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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I] 한국 10대기업 핵심 DNA, 기업가정신을 찾아서-프롤로그 - 창업정신 회복이 경제 회생 원동력이다 

 

포브스코리아 특별취재팀

▎중앙포토, 각 사 홈페이지
포브스코리아는 한국경영사학회와 공동으로 ‘한국 10대기업 핵심 DNA, 기업가정신을 찾아서’라는 주제의 특집기사를 연재한다. 사업보국과 인재경영의 목표를 안고 도전과 열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국내 주요 기업 창업 1세대들의 기업가정신을 돌아보고 2~3세 경영인들에게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기업가정신의 핵심 DNA를 찾는 특별기획이다.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탄생 105주년(2월 12일)을 열흘 여 앞둔 어느날이었다. ‘재경의령향우회’ 관계자라는 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전 배재대 총장 박 아무개라고 밝힌 인사는 경영학을 전공한 70대의 원로였다. 밝은 목소리의 전화 속 노신사는 자신이 호암 선생의 현대시가 실린 ‘자굴산 5집’ 책자의 편집에 관여했던 사람이었노라고 반갑게 말했다.

2년 전인 2103년 10월, 경기도 군포시 산본에서 고서점을 운영하는 최현호(55) 씨의 제보를 받고 자굴산 책자에 실린 호암 선생의 현대시를 발굴해 보도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최 씨가 고서점에서 찾아낸 그 책자는 1950년대 말에 서울에서 유학하던 경남 의령출신 학생들이 만든 것으로 의령의 진산인 자굴산을 제호로 사용한 것이었다. 1958년에 등사기를 사용해 100여권 남짓 제작한 소책자였는데, 당시 생존 인사들을 수소문했으나 만나지 못해 호암의 자작시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기사로 게재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남짓 지나 반백년 전 호암 선생의 일화를 생생하게 전해줄 당사자가 연락을 해온 것이다. 당시 기사를 찾아내 ‘해변에서’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호암 선생의 시를 읽어보았다.

“오... 훨훨 춤추며 올라가는 모래 / 오... 빛을 모아 천지간(天地間)을 메꾸고/ 저것은 파도 모래/인간의 피부다/ 저...일제히 요동하는 / 그 속에/ 용솟음치는 교향음(交響音)의 억장(抑場)/빛과 그림자가 요동하는/ 그 속에/ 그렇다/ 나의 피부가 들어 있다/ 손을 흔들며/ 다리를 구부리며/ 떠들며 노래하면/ 그 속에 나의 피부가 들어 있다.... (중략)

호암 선생이 어느 날 바다가 바라보이는 해변에서 바람에 의해 모래와 같이 밀려오는 큰 파도를 바라보면서 세상을 바다와 같이, 기업행위를 파도와 같이 비유하며 해변에서 서맞는 피부의 감촉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기업인으로서 호암이 이룩한 모든 것들 속에는 자신의 모든 노력과 정성, 혼과 열정이 스며있다는 것을 ‘나의 피부가 들어 있다’는 표현으로 독백하고 있는 것이다. 자굴산 책자를 발굴한 최현호 씨는 “회사를 창업하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어려운 시기에 풍랑과 같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삼성을 큰 기업으로 부흥시키면서 무한히 성장하게 한 감응이 시에 잘 나타나 있다”며 “이병철회장의 인문학에 대한 면면을 알 수가 있고, 내면에 흐르는 문학적인 감각과 경영인으로서의 정열적인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사업보국으로 국가부흥에 기여한 호암


▎한국 재계의 두 거물이자 경영자를 대표하는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정주영 회장과 반갑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호암이 이 시를 내놓은 1958년은 만 48세 때다. 당시는 전쟁 후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미국의 원조에 국가재건을 의존하고 있을 때였고, 기업인들이 너도 나도 국가 재건의 열의에 불타 있을 때다. 호암 역시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물산 등을 창업해 도전과 열정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승승장구할 때다. 그래서인지 시 마디 마디에는 그의 경영철학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위해 전후 국가부흥에 동참하는 기업인으로서 강인한 열정과 감성이 담겨 있었다.

