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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국민의힘 낙선자 모임 ‘첫목회’ 3인 격정 토로 

“국민의힘, 이미 국민 신뢰 잃어… 보수 포용하는 중도정당으로 탈바꿈해야”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기득권·영남 독식한 국민의힘, 이대로는 수도권 탈환 어렵다”
“첫목회는 친한파 아냐… 한동훈, 책임 있지만 배척해선 안 돼”


▎국민의힘 3040 모임 ‘첫목회’는 반성의 목소리가 실종된 국민의힘에서 과감하게 쇄신을 강조하며 소장파로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수(인천 서구갑), 이승환(서울 중랑구을), 이재영(서울 강동구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지난 총선 패배로 무기력해진 보수진영에서는 소장파의 부활을 원외(院外)에서 찾고 있다. 통상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은 원인 규명 과정에서 후유증을 겪게 마련이고 그 진통을 딛고 새로 거듭나는 게 상례였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이 ‘우리의 패착이 무엇이었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은 여의도에서 들리지 않는다. 총선 직후 열린 당선인 총회에서 “성찰하고 반성하고 사죄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은 참석자 99명 중 8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당에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30대 모임 ‘첫목회’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원외 당협위원장이 주축인 이 모임의 원동력은 치열한 토론이다. 이들은 개인적 주장을 넘어 구성원 간 격론 끝에 합의된 내용을 제언과 정책으로 내놓는다. 5월 14일부터 시작된 마라톤 회의 끝에 이들은 이튿날 언론 브리핑에서 총선 패인(敗因) 5가지를 제시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비친 공감 부재의 정치 ▷연판장 사태로 비친 분열의 정치 ▷강서 보궐선거로 비친 아집의 정치 ▷입틀막으로 비친 불통의 정치 ▷호주대사 임명으로 비친 회피의 정치다. 그러면서 “국민이 바랐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 했고, 국민의힘은 무기력했으며 우리는 침묵했다”며 “우리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했다.

이후 신문과 방송에서는 보수진영의 입장을 들어볼 정치인으로 첫목회 인사들을 패널로 부르면서 이들에게 소장파 타이틀을 달아주고 있다. 혹자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전 총재의 제왕적 리더십을 비판한 ‘미래연대(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부터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 소장파의 패기와 과감함을 이들에게서 기대하기도 한다.

낙선 후보자 술자리에서 시작된 ‘첫목회’

하지만 이들에겐 기존 소장파들이 가졌던 정치적 후광이나 위에서 끌어주는 선배가 없다. 애당초 조직화를 계획하고 모인 것도 아니었다. 시작은 사소했다. 총선이 끝난 뒤인 4월 17일 저녁, 이상규 위원장이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의 한 음식점에 박상수, 이승환, 전상범 위원장이 들어섰다. 쓰린 속을 소주로 채우는 와중에 “대체 우리가 왜 (선거에) 진 거냐”라는 한탄이 튀어나왔다. 그게 화두였다. 분별이나 격식을 따질 자리도 아니었고 그동안 후보자로서 억눌렀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술잔이 돌아가고 새 안주를 들이는 동안 이재영, 류제화 위원장, 김재섭 의원 등 5명이 더 왔다. “다음에 또 보자.” “아니다, 흐지부지된다.” “그럼 이름부터 정하자.” 그때가 이튿날인 18일 목요일 새벽이었다.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다시 보자는 의미에서 첫목회가 됐다.

이후 모임을 더 가지면서 낙선자들이 더 합류해 23명이 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도권 출마 경험이다. 표심 향배를 예측할 수 없는 중도층 유권자를 설득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이번 선거에서 체감했다. 중도층 유권자는 단순히 안보 측면에서, 시장경제 측면에서, 도덕적인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낫다고 판단해 표를 던지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안보 보수’, ‘시장 보수’라는 틀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국민의힘의 안일함에 이들은 분개한다.

이들이 볼 때 당은 불리할수록 영남에 더 집착했다. 당내 선거는 영남 독식으로 내달렸고, 요직은 물론 공천권도 영남 몫이었다. 반대로 수도권 공천은 인재 영입을 명목으로 연고도 무관한 후보들이 돌아가며 공천장을 받는 수준이었다. “선거 때마다 생소한 후보가 와서 자신이 지역 개발의 적임자라는 똑같은 주장을 매번 되풀이하는데, 어느 유권자가 후보에게서 진심을 느끼겠느냐(익명의 당협위원장).” 선거를 위해 지역구 사무실을 갔더니 지역 내 보수표를 쥐고 있는 유지의 줄 세우기 문화도 체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122석 중 단 19석만을 가져갔다. 21대 총선에선 16석, 20대 총선 35석, 19대 총선 43석이었다. 수도권 패배가 패턴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변화가 없으면 국민의힘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이들은 관측한다.

