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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2024 올림픽 경기장으로 변한 파리 명소들(2) 

단두대 처형장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3인조 농구를… 

파리 시청이 마라톤 출발지, 베르사유 궁전이 반환점
융성했던 문화유산 세계인에 노출시켜 문화강국 강조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알레상드르 3세 다리. 다리 아래 센 강에서 철인3종 중 수영 경기가 열린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아래 센 강에서는 철인3종 중 수영 경기가 열린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Pont Alexandre III)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하여 1896년 러시아의 알렉상드르 3세가 초석을 놓았고 1900년 완공됐다. 아르누보 양식의 가로등이 아름답게 다리 난간을 따라 장식된 길이 160m 폭40m의 보자르 건축 양식의 다리다. 센 강 좌안의 앵발리드 광장과 우안에 위치한 그랑 팔레를 잇고 조금 더 나가면 샹젤리제 대로에 접한다. 다리의 양끝 네 곳에 높이 20m의 거대한 석조 기둥이 있고 맨 위에는 금박의 대형 페가수스(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날개 달린 말) 조각상이 있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해 질 무렵 멋진 저녁노을을 이따금 볼 수 있다. 파리 여행 때는 이곳에서 인증 샷을 남겨야 할 정도로 관광명소다.

콩코르드(Place de la Concorde) 광장에서는 스케이트보딩, 3인조 농구, 브레이크댄스, 자전거 BMX 프리스타일 경기가 열린다. 콩코르드 광장은 사통팔달 파리의 중심적 광장으로 보주 광장(Place des Vosges), 도핀 광장(Place Dauphine), 빅투아르 광장(Place des Victoires), 방돔 광장(Place Vendôme)과 함께 파리의 5대 왕실 광장 중 하나이다. 서북쪽으로는 개선문이 있는 샹젤리제대로와 연결되고 동남쪽으로는 광장에 붙어 있는 튈르리 정원과 루브르 박물관으로 통한다. 북쪽으로는 오페라 극장과 마들렌 성당과 연결되며 남쪽으로는 센강 다리를 건너 국회의사당과 앵발리드, 오르세 미술관 쪽으로도 연결된다.

콩코르드 광장서 스케이트보딩과 3인조 농구


▎콩코르드 광장. 스케이트보딩, 3인조 농구, 브레이크댄스, 자전거 BMX 프리스타일 경기가 열린다
파리 상공인들이 루이 15세가 중병에서 쾌유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광장에 그의 기마상을 건립하고 루이 15세 광장(place Louis-XV)이라 불렀다. 프랑스혁명이 터진 후 루이 15세 기마상은 철거되었다. 이후 이 광장의 한복판에서 프랑스 대혁명의 무시무시한 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혁명파들은 이곳에 단두대를 설치하고 왕당파와 반혁명주의자들을 대거 학살했다.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의 상징이었던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하여 심지어 혁명파의 핵심 세력이었던 당통, 카미유 데믈랭까지 이곳의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 혁명의 지도자이자 공포정치로 수많은 사람을 단두대의 살육으로 몰았던 로베스피에르 자신도 이곳 단두대에서 광기의 끝을 보고 말았다. 무려 1100명 이상이 무섭고 처참하게 만인이 보는 데에서 처형당했다.

혁명을 최선두에서 이끌었던 이들 열혈남아 3명(로베스피에르, 당통, 데믈랭)은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30대였으며 변호사였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된 곳은 동판으로 표시해 놓았는데,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단두대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형집행관 상송(Sanson)의 발을 잘못 밟고 “무슈,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죽음의 공포에서 그녀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루이 필리프 왕 때 콩코르드 광장이 재건축되자 건축가 자크 이토르프가 총지휘를 했다. 1829년에 이집트로부터 선물 받은 23m의 룩소르 오벨리스크가 1836년 10월 5일에 광장 중앙에 세워졌으며, 두 개의 분수대와 프랑스 주요 지방을 우의적으로 상징하는 여덟 개의 여인 조각상이 광장의 가장자리마다 설치되었고 청동 조각품으로 만들어진 분수대와 뱃부리형 램프 기둥(rostral column)으로 콩코르드 광장은 예술적 풍취가 가득 차게 되었다.