일주일 뒤 서울 서소문 인근에서 박강수(71) 전 배재대 총장과 만났다. 그는 자굴산 책자 제작비를 지원받기 위해 호암선생의 사무실을 찾아갔었고, 자신이 그 시를 받아서 책자에 실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는 “호암 이병철 선생은 평소에 나라를 짊어질 미래의 인재들에게 학비를 아낌없이 지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호암은 지연이나 혈연, 학연에 관계없이 유능한 젊은이들을 삼성에 채용해 나라의 간성으로 키워냈다”고 했다. 호암이 인재제일주의로 지금의 삼성그룹을 만들어냈다는 증언이었다. 실제로 호암은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일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57년에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사원공채를 실시했다. 까다롭게 인재를 골랐지만 일단 발탁한 사람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호암의 인재제일주의는 현재까지도 삼성그룹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이정표가 되고있다.

삼성종합연수원 로비에 걸려있는 호암의 친필 현판에는 “국가와 기업의 장래가 모두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명백한 진리이다. 이 진리를 꾸준히 실천해온 삼성이 강력한 조직으로 인재양성에 계속 주력하는 한 삼성은 영원할 것이며 여기서 배출된 삼성인은 이 나라 국민의 선도자가 되어 만방의 인류 행복을 위하여 반드시 크게 공헌할 것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제서야 미스터리가 풀렸다. 호암의 인재제일주의는 단순히 후대가 만들어낸 경영철학이 아니라 선생이 평생을 두고 실천했던 기업가정신의 중요한 덕목이었던 것이다.

호암은 기업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박 전 총장에 따르면, 자굴산 책자에 ‘삼성물산주식회사 사장 이병철’이라는 이름으로 광고를 게재해 보탬을 주었다고 했다. 호암은 자굴산 외에 당시 국내에서 발행되었던 시사잡지 <세계신문> 1호(1956년 간) 등에도 ‘제일제당공업주식회사. 제일모직공업주식회사. 삼성물산주식회사 취체역 사장 이병철’이라는 이름으로 표지광고를 내는 등 언론과 출판, 문화활동을 적극 지원한 기록이 있다.

호암이 나라의 동량이 될 인재들을 후원하고 언론과 출판활동을 장려하던 1958년은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던 때다. 호암은 이 무렵 ‘한국경제재건연구소’를 설립해 한국 경제의 앞날을 놓고 정치·경제·학계의 중진들과 서로 진지한 의견을 나누었고, 기업인으로서 맡아야 할 사회적 활동도 주저하지 않았다. 1961년에는 전경련 초대회장의 자리에 오른다.

호암의 기업가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어 후대 경영자들에게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 주요 인사들은 지난 2월 10일 대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 부지에 ‘대구-삼성창조경제단지’ 기공식을 가졌다. 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성의 창업 정신을 되살려 향후 의류·기계·금속 등 대구지역 창조산업화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삼성은 또 기왕에 창조경제단지를 조성하면서 1997년 철거됐던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로했다. 이에따라 호암의 집무실도 재현되고 삼성의 탄생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창업기념관도 들어서게 된다. 호암은 28세 때이던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한 뒤 1941년 주식회사로 개편해 지금의 세계 굴지의 삼성그룹의 입지를 쌓았다. 때문에 삼성상회 복원은 삼성의 뿌리를 되살린다는 의미 외에도 삼성의 창업지에서 ‘제2의 삼성’을 키운다는 상징성도 가진다. 삼성의 이같은 결정은 삼성의 탯자리에서 선대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면면히 잇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이자 작금의 경제난을 극복할 창조경제의 동력을 창업주의 기업가정신과 경영철학에서 찾고자 하는 취지로 해석됐다.

호암 이병철 회장과 삼성의 사례는 창업주들의 기업가 정신이 창조경제가 필요한 이 시대에 왜 중요한지에 대한 물음에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창간 12주년 기념특집으로 한국 주요 기업 창업주들이 실천했던 기업가정신을 되찾고 그 핵심 DNA를 찾는 기획을 시작하는 것도 이같은 취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이 기획을 한국경영사학회와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사단법인 한국경영사학회(회장 박영렬 연세대 교수)는 내년에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학계의 권위 있는 단체로 한국 경영사를 연구하는 600여명의 회원이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영사학회는 지난 29년 동안 한국 창업주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창업주들의 기업가정신을 발굴해 경영자들에게 아이디어와 영감을 제시해왔다.