한동훈 전당대회 등판 놓고 주류세력과 충돌


▎국민의힘 3040 모임 첫목회는 5월 15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연구원 앞에서 총선 패배 원인과 당 수습 방안 등에 대한 끝장 밤샘토론 결과를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들이 당 체질 개선을 위해 전당대회 당 대표 선출 규정을 당원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 것을 황우여 비대위원장에게 제안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중도층의 의견을 반영해야 민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본다. 집단지도체제로 서로 토론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7월 2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도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비록 이들이 요구한 체제 변화는 무위로 돌아갔지만 한때 당내 논의에 불을 붙였다는 점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첫목회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이들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 여부를 놓고 당내 주류세력과 충돌하면서부터다. 이철규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친윤계는 한 전 위원장 책임론을 띄우며 정치 복귀는 안 된다는 입장을 에둘러 드러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노골적으로 “감도 안 되는 한동훈이 들어와 대권놀이 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셀카만 찍다가 말아 먹었다”고 직격했다. 이런 상황에 첫목회 이재영 간사는 “당분간 쉴 줄 알았던 한 전 위원장을 가만히 놔두질 않고 있다. 재등판 가능성을 보여준 게 홍 시장”이라고 맞받아쳤다.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선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주류세력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렇다면 첫목회는 친한동훈(친한) 세력일까? 구성원 면면을 살펴보면 그렇지는 않다. 회원 23명 가운데 친한 계열로 규정할 인사는 참여연대 소속이었다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뛰쳐나온 박상수 위원장이 ‘한동훈 영입 인재 1호’로 사실상 유일하다. 오히려 이재영 간사와 김병민 위원장은 4월 30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을 가질 만큼 오 시장과 돈독하다는 점에서 친오로, 이승환·김기흥 위원장은 대통령실 근무 이력이 있어 친윤으로 분류되고 있다. 첫목회는 친윤·친한·친오 계열이 모인 만큼 각자의 생각도 다르고 정치적 손익도 다르다. 친나경원(친나) 계열도 있다. 여기에 세력에 편승하고자 첫목회에 접근한 이들도 파악된다. 매달 회비는 내면서도, 목소리를 내기보다 흐름을 관망하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일부 회원은 자신이 ‘소장파’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도 했다.

첫목회가 과연 명맥이 끊긴 보수정당 소장파가 될 수 있을까? 조직화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언론 패널로 등장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 이들이 어떤 가치관을 지닌 청년 정치인인지 판별하기엔 보도 내용의 행간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월간중앙이 첫목회 인사들을 인터뷰한 이유다. 6월 12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박상수, 이승환 위원장을 만났다. 근처에 볼일이 있다며 들른 이재영 간사의 발언도 담았다. 대화는 국민의힘이 놓친 미래세대(2030)에 대한 얘기로 시작됐다.

“곧 진보의 썰물 시대가 온다… 준비해야”

최근 느끼는 청년층의 무기력함이 지난 선거에 그대로 반영됐다.

박상수(이하 박)_“지난 20년은 진보의 밀물 시대였다. 그러면서 소수자의 정체성이 강조됐는데 이제는 사회적 보상체계가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당의 가치에 부합하는 소수가 특권을 가져가는 게 노멀이 되고 노력하는 사람이 소외되는 세상이 됐다. 부작용은 결혼 문제에서 바로 드러난다. 어느 순간부터 결혼 안 하고 개를 기르는 사람이 대접받게 됐다. 국가가 자녀를 유기하는 부모는 보호하는데 개를 유기하면 처벌한다. 비혼장려금도 생겼다. 결혼해서 자녀를 출산하면 책임만 더 생긴다. 차라리 결혼을 안 하면 청약이 두 배고 세제 혜택도 받고 장려금도 더 받는다. 소수자를 우대하다 보니 평범한 다수가 소외됐다.”

이승환(이하 이)_“20·30세대의 심리 상태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추이로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1990년대 말에는 [가시고기]나 [김약국의 딸들] 같은 전통적인 가족애를 중시하는 작품이 잘 팔렸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리더십 서적이 인기를 끌었다. 그들의 관념이 공동체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변한 것이다. 2010년대부터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등의 재테크 서적이 1위를 하다가 [시크릿] 유의 서적이 상단을 차지했다. 자기계발 분야에서 기술적 계발을 넘어서 정신적 계발로 전환됐다. 지금은 [불편한 편의점], [마음세탁소] 등 현실에서 없는 일을 다루는 서적이 잘 팔린다. 평범한 보상체계가 붕괴하고 사회적 약속이 깨지니까 삶을 사는 게 너무 힘든 것이다.”

민주당의 신념이 청년층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얘긴가?

