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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MZ들의 몽골 여행 

유라시아 패왕 칭기즈칸의 나라를 가다 

옛 소련의 군용차 개조한 ‘푸르공’ 타고 누비는 광활한 초원과 사막
문명의 이기 없어도 되는 대자연… 불편하지만 색다른 경험에 감동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잠시 멈춰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있다. MZ들이 올라탄 차량은 옛 소련의 군용차인 ‘푸르공’으로, 빈티지한 멋이 몽골 여행의 색다른 추억을 더해준다.
몽골. 말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달리며, 대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나라. 밤하늘 가득 쏟아질듯 빛나는 별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 12~13세기 세계를 호령했던 칭기즈칸의 땅.

MZ세대들 사이에 몽골 여행이 인기다. 한반도의 7.4배 넓이에 교통 사정이 좋지 않아 지역 간 이동이 어렵다 보니 여행사 패키지 이용이 필수지만 인터넷 카페에서 동행자를 모은다. 유행 따라 카페에서 만난 MZ세대 5명과 대자연을 여행했다.

인천공항 출발 3시간 40분 만에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 “연수진님 팀 맞죠?” 한국어가 유창한 가이드 빌렉이 예약자 이름을 확인하며 차량으로 안내한다. 베테랑 운전기사 따와의 ‘푸르공’에 몸을 실었다. 푸르공은 옛 소련의 군용차로, 작고 불편하지만 독특한 외관으로 몽골 여행의 상징이 됐다. “힙한데, 좁긴 하네.” 먼저 차에 오른 강윤구(29) 씨가 말했다. 최종 목적지는 몽골 최북부에 위치한 홉스골 호수다.

“몽골 사람들이 왜 시력이 좋은지 이제 알겠어.” 차창 밖을 내다보던 진주영(21) 씨가 감탄하며 말했다. 뭉게구름이 떠 있는 새파란 하늘 아래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아득히 먼 구릉에는 양과 소 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200㎞ 정도 남았습니다.” 가이드 빌렉이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몽골 여행은 ‘몽골적 사고’가 필수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비좁은 차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여정은 고단하다. 스마트폰 사용도 어렵다. 하루 평균 8시간의 긴 이동은 피로를 더한다. 이 모든 것이 몽골 여행의 일부다.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의 풍경 속에서 불편함을 매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시나브로 여행이 시작된다. “여기서 멈추고 사진 찍을까?” 연수진(27) 씨가 말했다. 초원과 푸르공을 배경 삼아 사진과 추억을 남긴다.

푸르공을 타고 달린 지 10시간, ‘미니사막’ 엘승타사르하이에 도착했다. 작지만 파도처럼 일렁일 듯한 모래 언덕이 인상적이다. 쌍봉낙타를 타고, 모래 언덕에서 모래썰매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문다. 숙박은 게르에서 한다. “정말 유목민이 된 기분이네.” 게르 안에 누워 오준용(28) 씨가 말했다.

어둠이 초원을 삼키면 자연스레 눈길은 하늘로 향한다. 맨눈으로 봐도 은하수가 선명하다. 수억 개의 별이 금방이라도 초원으로 쏟아질 듯하다. 모두가 숨을 죽이며 감탄했다. “이런 하늘은 처음이야.” 조민주(21) 씨가 속삭였다. 각자 자신만의 생각에 잠기며, 은하수 아래에서 고요한 밤이 깊어간다. 다음 날, 푸르공을 타고 여기저기 관광지를 거쳐 홉스골로 향한다. 테르힝차강 호수(380㎞)와 자르갈란트(200㎞)를 지나왔다.

여행의 다섯째 날, 드디어 홉스골에 도착했다. “옛날 몽골 사람들이 바다라고 믿을 만해.” 오준용 씨가 말했다. 홉스골 호수는 몽골에서 가장 큰 담수호다. 빌렉이 준비한 삼겹살과 냄비 밥으로 작은 파티를 열었다. 거친 몽골 보드카로 여행의 피로도 풀었다. “데이터가 안 터지니 스마트폰에서 해방되는 것 같아요. 평소엔 지루하면 휴대폰을 봤는데, 이젠 대화가 더 즐거워요.” 마지막 날 조민주 씨가 말했다. “숙소가 불편했지만 이런 경험 언제 또 해보겠어요!” 진주영씨가 맞장구를 쳤다. 문명의 이기가 갑자기 사라진 대자연 속에서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몽골 여행은 MZ세대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어둠이 내리자 몽골의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다. 조민주 씨와 진주영 씨가 은하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있다.



▎홉스골 호수는 제주도의 1.5배 크기로 몽골에서 가장 큰 담수호다.



▎몽골 여행자들의 상징인 알록달록한 판초가 여행의 분위기를 한층 더해준다.



▎차창 밖으로 끝없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펼쳐져 있다.



▎몽골 여행에서 숙소로 사용되는 게르의 내부.



▎운전기사 따와, 가이드 빌렉이 차량에 짐을 싣고 있다.
- 사진·글 최기웅 기자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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