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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특집] 지구촌 가족사랑 실천 외길 걸어온 위러브유의 꿈 

‘어머니 마음’으로 환경과 복지 동시에 돌보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맘스가든·클린월드운동·클린액션, 물·위생·의료·교육·구호
포괄적 복지활동에 세계가 함께… 85개국 94만여 명 동참


▎위러브유가 지난해 10월 필리핀 파가디안 C3몰에서 진행한 ‘전 세계 헌혈하나둘운동’. 이날 47명이 2만1150ml의 건강한 혈액을 기증했다.
복지(福祉, 행복한 삶)의 영역은 광범위하다. 경제·사회·정서·환경·건강 등 삶에 필요한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이하 위러브유)가 다채로운 분야에서 복지활동을 펼치는 것도 그래서다. 어머니가 가족의 삶 전반을 살뜰히 보살피듯, 위러브유는 누구나 존중받는 세상, 지속 가능한 평화를 목표로 질병과 재난, 빈곤 등에 시달리는 지구촌 가족을 위해 30년 가까이 활동해왔다. 긴급구호, 난민지원, 환경보전, 물·위생보장, 빈곤·기아 해소, 의료·교육지원 등 다방면에서 올 5월까지 85개국에서 4403회 활동했고, 15만5000명 회원을 포함해 각계각층에서 94만7539명이 동참했다.

위러브유의 활동 중 최근 더 주목받는 분야가 ‘환경’이다. 홍수, 폭설, 폭염 등 환경 재난들이 인류를 위협하는 가운데 ‘맘스가든(Mom’s Garden)’ 프로젝트, 전 세계 클린월드운동, 클린액션 캠페인 등에 세계인의 참여가 늘고 있다. ‘맘스가든’은 어머니가 꽃과 나무를 심어 가족을 위한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 전 세계에 나무를 심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지구촌 가족의 보금자리를 푸르게 만들어가는 활동이다. 그동안 한국, 미국, 호주, 페루 등 11개국에서 나무 4만1496그루를 심었다. 이는 온실효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125만3156㎏을 감축하는 효과다. 위러브유의 목표는 2026년까지 100만 그루를 심어 탄소 6만6000t을 감축하는 것으로, 국제사회가 추진 중인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서울 동대문구·광진구·중랑구 회원 300여 명이 중랑천변에 배롱나무 40그루를 심었다. 지방자치단체도 활동을 크게 반겼다. 현장을 찾은 이인근 동대문구 부구청장은 “위러브유, 맘스가든,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단어 하나하나에 여러분의 마음이 녹아 있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위러브유의 손길로 경남 창원의 마산조각공원에 3000그루, 부산 부산시민공원 인근 유휴지에 6000그루, 울산 희망공원에 4000그루, 보성 중도방죽 산책로에 2500그루 등 곳곳에 나무가 심겼다.

푸른 숲, 푸른 지구 만드는 ‘맘스가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100년 가까이 우범지대였던 곳이 위러브유 회원들의 손길로 ‘위러브유공원’으로 변신했다. 필라델피아 경찰국 보고서에 따르면 공원 개장 이후 지역 범죄율이 37%나 감소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사막화를 겪는 몽골에서 나무 심기의 중요성은 더 크다. 몽골 정부는 2021년 76차 유엔 총회에서 2030년까지 10억 그루 식재 계획을 공표했다. 여기에 힘을 보태고자 현지 회원들이 울란바토르 시청 산하 임업묘포(임업을 위해 조림할 묘목을 길러내는 곳)에 탄소 감축에 효과적인 느티나무 400그루와 건조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잎갈나무 100그루 등 500그루를 심었다. 묘목이 다 자라면 도심 곳곳으로 옮겨져 미세먼지 감축에 기여할 전망이다.

위러브유의 활동이 지역민의 안전과 화합에 일조한 사례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100년 가까이 불법 쓰레기투기장이자 우범지대였던 곳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위러브유공원’으로 변신하면서 범죄예방 효과까지 얻게 된 것. 2022년 현지 회원들이 3개월여 동안 공터 개간, 옹벽 조성, 꽃과 나무 100그루 심기, 산책로 만들기와 잔디 심기, 조명 설치 등을 전개했다. 주정부가 보조금 5만 달러(7000만원 상당)를 적극 지원했다. 필라델피아 경찰국 보고서에 따르면 위러브유공원 개장 5개월 후 이 지역 범죄율이 37%나 감소했다. 주민들은 “예전에 주변이 너무 어두워 무서웠는데 지금은 밝고 평화로워졌다” “공원이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고 있다”며 반겼다.

