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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VE COMPANY(9)] 이성진 이노뎁 대표 

보안관제 솔루션 시장 1위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장진영 기자
이노비즈협회가 추천한 혁신강소기업은 ‘보안관제 솔루션’기업 이노뎁이다. 이노뎁은 한국의 보안관제 솔루션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구로동에 있는 이노뎁 본사에서 만난 이성진 대표가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쇼룸에서 센서 역할로 확장되고 있는 CCTV의 기능을 설명했다.
2009년 1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기도 서남부지역 부녀자 7명의 연쇄살인사건 범인 강호순이 마침내 검거됐다. 미궁에 빠질 수 있던 사건 해결에 결정적 도움은 CCTV가 제공했다. 범인 강 씨가 부녀자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이 CCTV에 찍힌 것. 이 기기는 주·야간에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판을 촬영하고, 차량의 통과 시간 등의 정보를 저장하는 차량번호자동인식시스템(AVI)을 가지고 있었다. CCTV에 찍힌 차량번호가 명확했기 때문에 경찰은 범인을 쫓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각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통합 영상관제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쉽게 말해 주간에 불법주정차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설치한 CCTV를 야간에는 방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렇게하면 범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CCTV 기기를 제조한 기업마다 영상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솔루션이 제각각이라는 점이었다. 아이디스, 하이트론시스템즈, 엑시스 같은 기존의 CCTV 전문 기업들은 표준화된 솔루션을 제공하지 않았다. 지자체들은 중앙관제센터의 큰 모니터에 A사 CCTV 영상과 B사 CCTV 영상을 한꺼번에 모니터링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런 난제를 해결해낸 회사가 바로 보안관제 솔루션 기업 이노뎁이었다. 이성진(44) 이노뎁 대표는 “우리의 솔루션은 현재 유통·판매되는 CCTV 중 95%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통합관제시스템 사업자로 이름 알려

이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강호순 사건 같은 강력범죄 때문에 지자체들도 통합관제시스템 구축에 관심이 높았던 상황이었다. 이노뎁은 이에 힘입어 서울의 한 지자체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CCTV 제조기업들의 협조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당장 제조기업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어떤 CCTV 제조기업도 이노뎁의 기술을 반기지 않았다. 업계 10년 경력을 주장하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대부분 거절하기 일쑤였다. 왜 그랬을까? 나중에 알고보니 CCTV 제조 기업들은 통합 솔루션이 나오게 되면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량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A 기업의 경우 “CCTV 솔루션을 개발했던 개발자가 퇴사해서 도움을 줄 수가 없다”며 거절했다. 다급해진 대표는 그 기업의 CCTV 몇 대를 구입해 사무실에 걸어 놓은 후 영상 솔루션을 분석할 수 있는 기기를 빌려 직접 솔루션을 만들기도 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솔루션을 역추적해서 풀어낸다는 것은 솔루션을 개발하는 시간보다 두 배나 걸린다. 결국 지자체와 약속한 날짜를 넘긴 후에야 솔루션 개발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1년 정도 걸렸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레퍼런스로 해서 한국의 지자체와 기관에 통합관제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230여 개 지자체 중 170여 곳이 통합관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노뎁의 솔루션은 이중 80여 곳에 납품되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시와 광역시 같은 규모가 큰 지자체는 대부분 이노뎁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자랑했다.

내년엔 해외 매출 50억원 넘어설 것


지자체를 시작으로 한국은행과 한빛·고리·한울·월성 등의 수력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이노뎁의 솔루션이 채택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보안관제 솔루션 기업으로 우뚝섰다. 이 대표는 “요즘에는 주차장과 스마트팩토리 시장이 뜨고 있다”면서 “주차장 공란을 확인하는 데 CCTV가 사용되고 있고, 스마트팩토리 공정감시도 CCTV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한국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이노뎁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의 국제 무역거래소, 일본의 AEON 쇼핑몰, 베트남의 대학교에도 이노뎁의 솔루션이 수출됐다. 이 대표는 “2013년 태국에서 보안전시회가 열렸는데, 우리가 부스를 마련해서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기업이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나?’하고 놀라면서 우리 부스를 많이 찾아왔고, 그때부터 해외 진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370만 달러(약 43억5000만원)를 수주했다. 내년에는 해외 매출이 50억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관제센터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이노뎁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영상을 저장하는 서버를 줄이는 것이다. “CCTV 대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영상을 저장하는 서버 비용도 그만큼 상승했다. 지자체는 서버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 추세로 가면 지금처럼 조그마한 관제센터를 없애고 큰 규모의 관제센터를 지어야 하니까, 지자체들은 고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성진 대표가 내놓은 대책은 이른바 ‘가상화 기술’이다. 클라우드의 기반 기술인 가상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2011년엔 한 대의 서버로 20개 서버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여줬다. 강원도 춘천시청에서 처음으로 이를 선보였고, 그 후 이노뎁의 레퍼런스가 됐다. 지금은 1개 서버로 50개 서버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고 했다. 요즘은 서버뿐만 아니라 스토리지, 즉 하드디스크 용량을 줄이는 기술까지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100기가의 데이터를 30기가의 데이터로 줄이는 식이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데이터 크기에 따라 과금을 하기 때문에, 스토리지 용량을 줄이면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영상을 어떻게 압축하느냐의 기술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영상 압축 기술을 개발했고, 내년 봄이면 이 기술을 선보이게 된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압축률이 훨씬 크지만, 화질은 변화가 없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기술력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 수상

기술력은 있었지만 이노뎁의 매출은 한동안 100억원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는 211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됐고, 올해는 3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매출액이 급격하게 상승한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그동안 지자체와 많이 일한 덕분인지 2015년에 이노뎁이 조달업체로 등록되면서 솔루션 판매, 유지보수 비용과 우리가 제작한 스토리지 판매 등으로 매출액이 급격하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조달 업체로 등록된 이후 직원이 40명 이상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가 2014년부터 ‘이노뎁 솔루션 컨퍼런스’를 시작한 것도 이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700여 명이 참석했는데, 올해는 1000명이 넘어갔다. 우리의 기술을 자랑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올해 이노뎁에겐 큰 경사가 있었다. 지난 9월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최고상인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R&D에 집중한 결과인 것 같다”면서 웃었다. 현재 이노뎁의 임직원은 80여 명, 이중 절반 이상이 엔지니어들이다. 이노뎁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지켜온 약속 중 하나가 바로 ‘엔지니어가 반 이상이 되는 조직 만들기’였다.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지원해주고 있다. 동호회부터 교육까지 웬만한 것을 회사에서 지원해주니까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자랑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이 대표는 기자에게 이노뎁이 개발 중인 솔루션을 보여줬다. 얼굴과 차량번호를 인식하는 CCTV였다. 이런 CCTV가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면 범죄자가 도망갈 곳은 없어 보였다. 건물에 설치된 CCTV가 건물의 흔들림까지 인식할 수 있는 기술도 보여주었다. 이제 CCTV가 건물 움직임을 인식해 지진 발생을 관제센터에 알려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대표는 “CCTV는 과거처럼 더 이상 영상을 저장하는 기기가 아니다. CCTV 기술이 날로 발전해서 이제는 센서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장진영 기자

201612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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