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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수업과 인성교육이 강점 

자녀들 다니는 사립초등학교 

글 염지현 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사립초등학교-국제중-외고-외국 명문대. 요즘 부자들이 선호하는 엘리트 코스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초등학교가 가장 중요하다. 영어의 기본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영훈초등학교 전경
2 영훈초등학교 학생들은 전체 수업의 절반을 영어로 배운다.

신화초등학교 학생들은 유치원 때부터 친구다. 신화재단 소속으로 같은 유치원을 졸업하고, 신화초겵?고를 거쳐 신화대까지 13년을 붙어 다닌다. 학비가 워낙 비싸서 명문가 자녀나 다닐 수 있다. 학생들은 유럽 대학 캠퍼스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물론 승마, 골프 등을 배운다.

이곳엔 신화재단을 소유한 세계적 기업 신화그룹 후계자, 전직 대통령 손자, 국보급 도예가 집안 자제, 부동산 재벌 일심건설 2세가 다닌다. 바로 인기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설정이다. 과연 이런 학교가 존재할까. 국내에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비싼 학비를 내야 입학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

정통 엘리트 코스로 꼽는 사립초등학교다. 현재 서울엔 39개의 사립초등학교가 있다. 보통 1분기에 150만 원 상당의 학비가 든다. 셔틀버스 이용료나 식비는 별도로 내야 한다. 1년 학비로 800만 원가량이 든다. 사립초등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점이다.

이들 학교는 각각 차별화된 교육 철학과 시스템을 갖고 있다. 정겴怜?자녀 중엔 사립초등학교 출신들이 많다. 45년 전통의 경기초등학교는 전직 대통령의 손자·숀녀부터 재벌가 2세가 다닌 학교로 유명하다. 요즘 고액 자산가들은 자녀나 손자를 사립초등학교에 보내고 싶어한다.

서울 강남 부자들을 주로 상담하는 투체어스의 박승안 강남센터 팀장은 “최근 부자들이 엘리트 코스 중 하나로 사립초등학교를 꼽는다”고 말했다.“과거 엘리트 코스라면 경기고, 서울대라고 할 수 있잖아요. 이제 사립초등학교, 국제중학교, 외국어고등학교, 외국 유명대로 바뀌는 거 같습니다. 영어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요인이라고 할 수 있죠.”

중소기업 2세인 A씨는 “아이가 엘리트 코스에 들어가면 인맥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요즘 아이들은 친구도 부모가 정해줍니다. 사립초등학교를 준비하는 모임이나 유치원에 다니면서 친구들을 만들어주죠. 오직 영훈초등학교를 목표로 자녀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도 많습니다.”

사립초등학교를 선호하는 이유에는 영어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사립초등학교가 영어교육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수학, 과학 등 정규 수업을 영어로 하거나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팀을 짜서 맞춤형 영어 지도를 하기도 한다. 올해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을 보면 7.6대 1을 기록한 영훈초등학교가 1위다. 다음으로 계성, 이대부속, 화랑, 중대부속초등학교 순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떠오르는 신흥 명문‘영훈초 vs 계성초’


강북구 미아삼거리 언덕길에 있는 영훈초등학교의 인기 비결은 뭘까. 영훈초등학교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출입증 카드를 목에 매고 있지 않으면 바로 신고가 들어온다.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하게 외부인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관리만큼 까다롭게 신경 쓰는 게 영어 교육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 교육을 강조하면서 영훈초등학교가 더욱 명성을 떨치고 있다.

국내에‘영어 몰입교육’을 처음으로 도입한 곳이 영훈초등학교다. 정창진 영훈초등학교장은 “다른 학교보다 10년 이상 빨리 영어 몰입 교육을 실시했기 때문에 교재나 수업 방식이 체계적이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했다.

수업 방식도 영어 교육 위주로 짜 있다. 학급당 32명, 학년당 4학급의 소수정예로 이뤄져 있고, 한국인 담임교사와 원어민 담임교사가 따로 있다. 한 학급의 인원인 32명을 다시 절반으로 나눠 번갈아 수업을 받게 한다. 학생들은 1학년부터 하루에 절반은 원어민 교사와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힌다.


1계성초등학교에서는 1인 1악기 교육을 강조한다. 2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계성초등학교.