박_“민주당의 절대 지지층인 40·50세대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우위에 있다고 여길 거다. 하지만 곧 진보의 썰물 시대가 온다. 민주당의 신념은 청년층과 괴리가 크다. 민주당이 볼 때 노동은 정규직이어야 한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때 유감없이 드러났다. 공무직들을 무기계약직으로 바꿔서 정규직화시켰다. 그 결과 20·30세대 정규직 티오(T/O)가 줄었다. 그래서 청년층이 비판하자 중년의 진보 논객들은 이들더러 이기적이라고 반박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실제로 만난 청년들은 어떻던가?

박_“흥미로운 건 현재 청년층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노동 유연화를 먼저 얘기하고 나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오랜 이데올로기에 입각하면 노동자 권익은 정규직을 해야 지켜진다. 그런데 20대는 비정규직화와 유연성을 얘기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청년 보수로서 이 영역을 파고들어야 한다. 사회 체제에 맞게 살아온 사람들, 성과를 내면 보상받는다는 기본 명제를 믿는 사람들, 평범한 사람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

이_“단순히 선거 유세 때 우리 정치를 믿어달라고 떠들어봐야 소구력이 없다. 청년층은 진보도 싫고, 보수도 싫다고 한다. 다들 중간에 모여 있다. 그래서 보수 세미나를 하면 저는 국민의힘이 보수를 포용하는 중도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발 공감을 먼저 하고 정론을 말하자”

그간의 보수 정치 세력의 태도는 어떠했나? 담론도 좋지만 태도가 문제라는 의견도 많다.

박_“공감을 먼저하고 정론을 말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당은 공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용산 이태원 참사에서 특히 그랬다. 민주당이 이상한 행동을 해도 얼마간 용인되는 이유가, 그들은 일단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때문이다.”

이_“민주당은 ‘우리를 믿어달라, 우리가 욕은 먹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도울 거다, 유족의 아픔에 공감할 거다.’ 이런 유의 코스프레를 한다. 감정적 동요를 일으켜서 지배하려는 것이다. 보수는 이것조차 못 했다.”

이번에 선거를 치렀다. 유세 현장에서 느낀 국민의힘의 문제가 뭐라고 보나?

박_“1980년대 우리나라 국민 중에서 자신을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비율이 80%였다. 자신의 미래가 밝을 거라 생각했고, 그 미래를 약속한 보수 정당을 지지했다. 이제 국민들은 그런 미래를 믿지 않는다. 성장시켜주겠다, 발전시켜주겠다는 공약을 유권자들은 체감 못 한다. 그보다 민주당의 25만원을 믿는다. 민주당은 얼마 준다는데 너희는 얼마 줄 거야, 그런 얘기를 현장에서 참 많이 들었다. 우리가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은 많다. 그중에서도 보수가 미래를 열어주겠다는 신뢰를 잃은 게 가장 뼈아프다.”

이_“우리 당은 뭔가 하려고 노력은 했다. 그런데 유권자 입장에선 아무 감흥도 없고 어필도 안 됐다. 반면 야권에 대해선 ‘이재명과 조국이 범죄자인 건 알겠다. 그런데 돈을 주겠다고 하고 생활 물가에 대한 문제점이라도 지적하지 않느냐? 너희는 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는 게 유권자들의 반응이었다. 4년 전 우리는 재난지원금에 밀렸다. 지금은 25만원 공약에 졌다. 그러면 우리가 그걸 몰랐겠느냐? 알았다. 알면서도 환상에 빠져 있었다. 국민들이 다시는 속지 않을 거라고. 포퓰리즘이 나쁘다는 거 안다. 그런데 일단 이겨야 이상향도 논할 수 있다.”

그것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책임 아닌가? 왜 ‘한동훈 책임론’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나?

이_“첫목회 안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간단하게 현상만 보자고 했다. 당에서 한 전 위원장 복귀를 반대하는 논리는 딱 두 가지다. 패장은 안 되고, ‘초짜’(정치 신인)는 안 된다는 거다. 언제부터 이 두 가지가 한국 정치에서 불출마 사유가 됐나? 이재명 대표는 대선과 지선(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했다. 하지만 원내에 진입해 당 대표가 되고 총선을 지휘해 이겼다. 초짜는 안 된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유일무이한 사례가 있다. 조국 대표는 언제 선거를 치러보고 당을 창당했나? 그래서 다른 이유를 갖고 오라고 했다. 그런데 없더라. 한동훈이란 사람이 감정적으로 싫은 거다.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패배 책임을 한 전 위원장으로 몰아가려 할 때 인간적으로 싫은 건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첫목회를 친한 조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재영 간사_“이것만 보면 된다. 우리는 굵직한 이슈에서 한 전 위원장과 대척점에 있다. 우리가 요구한 집단지도체제를 한 전 위원장은 반대한다. 우리는 전대 룰에서 5대 5를 주장했는데, 이조차도 한 전 위원장은 반대한다. 만일 한 전 위원장이 단일지도체제의 대표가 돼서 혼자서 모든 걸 쥐고 당을 장악하려는 생각이라면 우리가 반대한다.”

