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Home>월간중앙>사람과 사람

[이슈인터뷰]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말하는 초광역 행정 통합의 미래 

“일본도 못 한 광역지자체 통합으로 국가 위기 돌파하자”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권한·제도 부여하면 ‘지방 스스로 문제 해결하는’ 시스템 구축돼”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정부 중심으로 국정 패러다임 바뀌게 될 것”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6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행정 개편은 행정 구역과 생활권 불일치에서 오는 불편을 해소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대구·경북 행정 통합 발표에 부산시와 경남도는 선수(先手)를 빼앗긴 기분이 들 법하다. 당초 부산시와 경남도는 올 연말쯤 행정 통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부산과 경남은 교통과 환경 등 시·도 공동 사무를 처리하는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및 초광역 경제 동맹을 구성, 운영한 경험이 있다. 내친김에 행정 통합에 나설 참이었다가 난데없는 대구·경북 통합론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나아가 초광역 행정 통합의 재정적·행정적·제도적 효과도 대구·경북에 선점당할 처지에 놓였다. 오는 9월까지 부산·경남 간 통합 모델을 발표키로 하는 등 추격의 고삐를 단단히 죄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은 “대구·경북 통합은 대한민국 행정 체계 개편의 아주 좋은 사례”라며 “대구·경북발(發) 행정 통합론이 전국 광역지자체 간 연대와 통합의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우동기 위원장은 “광역지자체들 사이에 통합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광역지자체 간 행정 통합은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현행 행정구역은 일제강점기 신작로(新作路)를 중심으로 개편된 권역에 기초하고 있다. 그 뒤로 곳곳에 고속도로망이 깔렸고, 무수한 다리가 놓였으며, 거미줄 같은 터널이 뚫렸다. 그 결과 행정 구역과 경제 상업권의 불일치가 발생했다. 행정구역과 생활권 불일치에서 오는 불편이 너무 컸다. 인접하는 지역 간 갈등도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이제 대구·경북 500만, 부산·울산·경남 700만 등 메가시티가 도시 경쟁력 확보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인구 감소, 지방 소멸은 국가적 위기상황을 부를 수 있다. 나아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행정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됐다.”

이 문제에 임하는 윤석열 정부의 각오를 설명한다면?

“대구와 경북 행정 통합은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저출산, 지역 불균형, 지방 소멸, 수도권의 과도한 경쟁압력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된다. 정부가 이런 움직임을 지원하고, 권장하는 이유다. 그러자면 지방이 주도하는 균형발전이 가능하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 메가시티, 메가 리전 등의 개념도 대도시와 주변 지역이 동반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소멸 지역에 의료, 복지, 교통 등 사회기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구상과 결부된다. 경북 북부와 충북 내륙은 소멸 위기 압력이 아주 큰 곳이다. 이들 지역을 대도시권으로 묶어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는 게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 정책의 요체다. 광역 지자체 통합이 이뤄지면 후속 작업으로 기초지자체 통합도 가능해진다. 행정통합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위기를 돌파하는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김포의 서울 편입 구상이 행정 통합 촉발”


▎지난해 11월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가운데) 대통령과 우동기(오른쪽 둘째) 지방시대위원장 등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에 연방제에 준하는 권한을 주라고 지시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나?

“지방에 권한과 제도를 부여해 스스로 지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정부 중심으로 국가 운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물론 연방제에 준하는 권한을 지방에 주자면 헌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그것과 별개의 차원에서 국가 경영 시스템을 지방분권형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그 첫째 방안이 지방정부를 경쟁력을 갖는 규모로 키우는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론은 갑자기 불쑥 수면 위로 떠오른 느낌인데.

“홍준표 대구시장이 중국 출장을 다녀와서 생각이 바꿨다. 홍 시장은 2022년 대구시장 취임 당시만 해도 대구와 경북의 통합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대구의 자매도시인 중국 청두시를 최근 방문했는데 거기 인구가 대구의 10배나 되는 2500만에 달했다고 한다. 인구가 경쟁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인구 500만의 거대 도시가 된다. 대구와 경북은 민선 7기 단체장 시절 통합 관련 공론화 성과를 축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밀어주면서 대구·경북 통합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대구·경북 통합을 홍 시장의 차기 대선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균형발전 이슈에 정치적 득실이 개입됐다는 비판이다.

“저는 대선 포석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홍 시장은 2017년 대선에 출마한 적이 있고, 2022년 대선에서도 국민의힘의 유력한 후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다음 대선과 관련해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고자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제안했다고는 절대 보지 않는다.”

이 통합안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더라.

“거대도시 협력 내지 연결 체계인 메가 리전이든, 메가시티든 도시 간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한국에서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제기된 김포시의 서울 편입 아이디어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저는 당시 김포의 서울 편입 구상이 우리나라 지방정부 간 통합의 물꼬를 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파장이 대구·경북 행정 통합으로 번졌고, 이제 전국 주요 광역지자체 통합이라는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했다.”