전체 교사 61명 중 32명이 원어민 교사다. 영훈초등학교는 교실도 독특하다.‘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학교는 복도와 교실 사이에 벽과 문이 없다. 바닥엔 카펫이 깔려 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앉아서 공부할 수 있다. 학교는 강북에 있지만 집이 강남인 학생이 많다. 스쿨버스 14대 중 8대가 강남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

영훈초등학교의 인기는 부동산 시세에도 영향을 줬다. 2006년 영훈초등학교 근처에 들어선 동부센트레빌은 남는 방이 없다.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에서 이곳으로 전세를 얻어 이사 오는 열성 엄마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파트 109㎡(약 33평) 전세가는 1억9000만 원 선으로 주변 아파트보다 2000만 원 이상 비싸다.

영훈초등학교 다음으로 경쟁률이 높은 곳은 계성초등학교다. 125년 전통 미션스쿨로 2006년 강남에 진입하면서 취학 전 자녀를 둔 강남 엄마들의 로망이 됐다. 강남 유일의 사립초등학교이기 때문이다. 현재 반포동 고속터미널 사거리 경남아파트 단지 내에 있다. 이곳은 강남 이전공사부터 화제가 됐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외국 유명 사립 학교들을 벤치마킹 해 최첨단 시설로 지었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만 약 200억 원.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깔려 있고, 교실마다 터치스크린과 전자 칠판이 설치돼 있다. 칠판 한 개는 10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각층 복도 로비에는 5대의 컴퓨터가 고정돼 있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할 수 있다.

체육관에는 자동의자가 설치돼 있다. 공연장으로 사용할 경우 460석 의자가 자동으로 펼쳐진다. 시설만 좋은 게 아니다. 학교는 차별화된 음악 교육으로 유명하다. 특히 3학년부터는 첼로, 클라리넷 등을 배우는 1인 1악기 운동은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4학년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국악을 선택해 배울 수 있다.

음악에 필요한 악기는 물론 국악실, 가야금실 등 전문 레슨 교실을 갖춰놨다. 학부모들이 관심이 높은 영어 교육도 열심이다. 한 반 30명의 아이들을 수준별로 10명씩 나눠 소규모 단위로 수업을 진행한다.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벗어나 자연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

1년엔 세 번은 2박3일 일정으로 경기도 가평 수련장을 다녀오고, 1년에 두 번 이상은 봉사활동을 한다. 두 아이 중 첫째만 계성초등학교에 보낸 장현수(39겧疫壅? 씨는“공립학교를 다니는 막내를 편입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릴 땐 인성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아이를 지켜보니 학교 교육 방식이 영향이 크더군요. 첫째 아이가 확실히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차분해요.”

계성초등학교 재학생 중에도 유명인의 손자가 많다. 윤세영 SBS 회장의 손녀와 손자, 신승남 전 검찰총장 손녀, 탤런트 채시라 씨의 딸도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45년 역사의 ‘경기초 vs 경복초’


경기초등학교는 1965년 개교 이래 대통령 자녀를 비롯한 재벌가 자녀가 다닌 학교로 유명하다. 정구혁 경기초등학교 교감은 “전통 명문 사립학교로 인성과 개인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 제일 먼저 받는 게 생활본 책자다. 책자엔 등교하기, 인사하기, 질서 지키기 등 학교 생활에 필요한 기본자세를 담고 있다.

“경기인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품성과 자세를 학년별로 일러주고 있어요. 인성 교육에도 도움이 됩니다.” 개별화 교육은 학생들을 15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나눠 학습하는 방식이다. 한 반의 정원은 30명 정도지만 영어나 중국어 시간엔 10~15명씩 수준별로 나눠 가르친다. 또 체계적인 수업이 필요한 음악도 개별화 수업으로 전교생이 악기를 한 개 이상 다룰 수 있도록 한다.


1. 계성초등학교 학생들은 2학년부터 중국어 수업을 받는다. 2. ‘개별화 교육’이 강점인 경기초등학교의 수업 시간. 션사진캡션 3. 화랑초등학교 학생들이 교내에 있는 숲에서 관찰학습을 하고 있다.

경복초등학교 역시 65년 문을 연 사학 명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학교로 손꼽는 선화예고와 같은 선문학원 재단 소속이다. 최근 경복초등학교도 영어 교육을 강화했다. 이곳에선 경복외국어교육 혁신팀이 개발한 영어 프로그램이 인기다. 수학과 과학을 한국인 선생님이 가르친 뒤 다시 원어민 교사가 외국어로 반복 교육을 하는 것이다. 4학년 1학기에는 미국 자매학교와의 유학 프로그램으로 1개월간 유학할 수 있다.