“한동훈 불러낸 건 첫목회 아닌 친윤 세력들”


▎이승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평범한 보상체계가 무너지면서 우리나라 청년세대가 집단적인 무기력함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언론에서 친한으로 오해받을 발언들을 한 건 사실이지 않나.

이재영 간사_“인정한다.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올 거 같다고 처음 발언한 게 우리다. 그런데 다른 목적은 없었다. 방송 패널로서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거라고 관측한 거다. 사실 ‘한동훈 리턴’에 불을 붙인 건 홍준표 시장이나 이철규 의원 등 당내에서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 덕분에 이슈가 재 점화돼서 한 전 위원장의 복귀가 가시화됐다.”

이_“초기만 해도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안 나오리라 믿고 책임론 씌우면 그만이라고 판단했을 거다. 그런데 스토리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동정심 유발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고 윤석열 대통령도 그랬다. 대중은 핍박받는 자를 응원한다. 당이 ‘한동훈 책임론’으로 가니까 동정 여론이 일어났다. 오히려 총선에서 한 전 위원장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했으면 반대 기류가 생겼을 거다. 선거에서 진수장을 누가 옹호하겠나?”

윤-한 갈등을 부추겨 이익을 얻는 세력이 있다고 했다. 내부의 세력인가, 외부의 세력인가. 정확히 무슨 뜻인가?

박_“당에는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간 기득권을 누려온 세력이 있다. 그들은 윤-한 갈등을 이용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현재 우리는 패배한 상황이다. 그 원인은 당정 관계가 깨진 데 있다. 지난 2년간 측근 그룹으로 당내 영향력을 행사한 세력이 퇴장해야 하는데, 그게 싫어서 한 전 위원장에게 책임을 씌우고 살아남으려는 시도가 있는 것이다.”

“용산, 기재부 출신 관료주의에 물들었다” 직격


▎박상식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더 이상 국민들이 보수가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를 믿지 않게 된 것이 총선 패배 원인 중에서 가장 뼈아프다고 밝혔다.
여당과 한 전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예상한다면?

박_“우리가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한 것은 지난 2년간 당정 관계에서 국민의힘의 무기력한 모습에 국민들이 실망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에선 용산과 각을 세운 사람만 총선에서 살아남았다. 이제 용산에 할 말은 하고 협력할 땐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된다면 진정한 정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당정, 여야 등 복잡한 관계를 다 풀어가야 한다.”

이_“한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수락했을 때 배지는 안 달겠다고 해서 박수를 받았다. 지금도 이 당을 살리는 것에만 올인하고 대선에는 관심 없다고 하길 바란다.”

대통령실 분위기는 어떤가? 경직된 모습에 등 돌린 국민들이 많다.

이_“대통령실을 처음 구성할 때 모두가 검찰공화국이라고 했다. 그런데 제가 인사기획관실, 정무수석실에 들어가 보니 꼭 그렇지만 않았다. 요직에 있는 검찰 출신은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었는데 그들이 선거 공신이라는 건 모두가 알았다. 이 외에 윤재순 총무비서관, 복두규 인사기획관은 고졸 출신 수사관으로 공직사회의 신화 같은 분들이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뭐였냐? 기획재정부다. 모든 요직에 기재부 출신이 있다. 돈을 만지는 부처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엘리트 관료주의에 찌들어 있는데, 기재부는 자기들이 최고 엘리트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들의 지상과제는 실수하지 않고 욕먹지 않는 거다. 김대기 초대 비서실장, 한덕수 국무총리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대통령실이 관료주의에 물들어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못 했다고 본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대통령 탄핵론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인데. 이에 어떤 입장인가?

이_“우리는 당정 관계가 종속되면 안 된다는 것이지, 민주당이 불을 붙이는 탄핵론 싸움에 대해서는 당정 할 거 없이 철저하게 일치단결해야 한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은 빌드업을 위해 ‘청와대에 비아그라가 반입됐다’, ‘청와대에서 굿을 하고 팔선녀가 목욕탕에서 회의한다’, ‘세월호는 인신공양한 거다’, ‘정유라가 박근혜 딸이다’, ‘최순실이 300조를 벌었다’ 등 사실도 아닌 온갖 추문으로 정권을 공격했다. 그중에 탄핵 사유로 채택된 의혹이 하나라도 있던가? 민주당은 그때 그 맛을 떨치지 못한 거다. 우리나라는 80년 체제 이후로 정권 이양을 평화적으로 해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결코 평화적이지 않다. 그들이 탄핵을 얘기하는 순간 그들을 국가전복세력으로 규정해야 한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407호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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