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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특별취재] 특별자치도 출범 1년 강원도, 어떻게 변했을까 

자치권 확대로 사업 들썩… ‘다이내믹 강원’ 실감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41년 숙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등 굵직한 현안 모두 스타트
역대 최고 수준 확보 예산 앞세워 지역민 체감 정책 대폭 확대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해 41년간의 숙원사업이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첫 삽을 떴다. 사진은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조감도. / 사진:강원특별자치도청
"오늘은 강원특별자치도의 첫돌 잔칫날입니다. 이제는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바로 오늘이 도민의 날입니다.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세계는 바야흐로 AI시대입니다. AI는 반도체입니다. 반도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감자만 팔던 강원도는 이제 잊어주십시오.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수소산업까지 이제는 미래 산업 도시로 갑니다.”

6월 11일 오전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회 도민의 날 경축행사에서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는 지난해 6월 11일 강원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 기쁨을 그냥 누리기는 아까웠던 것일까. 7월 8일이던 강원도민의 날을 아예 6월 11일로 변경했다. 조선 태조 때 강원도라는 세 글자로 불린 이후 무려 628년 만에 일곱 글자 강원특별자치도가 탄생한 것을 기념해 과감하게 바꾼 것이다.

인구 155만 명의 강원도는 국내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인구는 적지만 면적은 경상북도에 이어 두 번째로 넓다. 대부분의 면적이 산지라서 개발에 제한을 받아왔다. 강원도가 대한민국 관광 1번지가 된 사연이다. 하지만 특별자치도가 됨으로써 자치권이 넓어져 개발을 가로막던 족쇄가 풀렸다. 도민들이 기뻐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날 춘천에 자리한 강원특별자치도청은 축제 분위기였다. 늦은 오후 시간인데도 청사 곳곳에서 활력이 느껴졌다. 본관 뒤에 자리한 의회 건물에도 강원자치도의회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뭔가 일이 되어가는 기운과 생동감이 느껴졌다.

“67년 된 낡은 청사 이전 소원 풀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등의 메가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 사진:강원특별자치도청
도 청사를 오고 가는 직원들의 표정도 밝았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에 발맞춰 지역 숙원사업 중 하나인 도 청사 이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신청사 건립 사업 계획의 핵심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투자심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1957년 준공 이후 무려 67년이 지나 안전등급 D등급인 낡은 건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 3월 4995억원을 들여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에 총 11만4000㎡ 규모의 신청사를 건립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진행 중인 이전 예정 부지 감정 평가 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고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토지 보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신청사 건립으로 이주하게 될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춘천시 동내면 사암리에 별도의 이주택지도 조성하고 있다.

신청사 디자인 작업도 속도가 붙었다. 하반기에 신청사 ‘건축 설계 공모’를 거쳐 당선작을 최종 선정한다. 이후 기본·실시 설계 과정을 거쳐 2년 뒤인 2026년에 착공해 2029년 상반기에 준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원특별자치도 관계자는 “도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청사를 짓는 것이 목표”라면서 “도의 상징이자 도민 소통의 중심으로 강원특별자치도의 새로운 100년을 이끌어갈 신청사 건립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원특별자치도를 이끄는 수장은 김진태 지사다. 2022년 7월 도지사에 취임한 그는 지난해 5월 ‘강원특별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비로소 제대로 된 도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환경·군사·산림·농업 등 4대 규제 관련 주요특례 적용으로 지역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김 지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승격 이후 도청사 이전과 강원특별자치도 제2청사 개청,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 등 굵직한 지역 숙원사업을 일사천리로 추진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1년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가장 큰 변화는 지난해 11월 첫 삽을 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다. 무려 41년이라는 기나긴 기다림 끝에 이룩해낸 인고의 성과물이다. 1982년 10월 최초 계획된 사업이지만, 국립공원 안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는 이유로 환경단체 등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야만 했다. 2015년 9월 내륙형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이후에도 환경영향평가 부동의와 행정 심판 등 지체와 추진을 반복했다. 양양 오색그린야드호텔 인근 오색 하부 정류장에서 설악산 끝청 하단 상부 정류장까지 3.3㎞ 구간을 운행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내년 말 완공과 시험 운행을 거쳐 2026년 초 상업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대 최고 9조5892억원 예산 확보