광장은 정치적 배경에 따라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 루이 15세 광장에서 프랑스 대혁명이 터진 후에는 혁명광장(placede la Révolution)으로 개칭되었고, 혁명의 혼란 이후 화해의 표시로 콩코르드(Concorde: 화합) 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814년 부르봉 왕조 복원 이후 다시 루이 15세 광장으로, 1826년에는 ‘루이 16세 광장’으로, 1830년 7월 혁명 이후 지금까지 콩코르드 광장으로 불린다. 파리 8구에 위치하며 이곳을 지나는 지하철 노선은 3개나 있다.

콩코르드 광장 근처의 가볼 만한 곳은 튈르리 정원이 있다. 콩코르드 광장 동쪽에 붙어 있으며 센 강 오른쪽 기슭의 파리 1구에 있는 파리 시민들의 휴식처다. 루브르 박물관과 접해 있어서 박물관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이 이곳을 거쳐 가거나 쉬어 간다. 모네의 그림이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도 근처에 있다. 노년의 모네 때 프랑스 국무총리는 그의 친구 클레망소였다. 오랑주리 미술관에 그의 수련 연작이 평생 걸려 있게 된 이유다.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그림들도 있으나 인상주의 작품 대부분은 오르세 미술관에 있다, 팔레 루아얄도 가볼 만하다. 루이 13세 때의 재상 리슐리외 추기경의 저택이었으나 그의 사후 소유권이 왕궁으로 넘어가면서 루이 14세가 유년시절까지 보낸 곳으로, 18세기 파리에서 가장 번창한 상가들이 있었고 당시 가장 인기 좋았던 정원이 있다. 명예의 안뜰에는 프랑스 개념 미술가 다니엘 뷔랑이 제작한, 수십 개의 짧은 기둥으로 구성된 설치 조각이 옛 건물에 대비되어 사진 애호가들이 찾기도 한다.

유서 깊은 파리 시청은 마라톤 출발지


▎마라톤 경기는 약 700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건축물인 파리 시청에서 출발한다.
파리 시청(Hôtel de ville de Paris)은 파리 4구에 속한다. 센 강 우안 기슭에 위치한 파리시 청사의 첫 완성 연도는 1357년이다. 길이 143m, 높이18.80m, 양쪽 코너 파빌리온 높이가 26.80m이다. 전체는 직사각형 형태의 건물로16세기와 19세기에 네오 르네상스 스타일의 건축 양식으로 보수되었지만, 파리 코뮌 당시 화재로 전소되었다. 건물의 외부 네 면에는 136개의 조각상이 있는데 모두 프랑스의 역사적인 인물들로 지금의 건물은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내부는 르네상스 스타일과 벨 에포크(Belle Epoque) 스타일로 매우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올림픽 경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라톤 경기는 파리 시청에서 출발하여 베르사유 궁전의 반환점을 돌아서 앵발리드에 도착한다. 이 마라톤 루트는 1789년 10월 5일의 여성 행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10월 5일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 빵 부족을 항의하기 위하여 수천 명의 여성들이 빗자루, 쇠스랑, 칼, 총 등을 들고 베르사유 궁전으로 몰려갔다. 그 결과 루이 16세와 그의 가족은 파리로 최종적으로 강제 귀환하게 되었고, 이전에 거부했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 서명을 하게 된다. 1789년 10월 5일은 프랑스혁명의 ‘위대한 날’중 하나가 되었다.

