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겨울 일찍 내린 첫눈 위에 떨어진 단풍잎.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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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러미만 남은 잎을 본다숨은 눈은 늘 그런 것을 본다첫눈이 오면 감정이 실리고 걸어야 할 길은 미끄러웠지눈을 감아도 여긴 지난 여름 풀벌레들이 와서 엉엉 울다 간 곳 그 속에서 죽은 애벌레와너무 쉽게 끝나버린 사랑 같은 식은 지구얼음 위에 팔랑거리는 단풍잎 몇장 바라보며 조금씩 말을 줄이는 너무 아픈 나무들이 윙윙거린다말끝을 흐리듯 빌딩을 넘으려다 바람도 주저앉는다 어떻게 어루만져줘야 할까 하고
※ 최문자 -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 [파의 목소리],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등 다수가 있고 박두진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서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협성대 총장, 배재대 석좌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