▎김진태(왼쪽) 지사와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10월 26일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발전 협력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강원특별자치도청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관광 강원’의 입지를 한층 더 탄탄하게 할 전망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케이블카 조성 사업을 계기로 해양관광 콘텐트 개발과 연관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동해안 관광 특성화 전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정일섭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장은 “지역 관광 거점 도시 조성 사업 등에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그동안 좋은 성과를 이뤄낸 치유관광(웰니스), 워케이션 등 지역 특성화 관광 상품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통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지난해 국비 9조원 시대를 열었고, 올해는 역대 최고 수준인 9조5892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당초 정부안 대비 725억원이 증가한 액수다. 김진태 지사는 이렇게 확보한 예산을 바탕으로 민선 8기 주요 정책 방향인 민생 경제 안정, 일자리 창출, 글로벌 관광도시 조성 등을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선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제 지형을 바꿀 큰 그림을 살펴보자. 김 지사는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수소, K-연어 등 5대 첨단 산업을 중점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춘천 ‘기업혁신파크’다. 춘천시 남산면 광판초교 일원에 368만㎡ 규모로 들어서는 기업혁신파크는 기존 기업도시와 비교해 각종 규제는 더욱 완화하고 인센티브는 강화한 ‘규제 자유 특구’다. 창업 시 법인세를 100% 면제하고, 이전 기업에는 50%를 면제해 준다. 총 936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기업혁신파크 조성사업은 민간 주도 복합개발방식을 통해 올해부터 2029년까지, 2030년부터 2033년까지 2단계 과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4월 인공지능(AI) 분야와 관련해 전국 최초로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기로 한 강원 인공지능 헬스케어 글로벌 혁신 특구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AI 기반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인증·사업화·해외 진출 등을 통합 지원하는 것은 물론 법률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의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적용되는 특구다. 이와 관련해 춘천과 원주 등 디지털 헬스케어 및 정밀 의료산업이 발달한 도시들과 적극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역대 최고 수준 예산 확보는 지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재원으로 쓰여질 계획이다. 강원의 미래를 위해 ‘첨단 산업 육성’과 ‘복지 증진’에서만큼은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지사의 도정 운영 철학이다.

이에 따라 올해 도정 사상 처음으로 사회복지 예산 3조원 시대를 열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주요 재원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원도가 내놓은 ‘육아기본수당’ 지급 등에 활용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우선 기존 출생 후 4년까지만 지원하던 육아기본수당을 만 8세 미만까지로 확대했다. 아이 한 명당 8년간 약 1억원, 연봉으로 치면 1100만원 이상의 수당을 지급받는다. 타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8년간 3000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들도 눈에 띈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청년창업자금 무이자 대출이 대표적이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밖에 청년 구직 활동을 돕기 위한 취업 준비 쿠폰 지원, 근로 청년 목돈 마련을 위한 디딤돌 2배 적금, 정규직 취직 지원사업 등의 정책을 바탕으로 지역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명 시대를 맞아 외국인을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할 ‘동반자’로 활용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강원특별법 특례에 지역 실정을 고려하는 한편 다른 지역과 차별화한 정책을 담아 외국인들이 찾아오고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 외국인 산업 인력이나 유학생의 체류·거주 지역 등을 도내(道內)로 한정하는 강원형 비자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내 대학에서 이공계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실적이 우수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영주 자격 요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완화·면제해 주는 외국인 우수인재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폐광촌 ‘고용위기지역’ 지정 신청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3월 28일 태백장성광업소를 찾아 일일 광부 체험을 하고 있다. / 사진:강원특별자치도청
강원에 낭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 활성화되는 산업이 있으면 쇠퇴하는 부문도 있기 마련이다. 한때 아시아 최대 규모 탄광으로 꼽히던 태백 장성광업소가 6월 말 문을 닫는다. 내년 6월에는 삼척 도계광업소가 폐광을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해 태백에서만 876명, 삼척에서는 1685명의 대량 실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태백과 삼척에서 각각 3조3000억원, 5조6000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에 따라 대량 실직 등이 불가피하게 된 도내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도 다각도로 추진한다.

우선, 장성광업소 퇴직자 416명을 대상으로 취업 알선과 직업 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5월 말 이들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해 놓았다. 강원특별자치도 관계자는 “폐광지역의 힘든 현실을 반영해 정성 평가에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조속한 통과를 목표로 2025년도 국비 확보를 통해 조기 폐광지역의 대체 산업 육성을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발판 삼아 대규모 SOC 등 수조원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받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별도로 도 차원에서 폐광지역 재생 방안 마련에 모든 행정력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청정 메탄올, 티타늄 등 핵심 광물과 경석을 활용하는 대체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한편, 폐기물로 취급되던 석탄 경석을 산업자재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에 이미 담아 놓았다. 최근 ‘석탄 경석 규제 개선 업무 협약식’을 개최해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들 지역의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동서 6축 도로의 마지막 구간인 ‘영월~삼척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강원랜드 활성화도 중점 사업으로 추진

폐광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를 활성화하는 사안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한다. 강원랜드는 2000년 개장 이후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라는 이점으로 지역 성장을 일궈왔다. 하지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도박 중독자 양산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매출총량제’를 도입해 관리·감독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특별자치도는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에 카지노 인허가를 비롯한 운영·관리권 등 모든 권한을 이양받아 강원랜드 운영에 족쇄가 되는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폐광지역 규제 개선과 권한 이양 특례를 담기로 했다. 강원특별자치도 관계자는 “강원랜드를 사행산업 매출총량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대신 카지노 초과 수익금을 폐광지역에 재투자함으로써 지역 관광과 폐광 대체산업 등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원특별자치도로 새출발한 지난 1년은 민선 8기 3년 차를 맞이하는 김 지사에게도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 김 지사는 “민선 8기를 농사일에 빗댄다면 1년 차는 ‘논갈이의 해’였고, 2년 차는 씨앗을 틔우는 ‘파종의 해’로 도전했던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했다”며 “3년 차인 올해는 ‘모내기의 해’로, 계속되는 정책적 도전으로 도민과 함께 성장하는 특별자치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의 발언에서 특별자치도 2년 차에도 속도전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07호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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