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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애플 사(社)는 왜 미국에서 나왔을까 

 

문상덕 기자

작년 초만 해도 소득주도 성장이 경제성장을 이끌 거란 기대가 있었다.

분석은 그럴 듯했다. 불평등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1998년 경제위기 이후로 가계소득이 경제성장을 한참 밑돌고 있었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생산도 늘어날 거란 청사진이 그려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연말이면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경제성장은 없었다. 연초 3.0%까지 내다봤던 경제성장률 기대치는 연말께 2% 중반까지 떨어졌다. 정책 실패를 넘어 경제학자 케인즈로 대표되는 이론의 실패다. 도대체 경제는 어떻게 성장하는 걸까.

MIT 소속 물리학자인 저자는 경제를 거대한 컴퓨터로 상정한다. 이 컴퓨터의 성능이 개선될 때 비로소 경제가 성장한다. 메인보드의 회로는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와 같다. 한 사람에게 저장할 수 있는 지식과 노하우는 한계가 있지만(저자는 이를 ‘퍼슨파이트(personbyte)’라고 표현한다), 한 사회의 네트워크는 지식과 노하우의 저장용량을 극적으로 늘린다. 사과(apple)를 재배하는 데는 농부 한 명의 지식이면 족하지만, 애플(Apple)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데는 연구진 수만 명의 협업이 필요하단 이야기다.

따라서 성장전략은 곧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수백, 수천 가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 집적될 때, 그렇게 모인 지식을 다른 생산요소인 자본·노동과 창조적으로 결합해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경제가 성장한다. 네트워크 이론의 관점에서 부의 기원을 설명해 낸 첫 저작이다.

201902호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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