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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페셜] KAI 시총 끌어올린 K방위산업의 첨병, 품질혁신실 

KAIQS → K-AIQS → K-AIQQ 레벨업으로 글로벌 ‘리더’ 넘어 ‘표준’ 되겠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Global Top Quality Leader를 위한 도전과 혁신’ 슬로건 세워
디지털 전환 상당 부분 성공, AI 도입해 완벽한 자동화 이끈다


▎품질혁신실을 총괄하는 서종배 상무는 12월 7일 인터뷰에서 “KAI 품질혁신실이 KAIQS에서 K-AIQQ까지 프로세스를 차질 없이 성공시켜 미래에 KAI가 품질의 표준을 제시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 사진:KAI
'품질(Quality) 4.0’ 시대에서 ‘디지털 품질경영’(DQM)의 시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 분야의 패러다임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실시간 품질관리 시스템에서 전사적 차원의 디지털화를 통한 사전예방 시스템으로의 변화다. 항공우주 산업도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비켜 갈 수는 없다. 오히려 소량의 고도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항공우주 산업의 특성상 품질혁신이 여타 산업보다 중요시된다. 또 품질이 안전과 직결되는 항공우주 산업이기에 여타 어떤 산업계보다 품질에 결함이 없어야 한다. 월간중앙이 우리나라 항공우주 산업의 첨병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품질혁신실에 주목한 이유다.

강구영 사장 체제에서 품질혁신실은 KAI의 디지털 통합 품질경영시스템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든다는 당찬 목표를 앞세워 쉼 없이 달리고 있다. 품질혁신실은 KAI의 품질에 관한 모든 업무를 관장하고, 품질경영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앞서 KAI는 세계를 선도하는 품질 역량을 갖추기 위해 품질시스템 관리 부서를 지금의 품질혁신실로 개편했다. 품질혁신실은 KAI의 미래를 책임지는 한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KAI 품질혁신실은 디지털 품질경영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어떤 로드맵을 구축해놨을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12월 7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품질혁신실을 총괄하는 서종배 상무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서 상무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산하 항공우주방산품질그룹(KAQG)의 운영위원장이기도 하다. KAQG는 주요 항공우주 기업 및 관련 기관이 속한 국내 유일의 품질 전문기구다.

국내 유일의 품질 전문기구 운영위원장 맡아


▎KAI 품질혁신실이 만든 AR 증강현실 시스템은 과거 품질 검사원이 항공기와 설계 도면을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AR 글래스를 통해 오차를 식별한다. / 사진:KAI
서 상무는 ‘Global Top Quality Leader를 위한 도전과 혁신’을 품질혁신실의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계의 경쟁력이 세계 우위에 설 수 있도록 KAI 품질혁신실이 항공우주 산업계 전체의 디지털 통합 품질경영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아직은 국가별로 항공우주 산업계 전체가 디지털 전환을 이룬 적이 없기 때문에 KAI 품질혁신실이 이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의 성공 사례로서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에 이정표를 남길 수 있다. KAI는 2050년까지 디지털 통합 품질경영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자 한다.

로드맵은 단기·중기·장기로 촘촘히 마련돼 있었다. 단기 전략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이며 KAIQS(KAI Advanced Innovation Quality System)라고 일컫는다. 서 상무는 “2020년도에 7가지 목표를 세웠다. 품질 4.0 시스템을 통한 비용절감, 품질 경영 위상 제고, 무결점 시스템 구축, 품질역량 고도화, 소통·협업, 품질문화 선진화가 그것”이라며 “모든 품질 인력이 분야별로 시스템 구축을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상당 부분 구축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KAIQS에서 핵심은 품질 4.0 시스템의 선도적 구축이다. 품질 4.0은 세계 품질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도입을 의미한다. 서 상무는 “품질 4.0 시스템을 완전히 도입한 기업은 세계에 아직 한 군데도 없다. 시도하는 기업도 세계 메이저 기업의 30%밖에 안 된다”며 “2020년부터 KAIQS를 구축하고 있는 KAI는 품질 4.0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세계 어느 기업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그렇다면 KAIQS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할까? ED(Early Detection)-EW(Early Warning)-ER(Early Resolution)-Insight 과정을 거쳐 품질 오류 ‘제로’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시스템이 인간보다 먼저 반응하는 구조다. 시스템이 품질 오류 등을 사전에 인지(ED)해 조기에 경고(EW)하고 빠른 해결책(ER)을 제시해 인공지능(AI)이 KAI 임직원에게 통찰력(Insight)까지 제공하는 플랫폼 구축을 2025년까지 마치겠다는 것. 품질혁신실은 현재 ER 단계까지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서 상무는 “항공우주 산업계가 성장하려면 연결·유연성·내재·예측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우주 생태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 원활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직의 유연성, 품질에 관한 핵심 역량 내재, 디지털 통합 품질경영시스템을 고도화한 예측, 이 4박자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품질혁신실은 임직원이 고급 기술을 자체적으로 연구해 내재할 수 있도록 ‘전문가 연구회’를 구성했다. 품질 인력이 혁신에 발 빠르게 대응하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업무혁신, 품질경영, 협력사 육성 등 현재 15개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

KAI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계의 경쟁력이 세계 우위에 설 수 있는 건 아니다. KAI와 얽히고설킨 400여 개 협력사도 함께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를 완성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2021년 7월 서 상무를 비롯한 KAQG 멤버들은 심포지엄을 열어 항공우주방위산업의 품질 4.0 대전환을 선언했다.