지난 2008년 “깨끗한 환경이 행복한 삶의 근간”이라며 위러브유가 ‘전 세계 클린월드운동’을 펼쳐온 지 어느덧 16년째다. 이는 세계인이 각자 사는 지역의 거리, 공원, 산림, 바다, 하천 등을 정화해 전 세계가 깨끗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캠페인이다. 지구의 날(4월 22일), 환경의 날(6월 5일), 푸른하늘의 날(9월 7일) 등 세계 기념일맞이,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클린마운틴(Clean Mountain)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을 벌여 세계인의 참여도를 높였다. 75개국에서 2132회 펼쳐졌고, 32만3019명이 함께했다. 2018년 이후 집계한 쓰레기 수거량만도 74만5597㎏이다.

지난해 9월에는 유엔 주재 ‘군소도서 개발도상국 지역 간 준비회의’ 참석차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를 찾은 위러브유 회원들이 감보아 해변에서 정화활동을 펼치며 전 세계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현장에는 대통령 영부인인 데보라 카티사 카르발류 여사도 참여했다.

위러브유는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 등 실생활 ‘클린액션’ 캠페인도 이어간다. 언론사와 함께한 분리배출 챌린지, 통큰용기 챌린지에 미국, 태국, 뉴질랜드 등 각국에서 동참했다. 7월에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개인 컵 등을 이용하는 내컵사용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다. 1년간 모든 챌린지를 실천하면 이산화탄소 3.5㎏을 감축하고 나무 0.53그루를 심은 효과를 얻는다. 그간 4852건이 펼쳐져 이산화탄소 1만6373㎏ 감축, 나무 2481그루 식재 효과를 거뒀다.

환경복지, 15년 넘게 지속해온 클린월드운동


▎5월 26일 위러브유가 충남 논산 시민가족공원에서 ‘맘스가든 프로젝트’를 실시해 반송, 남천, 장미 등 총 411그루를 심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위러브유의 환경캠페인은 중동국가 이라크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라크는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대폭 줄어 식수와 식량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환경문제가 보건의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라크연합의료협회(UIMS)와 손잡고 ‘이라크 고스 그린(Iraq Goes Green)’ 캠페인을 펼쳤다.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바그다드 5개 대학교에서 환경의식 증진 캠페인과 콘퍼런스 개최, 거리 정화 등을 진행했다. 아흐마드 알히티 UIMS 회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위러브유의 폭넓은 지원으로 우리 미래인 청년들의 환경의식 증진을 도모했다. 그동안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함께 도왔는데 환경캠페인도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위러브유는 44개국 437명 대학생을 환경리더로 위촉하며 미래세대의 환경활동을 지원했다.

국가와 민족, 문화에 따라 생활환경이 다르다 보니 위러브유의 복지활동은 수혜 대상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포항 지진, 세월호 침몰, 대구 지하철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등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구호에 앞장섰다. 평소에도 홀몸 어르신·한부모·조손·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지원해온 것은 물론 매년 설과 추석 명절마다 소외이웃을 살폈다. 올해 설에도 전국 약 60개 지역 취약계층 1400세대에 식료품·생필품 세트를 전달했다. 다문화가족과 해외유학생 등을 초청해 정성 담은 음식과 전통놀이, 명절 선물 등으로 지구촌 가족애도 나눴다.

이 같은 복지활동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다. 네팔 지진, 미국 허리케인 등 재난 현장의 구호활동은 물론 브라질·캄보디아·인도 등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지원, 분쟁과 내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시리아 난민과 이라크 국내실향민의 의료·생계도 도왔다. 라오스 댐 붕괴 홍수 때는 이재민 대피소에서 한 달 간 4만1000명분 무료급식 지원과 위러브유학교 운영, 배수로 정비 등에 나서며 실의에 빠진 이들을 보살폈다.

