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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 식품업계 상생·ESG 경영 현장(3)] 복지 사각지대 해소 앞장서는 hy 

65세 이상 5명 중 1명… ‘홀몸노인 돌봄활동’ 눈길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1만여 명 프레시 매니저 네트워크 앞세워 ‘주민 지킴이’
1994년 시작한 지역 밀착형 선행 활동 올해로 30년째


▎서울 양천구에서 활동 중인 hy 프레시 매니저가 혼자 거주하는 어르신을 찾아 유제품을 배달하고 안부를 살피고 있다. / 사진:hy
대구광역시 수성구에서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하는 박규량 씨는 지난해 6월 평일 이른 아침 고객에게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병원에 갈 예정인데, 제품을 일찍 전달해줄 수 있겠느냐”는 65세 고객 홍지윤 씨의 전화였다.

평소와 다른 부탁에 서둘러 홍씨 집을 찾은 박씨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열린 문 너머로 쓰러진 홍씨를 발견한 것. 가쁜 숨을 몰아쉬던 홍씨는 “택시만 불러달라”고 부탁했지만,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박씨는 자신의 차량에 홍씨를 태워 즉시 병원으로 이송했다. 박씨의 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넘긴 순간이었다.

박씨는 “혼자 지내는 어르신의 상태가 좋지 않았고 119를 호출해도 저보다 병원에 빨리 도착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없었다”면서 “다른 프레시 매니저였어도 저처럼 판단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hy가 ‘홀몸노인 돌봄활동’ 등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00만 명 이상이다. 이 중 1인 가구는 전체의 약 21%인 197만여 명으로, 노인 5명 중 1명이 혼자 거주하는 셈이다.

고독사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한 이는 3378명으로, 국내 전체 사망자의 1.1%에 달했다. 이는 2017년 대비 1000여 명 늘어난 것으로, 연평균 10%씩 증가한 셈이다.

hy는 고독사 문제가 대두되기 전인 1994년부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을 위한 ‘홀몸노인 돌봄활동’을 기업 차원에서 펼쳐왔다. hy가 지난 30년간 전국 지자체, 관공서 등과 손잡고 벌인 지역밀착형 선행 활동은 이제 국내 대표 민관협력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hy의 이러한 선행은 전국 1만1000여 명의 프레시 매니저 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하다. 프레시 매니저들은 매일 유제품을 전달하면서 홀로 지내는 노인의 건강과 안전을 확인한다. 홀몸 어르신의 안부 확인 외에도 일상 속 ‘주민 지킴이’로 활동하는 프레시 매니저 사례도 많다. 관할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아동 지킴이, 안전 지킴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대전 중리동에서 활동하는 서홍경 프레시 매니저가 대표적이다.

프레시 매니저 활동 21년차인 서씨는 관할 지역 내 100여 명의 홀몸 어르신을 케어하면서 이상 징후를 캐치하는 눈썰미가 생겼다. 늘 아동, 노인 등의 실종 문자를 예의주시하는 서씨는 거리를 헤매는 어르신을 발견해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경찰과 가족에게 인계하기도 했다.

고독사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hy를 찾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처럼 어르신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서다.

소시민 참여형 기부 문화 조성에도 공들여


▎hy가 서울시청 시민청 입구에 조성한 ‘기부하는 건강계단’. 시민들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기부금이 적립되는 참여형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hy가 매년 이용자당 10원씩의 적립금을 기부한다. / 사진:hy
hy는 생활 속에서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건강한 기부 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hy가 국내 최초로 기획한 ‘기부하는 건강계단’ 등을 통해서다. hy는 2014년 서울시청 시민청 입구에 이 계단을 만들었다. 시민들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기부금이 적립되는 참여형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hy가 매년 이용자당 10원씩의 적립금을 기부한다.

기부하는 건강계단은 시민들이 발을 내딛는 계단에 다채로운 가야금 소리가 울리고 조명에 빛이 들어와 이색적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생활 속 건강 습관을 장려하고, 계단 이용 재미는 물론 이용자 수만큼 후원금도 지원하는 활동이라는 게 hy의 설명이다.

hy는 해당 시설 설치 이후 이용자가 급증하자 2015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 2호 건강 계단을 추가 조성했다. 이후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후원에 나섰고, 서울 16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오정화 서울시 건강증진과 주무관은 “기부하는 건강계단은 hy의 지원을 받아 현대인에게 건강한 습관을 장려하고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나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hy의 기부금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 노인을 위해 사용된다. 서울시에서 지정한 홀몸 노인 300명을 대상으로 고독사, 결식, 주거 문제 등 예기치 못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관계망을 지원한다.

올해로 운영 10년째를 맞이한 기부하는 건강계단 누적 이용자 수는 약 1300만 명이다. 서울 고속터미널역에 설치된 건강계단을 합치면 1700만여 명에 달한다.

각 복지기관 주관으로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분야를 포털 사이트 플랫폼에 게시하고, 기부를 통해 모인 금액을 홀몸 어르신을 포함한 취약 계층 처우 개선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서울특별시립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을 시작으로 전국 50개 처와 함께했다.

hy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인 사업 금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수혜 인원만 3000명이 넘는다. hy는 모금액의 최대 30%를 추가 지원해 사업을 돕는다.

최동일 hy 홍보부문장은 “hy만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꼭 필요한 복지를 지원하는 등 함께 사는 건강한 사회를 건설할 것”이라고 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07호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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