올해 하반기에는 해방 70년을 맞아 주요 기업 창업주들을 재조명해 ‘한국경제 발전과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추계 학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창업주들의 기업가정신을 재조명해 한국기업의 정통성과 진정성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이끌 미래 젊은이들에게 기업가정신을 전파하고자 하는 취지다. 창업주를 중심으로 한국기업 경쟁력과 성장에 관한 역사 시리즈를 기사로 게재하려는 포브스 코리아와 공동기획이 가능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에서 경제회생 노하우 찾아야


▎삼성은 창조경제단지를 조성하면서 1997년 철거됐던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로 했다
포브스코리아는 이에 따라 한국 창업주에 관한 스토리와 자료를 발굴해 연구해온 한국경영사학회와 함께 산업별 10대 기업 창업주와 기업의 성장에 관한 역사 시리즈를 게재한다. 창업 1세대가 창조한 기업가정신, 2세대가 키운 기업 성장사, 그리고 3세대가 계승하고 있는 핵심 DNA를 고루 담는 내용으로 연재해 현재의 CEO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기획이다. 이를 위해 1년간 가동할 특별 취재팀도 꾸렸다.

이번 기획은 구체적으로는 해방둥이 기업들을 비롯한 한국 주요 기업들의 발전 역사를 창업기-도약기-성장기로 구분해 재조명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창업주들의 기업가정신 재조명을 통해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의 방법을 찾는 동시에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이 계승. 발전된 기업들의 산업현장을 찾는 것도 포함된다. 1년간 연재한 기사는 단행본 책자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재가공돼 기업인과 경영자, 국민들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포브스코리아와 한국경영사학회가 강조하는 기업가정신은 기존 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곧 혁신하는 능력이다. 경영학자들은 기업가 정신의 바탕은 애정과 열정이라고 말한다. 한 기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매진하는 열정이 기업가 정신의 근본적 뿌리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국내 10대 기업의 창업자와 2세, 3세 경영인들에게는 면면히 내려오는 특유의 유전자가 있다. 창업과 수성, 그리고 제2의 창업과 계승으로 이어진 10대기업들의 핵심 DNA가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포브스코리아가 1년간 재조명할 창업주들의 기업가정신은 DNA처럼 기업 경영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애정과 열정이 바탕이 된 경영철학이다.

우선, 사업보국의 기업가정신이다. 해방과 전란을 겪으며 우리기업인들은 사업보국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이를 실천해왔다. 나라가 강해지려면 국민의 살림살이가 풍요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 호암은 대한민국을 무슨 일이 있어도 풍족하고 강한 독립국가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1976년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보에서는 “나는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고, 나의 갈 길이 사업보국에 있다는 신념에 흔들림이 없다”고까지 했다. 그는 “선도적인 기술혁신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고 수출과 고용과 소득을 늘리며 경영합리화로 잉여를 많이 올려 기업확장의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기업인의 본분이며 사회적 의무”라고 밝혔다. 사업보국의 의미를 명쾌하게 압축한 명문이다. 호암은 그가 말한대로 전 생애에 걸쳐 사업을 통한 조국의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 경제발전 기틀을 마련한 아산


▎한국경영사학회는 지난 29년 동안 한국 창업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창업자들의 기업가정신을 발굴해 경영자들에게 아이디어와 영감을 제시해왔다. 사진은 2012년에 열린 학술대회.
현대가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대표하는 입지전적인 기업가 아산 정주영 회장은 애국심이 투철했다. 그는 평소 산업을 ‘나라를 부(富)하게 만드는 산업’과 ‘강(强)하게 만드는 산업’으로 나누고, 한국의 산업이 부(富)만을 창출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래서 일찍부터 조선, 자동차, 중공업, 철강 등에 집중 투자해 국가기간산업을 맡았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수익성 여부에 상관없이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을 찾아내 이를 관철시키려는 자세를 견지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1967년 소양강 다목적댐공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수많은 모욕을 받아가면서도 발주처인 정부의 확정 설계안인 콘크리트댐 을 사력댐으로 바꿀 것을 주장하고 관철시켜 국가 예산을 30% 절약시켰다. 이 같은 자세는 기업가가 단순한 이윤추구를 떠나 한국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주판알’을 엎고 사업을 해야 할 때도 있다는 사업보국정신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당장에는 위기와 시련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다져진 기술과 경험은 자신과 국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그의 기업가정신의 소산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의 요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자는 직원들의 ‘당연한’ 주장을 물리치고 현대아산병원을 지은 그의 고집도 일찍이 사회복지를 생각해온 그만의 사업보국의 발현이다. 아산 정주영은 1977년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뜻에 따라 그의 호를 따서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세우고 이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1989년에 지금의 서울아산병원을 개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재단 산하에 강릉, 금강, 보성, 보령, 영덕, 정읍, 홍천 아산병원 등 8개 자병원을 두고있다. 모두가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지역에 세워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업보국의 고귀한 가치로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는 진취적인 의지와 창조적 사고, 불굴의 개척정신이 지금의 현대를 만들고 대한국경제의 발전을 이끌어 온 것이다.

