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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포구에서 ‘홍진(紅塵)’을 털어내다 

 

이동엽 인턴기자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 곽재구 지음 / 최수연 사진 / 해냄출판사 / 1만6000원
바다는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 매우 잔잔해 하늘과 구분 짓지 못하게 만드는 바다부터 집채만 한 파도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바다까지. 그중에서도 이 책에 나오는 바다는 따스한 품을 가져 모두를 안아 주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바다와 함께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포구마을에 사는 사람들이다. 어부와 선장의 이야기부터 시인이 되고 싶은 아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담한 어투와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저자가 ‘포구 기행’이라 이름 지은 것도 단순히 바다와 그 주변의 자연경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산문 사이사이에는 시와 노랫말을 넣었다. 잔잔하지만 여운이 있는 본문과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 시가 조화롭게 어울려 읽는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슬픔과 허무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특별하지 않은 삶에서 발견하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장점이다.

저자의 여행 이야기와 함께 사진작가가 동행하며 찍은 사진 52장도 함께 실었다. 포구에서 뛰노는 아이들, 갯벌을 걸어가는 해녀의 모습, 드나드는 배들의 모습을 통해 포구마을에서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바다만을 담은 사진에서는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111년 만의 더위만큼이나 불쾌지수도 연일 상한가다. 당장 어디론가 떠날 수 없다면 책을 통해 바다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팍팍한 일상에 지치고 끝없는 더위에 메말라 ‘생의 여울이 한없이 궁핍할 때 문득 찾아갈 그곳’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줄 책이다.

- 이동엽 인턴기자

201809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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