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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 표면 

 

최문자

▎초겨울 일찍 내린 첫눈 위에 떨어진 단풍잎.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지느러미만 남은 잎을 본다
숨은 눈은 늘 그런 것을 본다

첫눈이 오면 감정이 실리고 걸어야 할 길은 미끄러웠지

눈을 감아도
여긴
지난 여름 풀벌레들이 와서 엉엉 울다 간 곳
그 속에서 죽은 애벌레와
너무 쉽게 끝나버린 사랑 같은 식은 지구

얼음 위에 팔랑거리는 단풍잎 몇장 바라보며
조금씩 말을 줄이는
너무 아픈 나무들이 윙윙거린다

말끝을 흐리듯
빌딩을 넘으려다 바람도 주저앉는다
어떻게 어루만져줘야 할까 하고

※ 최문자 -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 [파의 목소리],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등 다수가 있고 박두진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서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협성대 총장, 배재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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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호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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