동의보감>이 발간된 지 400년이 되는 해다. 대구광역시 약전골목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는 신전휘 씨는 ‘일반인도 쉽게 치료법을 이해할 수 있는 의학 서전을 편찬하여 전국에 보급하라’는 조상의 명을 실천하기 위해 <동의보감> 도감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신씨는 2006년에도 <향약집성방의 향약본초>란 한의학 관련서적을 발간했다. 조선시대의 3대(大) 의서로 꼽히는 <향약집성방>(1433)에 나오는 약초 360여 종에 대한 효능을 사진 자료와 함께 엮은 책이다.

신씨 부자는 두 번째로 출간하는 이번 책을 위해 국내의 심심산골이나 섬들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동남아 국가를 30여 차례나 오가며 자료를 모았다. 아버지인 신전휘 씨가 책 제작을 총괄하고, 아들인 신 교수는 최신 의학정보 취합, 중국·일본 등의 의서와 비교 검증작업, 약초·약재의 사진설명을 도맡았다. 신씨는 무엇보다도 일반인이라도 책에 담긴 설명과 사진만 보면 누구나 약초 종류를 구분할 수 있는 ‘쉬운 책’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이 책을 출간하는 데 걸린 7년 동안 난관도 적지 않았다. 신씨는 “책을 준비하는 데 아파트 한 채 값에 버금가는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없는 약초를 찾으려고 해외에 나갈 때마다 회당 3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한약방문을 1주일 이상 닫으면서 발생하는 손해도 감수해야 했다.

부자는 약초의 생생한 빛깔을 사진에 담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 대신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계절마다 다른 약초의 모습과 잎·꽃·뿌리 등 부위별 사진, 약초를 말렸을 때의 모습 등 약초당 6~7장의 사진을 얻으려고 그동안 찍은 사진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아버지 신씨는 “동의보감의 대를 잇는다는 신념이 없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라면 마무리를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선조들이 남긴 훌륭한 의학서적이 현대인들에게도 많이 읽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들과 보조를 맞춰가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부자는 이 책의 출간을 위해 출판사를 직접 차리기까지 했다. 전문서적의 출간을 맡아줄 출판사가 마땅치 않은데다 출판사 마진을 포함한 책 가격은 일반 독자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고와 사진·교열·편집·출판을 마친 신씨 부자는 이제 이 책의 영문판 작업을 꿈꾼다. 한의학 세계화에 발맞춰 아들인 신 교수가 여동생인 신영주(37) 씨와 영어 번역작업을 하고 있다. 신 교수는 “영어로 번역된 동의보감은 이미 출시돼 있지만, 영어권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어로 쓰여져 있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쉽게 읽을 수 있는 현대영어로 번역된 동의보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힘을 합쳐 세계인이 읽는 <동의보감>이 나올 날이 머지않았다.

201311호 (2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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