이대·화랑·중대부초‘삼국지’

대학교 부속 사립초등학교도 인기가 좋다. 대학교 안에 있어서 캠퍼스나 교육 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률로 따지면 영훈초등학교와 계성초등학교 다음으로 대학교 부속 초등학교인 이대부속초등학교, 서울여대 부속 초등학교인 화랑초등학교, 중대부속초등학교의 경쟁률이 높다.

이대부속초등학교는 기독교 학교로 창의성과 다양한 예체능 활동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동요 발표회, 합창 음악회, 특기 활동을 권장하고 정규수업에 아침체조, 달리기, 줄넘기, 수영, 태권도 등이 포함돼 있다. 이곳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외손녀와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의 아들이 다닌다. 화랑초등학교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된 곳이다.

교내 어디에서나 잘 가꿔진 숲을 볼 수 있다. 학교 안에는 생태교육 체험장과 생태공원 같은 친환경 교육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교실 바닥에 온돌이 깔려 있어 학생들은 집 같은 분위기에서 수업을 받는다. 영어마을인‘잉글리쉬 에듀센터’도 자랑거리다. 공항, 레스토랑 등으로 꾸며진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운다.

중대부속초등학교는 영어와 한자 공부를 강조한다. 최근‘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했다. 수학, 과학 등 정규 교과 과목을 주 10시간에 걸쳐 영어로 수업하는 것. 한자는 학년별로 자체 제작한 교재를 갖고 교육을 한다. 이 학교만의 특징은 학년별로 중점 수업을 한다는 점이다. 1~2학년 때는 협력활동을 배우고, 3~4학년에는 독서와 논술 수업에 주력하고, 5학년이 되면 토론 수업을 한다.

인성교육 강남 부모에게 인기만점
남궁순옥 계성초등학교장

“계성초등학교는 125년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명문 사립초등학교”라고 말하는 남궁순옥 계성초등학교장. 이 학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설립한 곳으로 수녀가 교장을 맡고 있다. 계성초등학교는 강남 미시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유는 두 가지. 강남에 있는 유일한 사립초등학교인데다 미션스쿨답게 아이들 인성 교육에 강점을 갖고 있어서다.

남궁 교장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우선 아이들이 반듯하고 착하게 자랄 수 있도록 신경 쓴다”고 들려줬다. 인성 교육을 위해 생활·예절 지도에 주력한다. 요즘엔 ‘교내에서 뛰지 않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차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점심시간에는 ‘침묵급식’을 권장한다. 계성초등학교 안에선 소란스럽게 떠들거나 뛰어다니는 학생이 드물다.

남궁 교장은 “학생들을 데리고 교외활동을 하거나 수학여행을 가면 아이들이 차분하고 예의가 바르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고 자랑한다. 계성초등학교에는 교리 시간도 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종교수업을 받고, 한 달에 한번씩은 미사를 드린다.
남궁 교장은 매년 원서 접수에 앞서 학부모에게 종교 수업을 설명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종교에 상관없이 자녀를 입학시키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교육의 힘이 종교를 초월하는 거 같습니다.(웃음)”

그의 교육 이념은 바른 사람이다. “좋은 교육 환경 때문인지 재력가 자녀들이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아이들이 바르게 커서 이웃을 돌보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 계획입니다.”


정겴怜?2세 가장 많이 다닌‘경기초등학교’

재벌가 자녀가 가장 많이 졸업한 학교는 경기초등학교다. 윤보선, 전두환, 김영삼,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 자녀들이 다닌 곳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최태원 SK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9회)을 비롯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만 씨(19회), 윤보선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KBS 아나운서 윤인구 씨(20회)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가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16회) 등 삼남매 모두 경기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이 밖에 조현상 효성그룹 상무(19회), 남석우 남영L&F 회장(20회),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20회) 등도 경기초등학교 동문이다.

경기초등학교를 졸업한 재벌가 2세 모임도 유명하다. 바로 1986년 2월 졸업생인 21회 동창모임이다. 21회 모임 멤버는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의 차남 박정빈 씨,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손녀 정유희 씨,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아들 신기준 씨 등이 있다. 학기 중에 유학을 갔지만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장남 김지용 씨도 21회 멤버다. 동문끼리 결혼한 경우도 있다.

21회 모임 멤버인 정유희 씨와 김지용 씨는 3년 열애 끝에 99년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부부의 아들도 부모 뒤를 이어 경기초등학교를 다닌다.


200904호 (200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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