한화그룹 창업주인 고 현암 김종희 회장도 사업보국의 정신에 투철했다. 그는 “우리도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업보국의 경영이념을 기업활동의 목적에 두었다. 해방 후 ‘다이너마이트 김’으로 불린 김종희 회장이 한국화약공판의 관리인으로 일할 때 목숨을 걸고 다이너머이트를 지켜낸 일화는 유명하다. 1950년 6·25가 발발할 무렵 조선화약공판 홍제동 화약고에는 다이너마이트 3000상자가 있었다. 김종희 회장은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해 다이너마이트를 버려두고 피난을 떠난다는 것이 화약인의 양심으로서는 용납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홍제동 사택에 머물며 9월 28일 서울이 수복될 때까지 공산치하에서 화약을 지켜내 무사히 인도했다.

두 번째, 인재재경영도 기업 창업주들이 강조한 경영 철학이었다. 삼성과 LG 창업주들이 대표적이다. 호암이 1980년 전경련 강연에서 “내 일생의 80%는 인재를 육성하는 일에 보냈다. 삼성이 발전한 것도 유능한 인재를 많이 기용한 결과이다”라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호암의 인재 제일주의 경영철학은 2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이어져 1994년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재론으로 발전돼 지금의 글로벌 삼성을 만들어냈다.

인재양성과 장학사업에 매진한 연암

LG그룹의 창업주인 고 연암 구인회 회장도 늘 인재경영을 강조한 기업인이었다. “기업이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을 잘 써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었다. 뒤를 이어 2세 경영자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도 어떤 경쟁상황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강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자 했다. 구 명예회장은 “국토가 좁고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의존할 것은 오직 사람뿐이다. 교수의 경쟁력이 대학의 경쟁력이고, 학생의 경쟁력이 그 나라의 산업과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된다.”며 우수한 인적자원의 필요성을 늘 강조하고 인재육성에 힘을 쏟았다.

세 번째, 도전과 열정의 리더십이 기업가정신이다. 주위에서 모두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일에도 특유의 기지와 투지를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정신이다. 이같은 기업가정신은 꿈쩍도 않을 것 같은 큰 바위덩어리를 지렛대를 이용하여 옮겨놓는 것처럼 어려운 난제를 해결한다. 아산 정주영 회장이 대표적이다. 정주영 회장이 현대조선소를 짓기 위해 돈을 빌리러 영국에 갔을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조선소를 짓고 싶습니다. 돈을 빌려 주십시오.”

“돈을 빌려주는 건 문제가 아닌데, 어떻게 한국 같은 나라에서 배 만들기가 가능하겠습니까. 어렵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할 수 있습니다.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 죄송합니다. 다른 데서 알아보시지요.”

“ (주머니에서 오백원 지폐를 꺼내며) 여기를 봐주십시오. 한국은 이미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든 나라입니다. 조선술에 있어서는 어디에도 지지 않습니다.

왜 저희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이런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지금의 현대가를 일궜다.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해봤어?”는 어찌보면 콜롬버스의 달걀이다. 실패해도 좋으니 단 한걸음이라도 내딛어보는 배짱을 가져라는 도전정신이다.

도전정신은 긍정과 부지런함의 DNA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산 정주영 회장은 1983년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 특강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젊었을 적부터 새벽 일찍 일어난다. 왜 일찍 일어나느냐 하면 그날 할 일이 즐거워서 기대와 흥분으로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은 소학교 때 소풍가는 날 아침, 가슴이 설레는 것과 꼭 같다. 또 밤에는 항상 숙면할 준비를 갖추고 잠자리에 든다. 날이 밝을 때 일을 즐겁고 힘차게 해치워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을 아름답고 밝게, 희망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의 이같은 부지런함과 열정은 그의 장남인 정몽구 회장에게 그대로 이어져 현장경영과 통큰 경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게 경영학자들의 해석이다.

올해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탄생 105주년이자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이다. 기업인들이 선대회장들의 사업보국 정신과 인재경영, 도전정신과 창의경영을 되새기는 기회가 많을 수 밖에 없다.

포브스코리아와 한국경영사학회의 이번 공동 기획이 기업인들에게 유익한 자료로 쓰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것도 그 때문이다.

- 포브스코리아 특별취재팀

201503호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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