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NGO 특집]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주최 ‘제26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 

국경 초월한 연대로 지구촌 가족 위한 ‘사랑의 걸음’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각국 외교관 등 5000명 참여해 성료
기후재난 피해 및 취약 15개국, 국내 취약계층 100가정 지원


▎장길자 국제위러브유 운동본부 회장 (앞줄 오른쪽 여섯째)과 누르갈리 아르스타노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 및 내빈들이 올해 난민·이재민 등 구호기금 8억7000만원 기증판을 들고 있다. 그 뒤로 5000명의 참가자들이 야외음악당과 잔디밭을 가득 메우고 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푸른 물결이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복판의 청라호수공원을 수놓았다. 5월 26일, 자연을 상징하는 녹색 티셔츠를 입은 5000명의 인파가 오전 10시경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호수공원 입구를 지나 야외음악당에 들어서니 가족 단위 참석자들이 자리를 펴고 있었다. 유모차를 끄는 신혼부부부터 갓난쟁이 손주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은 할머니·할아버지까지, 세대를 아울러 나들이하듯 나왔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지구촌 가족을 ‘어머니의 사랑’으로 돕기 위해 UN DGC(공보국) 협력단체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이하 위러브유)가 개최한 ‘제26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이하 걷기대회)’ 현장이다.

“우리는 이 지구촌 안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인류는 서로 돕고 응원하고 격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가족걷기대회는 ‘지구촌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우리가 함께 모여 더 큰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는 좋은 기회입니다.”

위러브유 장길자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와 더불어 ‘함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12개국 외교관 함께


▎축하무대를 펼친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이 동요 메들리에 맞춰 깜찍한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이번 걷기대회는 가족·이웃과 함께 걸으며 기후재난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가족을 돕고, 환경보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취지로 열렸다. 이를 통해 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파키스탄·모잠비크를 비롯한 기후재난 피해 10개국과 키리바시·솔로몬제도 등 기후변화 취약 섬나라 5개국, 서울·인천의 기후위기 취약가정 100세대를 위해 총 3억원을 지원했다. 더불어 몽골 어린이 의료비로 100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도움을 포함해 위러브유는 올해 우크라이나·르완다·방글라데시·콩고민주공화국·요르단·이라크 등 34개국 난민·이재민 구호 등에 8억7000만원을 지원한다.

이날 현장은 국가, 언어, 민족을 초월한 연대와 화합의 공간이었다.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 에콰도르 대사대리를 비롯해 코스타리카 공관차석, 시에라리온 공사, 페루 이등서기관, 몽골 부영사 등 12개국 외교관과 각계 인사, 위러브유 인천·경기권 회원과 시민 등 500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배우 김성환, 가수 윤태규와 이승훈 등 위러브유의 복지행사에 빠지지 않는 선행 연예인들도 함께했다.

야외음악당에서 진행된 1부 기념식에서 축사에 나선 누르갈리 아르스타노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는 “위러브유가 전 세계를 위해, 모두의 평화를 위해 다양한 복지사업을 하는 것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함께 손잡고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위대한 사랑은 단숨에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는 동안 한 걸음 한 걸음의 땀방울이 쌓인 것’이라며 “길이 보이지 않으면 찾고, 없으면 만들어가며 지금까지(걷기대회로) 지구 14바퀴 넘는 길을 함께 걸어 이 자리에 왔다. 참 대단하고 자랑스럽다”고 위러브유의 행보를 호평했다. 배준영 국회의원, 김승호 동두천시의회 의장 등 각계각층 인사들의 축전도 답지했다. 도성훈 인천광역시 교육감은 영상을 통해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복지행사로 20여 년간 희망을 전해온 위러브유의 오늘 행사를 축하드린다”고 했다.

장길자 회장의 “출발!” 선언으로 2부 걷기대회가 시작되자 마칭밴드의 힘찬 연주와 함께 참가자들이 걸음을 내디뎠다. 플라워2교를 지나 청라로즈가든과 호수남교, 플라워3교를 거쳐 야외음악당으로 돌아오는 1㎞ 구간이 녹색 티셔츠를 입은 행렬로 넘실거렸다.

각국 외교관들은 선선한 날씨와 한국의 아름다운 봄 풍경 속에서 가족과 걸으며 추억을 쌓았다.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걷기 코스 중간에는 청년 회원들이 준비한 환경퍼포먼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No 일회용품’ ‘매일 메일 비우기’ ‘플러그 뽑기’ 등 실생활 실천방안을 담은 손팻말과 청년들의 열정 어린 모습이 환경보호 의지를 북돋웠다.

1회 걷기대회부터 아이들과 참여했다는 김재식(53) 이혜경(51) 씨 부부는 “인천에 이사 온 지 5개월가량인데 마침 걷기대회 소식을 듣고 기쁘게 왔다”고 했다.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며 건강해지는 힐링의 기회”라면서도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의 작은 행동이 위로가 되어 힘내시기 바란다”고 응원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인도네시아 유학생 아쿵 위요노(26) 씨는 “인도네시아도 기후재난이 많다. 봉사에 관심 있어 참여했는데 내 생각과 일치하는 행사였다”며 “어려운 시대에 위로가 되는 ‘어머니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봄향기 맡으며 추억 쌓기, 환경사랑 체험도 관심 집중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에 부모를 따라 참여한 아이들이 봄소풍을 나온 듯 바람개비를 들고 신나게 뛰놀고 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걷기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부대행사장에서 다채로운 체험으로 환경의 소중함을 느꼈다. 숲의 중요성과 산림 파괴 실태, 위러브유의 나무 심기 활동인 ‘맘스가든(Mom’s Garden)’, 기후재난 피해민지원 활동과 클린월드운동 활동상 등을 담은 [환경 사진전]이 눈길을 끌었다. [맘스가든 퍼포먼스] 코너에서는 참가자들이 대형 세계지도에 공기정화식물인 스칸디아모스로 만든 소형 나무를 꽂으며 푸른 지구를 만들자는 다짐을 공유했다.