“다른 시·도 단체장들도 대구·경북 통합 찬성”


▎지난해 7월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는 ‘부·울·경 정책협의회’와 ‘초광역 경제동맹’을 출범시켰다. / 사진:연합뉴스
대구·경북 통합론이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그래서 정부가 적극 지원하려는 것이다. 이게 하나의 벤치마킹 사례가 돼서 지방소멸시대를 대비하는 행정 체제를 갖추는 데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자신들에게 돌아올 파이가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여타 시·도가 대구·경북 통합에 난색을 보이진 않겠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행정 통합은 지방행정구조를 업그레이드한다. 더 많은 국세를 지방세로 더 많이 전환하게 되고, 지방교부세 규모도 늘어난다. 통합은 상향 평준화를 동반한다. 다른 시·도 역시 통합 대열에 합류하고자 할 것이다. (또 통합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우려가 도리어 통합 촉진제 기능을 할 수도 있다. 또 시·도 통합은 엄청난 규모의 행정 비용 절감도 가져온다. 그만큼 통합 시·도가 가져갈 몫이 증가한다. 통합은 이익을 보장한다.”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안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게 쉬울까?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통과하는 문제는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메가시티나 행정 통합은 국가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금 다른 시·도 단체장들도 대구·경북 통합이 꼭 성사되기를 기대하더라. 대구시와 경북도는 올해 내 관련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에 넘길 것이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국회를 통과해서 2026년 지방선거를 통해 통합 지자체가 출범하게 될 것으로 본다.”

2020년 대구·경북 통합 관련 공론화 과정을 보면 지역 주민들조차 통합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건 아니었다. 통합에는 지역민의 염원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나?

“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대구 쏠림 현상을 우려해 통합에 반대하는 기류도 있었다. 그래서 대구·경북 전체적으로 통합 찬성률이 절반에 못 미쳤다. 당시에는 통합 관련 정책 홍보도 제대로 안 된 시절이다. 충분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50% 가까운 찬성률이 나왔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앞으로는 찬성 여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주민투표를 하면 확실히 올라갈 것이지만 비용이 한 600억원 정도 소요된다. 그래서 주민투표 대신 여론조사와 지자체 의회 의결을 거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행정 통합을 추진하려는 시·도에 통합의 팁을 준다면?

“지방정부가 그들이 가려는 방향에 걸맞은 계획과 관련법 초안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행안부는 그걸 받아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해당 지자체에 맞춤형 자치 권한을 부여한다. 이게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의 핵심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우를 보자. 관련 특별법을 강원도가 만들었고, 총리실 중심으로 각 부처 이해관계를 조정해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지원했다.”

“재정, 권한 분배 매뉴얼 각 시·도에 제시할 것”


▎지난해 11월 세종시에서 충청권 시·도지사들이 ‘충청 정부연합 규약’ 합의문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당장 광역지자체 간 통합 절차에 대한 규범이 없지 않나?

“맞는 말이다. 광역시·도 통합과 관련된 업무 중 일부는 헌법 개정 사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헌법 개정을 마냥 기다릴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기존 헌법의 틀 속에서 권한과 재정을 넘겨주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선은 현행 헌법 틀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자 한다. 현행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도시·군·구 통합 절차는 규정하고 있지만, 광역 지방정부에 대한 절차는 논하지 않는다. 그 법을 만들 때만 해도 광역시·도 통합에 대한 상상을 못 한 것이다. 지방정부에서도 행정 통합까지는 생각을 못 하고 그 전 단계인 광역 정부 연합을 추진됐다. 부산·울산·경남 등 부·울·경 공동 사무를 주관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가 구성되기도 했고,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 4개 시·도 역시 초광역 공동사무를 담당할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지방정부연합 출범을 서둘렀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광역 지자체 통합까지 가능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 구상은 각 시·도에 상당한 충격을 준 듯하다. 당장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조만간 만나 행정 통합을 포함하는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시·도 통합의 규범이 될 법률은 준비되고 있나?

“광역 지자체 행정 통합을 촉진하는 법이 앞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관련 법이 제정되면 통합에 대한 기대효과에 힘입어 상향식 통합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다. 시·도 통합과 같은 일은 중앙정부가 이끌어 갈 사안이 아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 통합 이후 주민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면 된다. 통합에 관련된 재정과 권한 분배에 관한 매뉴얼을 각 시·도에 제시하는 방식이다. 그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자발적으로 진로를 모색하는 상향식 통합 논의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5월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를 만든 것도 그런 구상의 일환이다.”

현행 3단계 행정 조직(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을 2단계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나?

“대구와 경북을 통합하면 통합광역단체장만 선출하고 시장, 군수, 구청장 선거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데 그건 아니다.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현행 헌법의 틀 속에서는 기초정부(기초지자체)는 그대로 둬야 한다. 6월 4일 회의에서도 대구와 경북이라는 광역지자체만 통합하기로 했다.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구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고 그대로 간다. 하지만 행정 단계 축소는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사안이다.”

“행정 통합 필요성 30년 전부터 제기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3단계 행정 구조를 2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은 장기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좁은 국토에 굳이 광역과 기초 지자체를 따로 둘 필요가 있을까?

“그런 문제의식은 김영삼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 3단계 행정 조직을 국가와 지방, 이렇게 2단계로 줄이자는 검토가 있었다. 42개, 43개, 62개 등 전국 지방 행정구역 숫자까지 제시됐다. 당시 43개 안이 유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1995년 제1회 전국 4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계나 언론계에서 지방선거를 연기하고 행정 통합부터 하자고 나섰다. 현행 3단계로 선거부터 하면 단체장 이해관계로 인해 행정 통합은 영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 전면 시행은 김대중 당시 야당 총재의 단식 투쟁의 성과물이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도 임기 내 지방자치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일부 시·군을 통합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래서 전국 단위의 행정 통합은 물 건너가게 됐다.”

일본의 경우 광역 지자체 수가 꽤 많다고 들었다.

“일본도 도도부현(都道府縣)이라고 해서 47개의 광역지자체가 운영된다. 기초지자체(市町村, 시정촌)는 3700개를 1700개로 줄였지만, 광역지자체는 손을 못 대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는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다. 이번에 대구·경북이 행정 통합에 성공하면 일본의 광역지자체 통합 논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407호 (2024.06.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