올 상반기에도 10여 개 나라에 도움의 손길이 전해졌다. 위러브유는 몽골 노동사회보장부를 통해 겨울 한파와 경제난으로 힘든 울란바토르 취약계층 7가정에 이동식 전통가옥 ‘게르’와 난방기구를 지원했다. 츠.우르차이흐 바얀주르흐구 아동가족개발보호부장은 “여러분의 마음이 담긴 지원이 우리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처럼 시의적절한 지원이 가능한 것은 각국의 회원들이 현지 사정을 신속히 파악하는 한편, 위러브유와 오랜 신뢰가 쌓인 각국 정부와 기관의 협조 요청도 잇따르기 때문이다. 에콰도르에서는 엘니뇨 현상으로 대규모 수해를 입은 에스메랄다스주 이재민 2394가구를 위해 1100ℓ 용량 물탱크 190대를 지원했다. 주한 에콰도르 대사관의 요청으로 긴급구호에 나 섰고 현지 외교부, 재난관리청, 국회, 에스메랄다스주 등이 협력했다. 수도시스템 붕괴로 물 공급이 어려운 4개 도시 1만 명가량이 도움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수재민에게는 가스스토브·실린더 69개, 물 부족으로 의료환경에 지장을 입은 케냐 나이로비 타시아 콰은데게 병원에는 1만 ℓ 용량 물탱크 2대를 지원했다.

생명 살리고, 미래세대 지원하며 더 나은 내일로


▎경기 분당 소재 국제위러브유 교육관에서 ‘AI 시대 청소년 인성의 중요성과 세계시민의 역할’을 대주제로 인성특강, 세계시민교육, 환경교육이 진행돼 중고등학생 50명가량이 참석했다. / 사진: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혈액 부족으로 생명이 위급한 이들을 살리는 ‘전 세계 헌혈하나둘운동’은 위러브유의 대표 활동 중 하나다. 한 사람에서 시작한 헌혈이 두 사람, 네 사람, 나아가 전 세계인의 참여로 이어져 사랑의 선순환을 이루자는 범세계적 생명살리기 운동이다. 각국 적십자사는 물론 현지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대학·종합병원 등과 연계해 64개국에서 661회 행사를 개최했고 11만5977명이 참여했다. 이 중 5만1363명이 2054만5200㎖의 건강한 혈액을 기증했다. 한 명의 헌혈로 세 명을 살린다고 볼 때 15만4089명을 구한 성과다. 위러브유의 헌혈하나둘운동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가장 안전한 혈액 제공 방법인 ‘자발적 무상헌혈’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미래세대 교육 지원활동도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동아프리카 섬나라 세이셸의 오캅초등학교가 위러브유를 통해 최신형 컴퓨터 4대를 지원받았다. 2월에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유니버시티 고등학교’에서 ‘카밍룸(정서안정교실)’ 개관식이 열렸다. 현지 회원들이 10주간 420여 시간을 들여 만든 특별교실이다. 학생들이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학업 집중도를 높이고 바른 정서를 함양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했다. 위러브유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해 노트북 40대도 기증했다. 제니크 플러노이 해밀턴 교장은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정서적 돌봄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 이렇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는 국제위러브유 교육관을 개관했다. 세계시민교육, 부모교육, 청소년 인성교육 등을 통해 공동체의식 증진, 이타심 향상 등을 지원한다. 그해 8월 개최한 ‘위러브유스쿨 청소년 인성교육 특강’도 그 일환으로, 성남시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해 우리 사회와 지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바른 인성을 함양했다.

위러브유 장길자 회장은 “지구촌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사람, 한 단체, 한 나라를 넘어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며 글로벌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에 발맞춰 위러브유가 선도해온 어머니 사랑에 각계각층이 동행하며, 국제사회 최대 공동목표인 SDGs 달성에도 함께하고 있다. 2017년부터 요르단, 에콰도르, 스페인, 방글라데시, 이라크 등 35개국 대사와 외교관들이 위러브유가 개최하는 ‘글로벌 복지교류 간담회’에 참석해왔다. 긴급구호와 생명구호를 주제로 한 ‘세이브더월드 국제포럼’ 개최, 가봉 대통령과 ‘기후변화 대응’ 협약 체결, 유엔 시민사회 콘퍼런스와 세계리더스보전포럼 참석 등 초국가적 협력을 위한 행보에 각국 정부, 기관, 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이어진다.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를 돕는 민간 복지단체의 헌신적 행보에 대한민국 훈장,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금상(8회), 에콰도르 국회 훈장, 캄보디아 국왕 훈장, 국제 환경상인 그린애플상 등 각국에서 다수의 상을 수여하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407호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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