친환경 업사이클링(Upcycling) 체험공간으로 마련한 [환경체험존]도 인기였다. 공장에서 버려지는 양말목과 폐유리를 활용한 열쇠고리, 계피막대 방향제와 벌레 퇴치제, 자가발전 솜사탕 만들기 등 부스마다 참가자들이 줄을 이었다. [포토존]에서 다채로운 소품을 가지고 익살스럽게 사진 찍는 가족, [페이스 페인팅존]에서 푸바오 같은 판다와 토끼·고래 등 깜찍한 동물 그림을 얼굴에 그려 넣고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환경보호 실천 취지에 걸맞게 일부 회원들은 행사전 미리 코스를 걸으며 플라스틱 컵과 포장용기, 유리병, 풍선 등 각종 생활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했다. 평소 위러브유의 실생활 [클린액션 캠페인]에 참여해온 참가자들은 이날도 대중교통 이용, 다회용기와 개인컵·텀블러 사용은 물론, 부득이하게 발생한 쓰레기를 되가져가며 공원을 깨끗하게 유지했다.

파주에서 초등생 두 자녀와 참여한 박희진(43)씨는 “지구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지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고 체험하는 행사”라며 “아이들에게 산교육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엄마의 말에 이은찬(11) 군은 “기후변화로 물에 잠기는 나라가 많아서 슬프다. 많은 어른들이 도와주러 와주셔서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포토존 행사장에서 봉사에 나선 이선영(31) 씨는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참여했는데 이렇게 봉사자로서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게 돼 기쁘다”며 “따뜻한 마음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천은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세이브더월드 국제포럼, 맘스가든 프로젝트, 클린월드운동 등 위러브유의 다양한 활동이 펼쳐진 곳이다. 2005년 인천대공원에서 열린 7회 걷기대회 때는 1만5000여 명이 모여 심장병·희소병 어린이와 소년소녀가장 19세대에 성금을 지원하며 용기를 더했다. 당시 학생으로 동참했다가 20년 만에 남편과 함께 다시 찾은 한예진(34) 씨는 “어린 시절 참여한 경험이 삶에 많은 보탬이 됐다”며 “요즘 어린이와 청소년도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를 감동시킨 ‘어머니 사랑’의 힘


▎가족, 친구, 지인과 함께한 이들이 맘스가든 퍼포먼스에 참여해 건강한 지구를 응원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이번 행사를 통해 지원받는 나라들의 소회는 더 깊었다. 올린 마드리드 세페다 주한 에콰도르 대사대리는 “홍수 이재민 등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많은 에콰도르가 위러브유의 지원으로 큰 힘을 얻고 있다”며 “사람들이 빈곤과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이해하고 돕게 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한 행사”라고 평했다. 아이데 데자클라보 페루 이등서기관은 “엘니뇨로 인해 페루에서 400만 명에 달하는 피해민이 발생했다. 위러브유 회원들이 도움을 줘서 고맙다”며 지속적인 활동을 기대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국에 폭우 등 많은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한 존 나투타이 케냐 이등서기관은 “위러브유가 케냐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대단한 일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엥흐사이안 몽골 부영사는 자국의 사막화 현상과 관련해 “위러브유가 맘스가든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 나무를 심는 활동을 해준 덕분에 몽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관들은 위러브유 활동의 근간인 ‘어머니 사랑’에 더욱 감동했다. 이사투 아이샤 주한 시에라리온 공사는 “엄마의 사랑이 있을 때 아이들이 교육을 잘 받고 도덕적으로도 올바르게 자란다”며 “위러브유는 따뜻한 ‘어머니 사랑’으로 자선사업과 교육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장길자 회장님은 훌륭한 인도주의자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고, 인류를 돌보기 위해 그 사랑이 전 세계에 확산돼야 한다는 것을 본보이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세 아들과 함께 참여한 말로캇트 사디코바 우즈베키스탄 일등서기관 부인은 “지구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모든 나라가 함께 힘을 합치면 어려움을 풀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머니 사랑으로 지구촌을 돌본다면 플라스틱과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함께한 박위광 인천광역시 자원봉사센터장은 “이런 가족사랑 행사는 청소년에게 인성교육의 디딤돌이다. ‘나’라는 개인이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걷기대회로 ‘사랑의 나비효과’ 기대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는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와 함께 위러브유의 연례 복지행사다. 2002년 서울 남산에서 시작해 올해로 26회를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해마다 꾸준히 열렸다. 올해까지 총 24만5300명이 참가해 57만6690㎞를 함께 걸었다. 지구 둘레 14바퀴가 넘는 거리다. 이를 통해 질병, 재난, 빈곤 등으로 고통받는 32개국 세계인을 도왔다.

‘지구촌 가족들에게 어머니 사랑을 나눈다’는 일념으로 30년 가까이 복지활동을 이어온 위러브유에 격려와 지지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20년 넘게 함께해온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사회가 혼란해지고 이웃이 소외되며 많은 아이들과 청소년이 방황하고 있다”며 “이런 때 어머니 사랑으로 다시 가족이 뭉치고 온 사회가 남에게 베풀 수 있도록 사랑을 실천하는 위러브유를 통해 희망을 본다”고 전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407호 (2024.06.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