서 상무는 “협력사들은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엄두를 못 내는 곳이 많다. KAI를 비롯한 대기업 규모의 KAQG 멤버들이 정부와 협업해 산업계 전체가 디지털 전환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의 적기를 놓치면 세계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협력사를 지원하도록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직원 역량 키우는 ‘전문가 연구회’ 운영


▎KAI 품질혁신실의 ‘주니어보드 활동’은 수평적 기업 문화 정착을 위해 도입됐다. / 사진:KAI
2030년까지의 중기 전략 키워드는 K-AIQS(KAI Artificial Intelligent Quality System)다. AI 기반 디지털 통합 품질경영시스템을 선도적으로 구축한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KAI가 글로벌 표준 기업으로 올라서는 시기도 이때쯤으로 예상된다. 계약부터 고객 운영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엔드 투 엔드(End to End)로 디지털화하겠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후 AI 분석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결점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서 상무는 “협력사가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면 강력한 품질 공급망을 구축해 궁극적으로 저비용의 우월적 품질을 갖추겠다”며 “그래서 품질 브랜드 가치를 높여 고객 감동을 넘어 감격 단계까지 올라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KAI의 품질 성숙도는 어느 정도일까. 글로벌 지표인 딜로이트 글로벌 품질 성숙도 수준 평가 지표(GQMA: Global Quality Maturity Assessment)를 기준으로 2021년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4.0(고객 감동)이며, KAI는 3.4(고객 만족)를 받았다. KAI는 2022년 지표 평가에서 3.4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2025년에는 품질 성숙도를 5.0(고객 감격)에 준하는 4.5까지 높일 방침이다.

KAI가 지향하는 품질의 미래가 완성되는 2050년(장기 전략)까지는 K-AIQQ(KAI Artificial Intelligent Quality-less Quality)라는 자율형 무인 자동화 AI 기반 디지털 통합 품질경영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KAI가 항공우주 분야에서 유수의 글로벌 메이저 기업에 미래 방향성까지 제시하는 수준에 이른다는 걸 의미한다. KAI가 글로벌 리더를 넘어 글로벌 표준이 되는 단계다.

KAI가 글로벌 시장에 제시하고자 하는 신개념 품질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퀄리티 레스 퀄리티(Quality-less Quality)다. 품질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AI로 대체하는 개념이다. 기존에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던 일을 AI가 맡기 때문에 더 신속하면서도 정밀해진다.

현장 방문을 통해 KAI가 디지털 전환 부분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품질지표시스템을 통해 조직·사업별 지표가 모두 실시간 분석되고 있었다. 과거 수기로 했던 작업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일례로 ‘품질 비용’, ‘제품 검사’, ‘임직원 역량’ 부분에서 수많은 데이터를 집대성해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주니어보드’ 수평적 조직 문화 이끌어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품질 비용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 KAI 품질혁신실도 연구단계에서 품질 비용을 시스템화하는 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었다. 참고할 만한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대부분 회사가 사후 품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머물러 있지만, KAI는 품질 예방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KAI는 국내에서 품질 예방 시스템을 구축한 유일 기업으로 꼽힌다. 품질혁신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가 임직원에게 무엇이 문제점이고,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AI를 연구하고 있다. 2025년까지 품질 인력이 하는 업무의 50%, 2050년까지는 100% 자동화하고, 품질 인력을 모두 시스템 전문가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휴먼에러 제거 시스템도 구축했다. 시스템이 과거의 데이터를 종합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예측해 작업장 화면에 띄워준다. 휴먼 에러에 따르는 실패 비용을 40% 이상 절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품질혁신실이 만든 AR 증강현실 시스템은 마치 영화를 연상케 했다. 과거 품질 검사원이 항공기와 설계 도면을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AR 글래스’를 통해 오차를 식별한다. 이 기술은 올해 시연을 시작했으며 KAI 제조 과정에 우선 보급할 예정이다.

KAI 품질혁신실이 ‘특허 출원’을 진행하고 있는 기술도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일일이 손으로 해줘야 하는 ‘토크렌치’ 교정 작업을 세계 최초로 자동화한 것. 교정 시간이 80% 감소했으며, 교정 담당자가 입을 수 있는 근골격계 재해를 예방하는 효과도 보였다.

품질혁신실은 수평적 기업 문화 정착을 위한 ‘주니어보드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MZ세대가 멘토가 되고 높은 직급이 멘티가 되는 ‘리버스 멘토링’을 꼽을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 다양한 주제로 토론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 형식으로 자리를 만들어 MZ세대와 시니어가 화합하는 기회로 삼았다. 품질혁신실의 한 사원은 “확실히 예전에 비해 무거웠던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최근 신규 사업 물량이 크게 증가한 KAI는 품질 역량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서상무는 “과거에는 석학이 품질의 미래를 창조해나갔지만, 이제는 업무의 디지털 전환과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시대”라며 “KAI 품질혁신실이 KAIQS에서 K-AIQQ까지 프로세스를 차질 없이 성공시켜 미래에 KAI가 품질의 표준을 제시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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