파리 시청 바로 옆에는 BHV백화점이 있다. 1856년에 개장한 유서 깊은 백화점이다. 노트르담 대성당도 가 볼 수 있다. 2019년 화재로 공사 중인데, 올림픽 기간에는 외부 공개가 가능하다고 하며 내부 공개는 올해 말쯤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생트 샤펠 성당도 추천한다. 1248년에 완성된, 루이 9세가 수집한 성물(聖物)을 보관하기 위하여 지은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성당 내부는 성서 속 1134개의 장면을 묘사한 스테인드글라스로 4면의 높은 벽 전체를 다 덮어 장대한 크기와 아름다운 색깔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퐁피두센터도 빠뜨릴 수 없다. 에스컬레이터, 전기, 수도, 가스 파이프를 건물 외부로 노출시키고 철강 프레임과 통유리로 만들어 마치 화학공장 같은 특이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시장과 도서관, 영화관, 서점, 카페, 식당 등이 함께 있는 국립문화예술센터다. 20세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 조각, 그래픽, 사진, 뉴미디어 예술작품 등을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주로 20세기 혹은 현대 유명 작가나 특별한 주제로 기획전을 많이 한다. 1983년에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이 여기서 TV 약 400대를 지하층 바닥에 진열해 놓고 비디오아트 전을 했다. 퐁피두센터를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공동 설계한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는 서울 여의도의 현대백화점을 설계했다.

레알(Les Halles des forum)도 가볼 만하다. 지하철 노선 7개가 지나는 파리 최대 지하철 환승역인 동시에 포름 데 알(Forum des Halles)이라는 복합문화쇼핑몰이 있다. 영화관, 대형서점(Fnac), 각종 유명브랜드의 생활용품매장, 카페 식음료 가게가 있다. 근처 마레 지구(Le Marais)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이면서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부티크와 의류,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들이 즐비하다. 17세기부터 귀족과 부르주아들의 대저택이 있는 지역이다. 국립 고문서 박물관, 카르나 발레 박물관, 피카소 미술관과 17세기에 건립된 보주 광장과 이를 사방으로 에워싼 36채의 고주택이 볼 만하며 루이 13세의 기마상이 있다. 광장의 동남쪽 모퉁이에는 빅토르 위고의 집이 있어 그의 생전 유물과 자료를 볼 수 있다. 파리에서 유독 유대인과 게이가 많은 동네이다.

가장 창의적 장면은 보트로 입장하는 개막식


▎센 강에서 보트로 입장하는 파리올림픽 개막식 상상도.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창의적인 것은 개막식일 것 같다. 그동안 개막식은 올림픽 주경기장 안으로 선수들이 입장하고 주최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표현하는 세리머니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파리 올림픽은 완전 역발상으로 전 세계인에게 참신한 충격을 주겠다는 것인데, 경기장 밖의 센강을 따라 각국의 선수들이 대형보트를 타고 입장을 하는 그야말로 기막힌 방법을 선보인다.

다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에나 다리까지 총 6㎞ 정도를 각국의 선수들을 태운 보트들이 센 강을 따라 이동한다. 이는 현재까지도 센 강의 유람선 바토무슈가 관광객을 태우고 운항하는 코스와 거의 같다. 특히 야간에는 유람선 측면에 부착된 강력한 조명등이 강가에 있는 고색창연한 중세 파리의 건축물들을 비추는 장면을 보노라면 정말 빛의 도시, 예술의 도시 파리임이 실감 날 것이다.

이 동선에는 500년 역사의 고딕건축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 전에 투옥된 성벽 같은 콩시에르주 감옥소, 1578년에 착공하여 1607년에 완성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퐁네프다리,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파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그리고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이 포함되어 있다. 파리는 그들의 융성했던 문화유산들을 세계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시킴으로써 프랑스가 문화강국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이다. 이에나 다리의 선착장에서 각국의 선수단이 하선을 하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트로카데로 정원에 모든 선수들이 도열한다고 한다.

센 강변을 따라 약 60만 명이 입장식 광경을 바라볼 것이라고 파리시는 예측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센 강변의 입장식에 보안상 비상이 발생하면 플랜B도 준비해놓고 있다고 한다(연재를 마칩니다).

- 글·사진 윤석재 사진작가, 비디오 아티스트 mediayun@naver.com

202407호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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