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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현 매버릭 대표 

해외에서 더 사랑받는 동영상 편집 앱 얼라이브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경록 기자
스마트폰에서 터치 몇 번만 하면 좋은 동영상이 나온다. 여기에 음악을 넣을 수 있고, 글자도 바로 쓸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 매버릭이 서비스하고 있는 동영상 편집 앱 얼라이브는 간단한 사용과 다양한 효과 덕분에 해외 10대들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매버릭 사무실에서 만난 오주현 대표가 얼라이브 서비스가 어떻게 구동이 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1년, KT 사내에서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신사업본부에서 일하던 매니저급 직원의 사업 제안서가 회장이 참석하는 회의에 보고가 올라간 것이다. 회사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한쪽에서는 “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쪽에서는 “하면 안된다”고 반대했다. 내부에서 힘겨루기까지 벌어졌던 그 사업은 결국 2년이 지난 후에야 우여곡절 끝에 사내벤처 형식으로 시작됐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13.2㎡(4평) 규모의 작은 회의실을 배정받았다. 처음에는 사업 제안서를 올린 직원을 포함해 단 두명이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5명으로 늘어났다.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되던 1년 후, 몸담고 있던 모회사에 큰 인적 교체가 일어났고, 한 임원이 “이제 이 사업은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말을 전해왔다.

1년여 동안 준비했던 사업이 위기에 봉착하자 그는 일말의 흔들림 없이 독립을 결정했다.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합성을 할 수 있는 앱 ‘얼라이브(ALIVE)’를 서비스하고 있는 오주현(37) 매버릭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오 대표는 “1년 동안 서비스가 거의 완성단계였기 때문에 스핀오프 하는 것을 아주 쉽게 결정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2014년 7월 매버릭을 창업했다. 얼라이브는 같은 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 이름인 매버릭은 영화 ‘탑건’의 주인공 톰 크루즈의 콜사인(호출부호)에서 따왔다.

클라우드를 이용한 스마트폰 영상 편집

스마트폰에서 동영상을 합성할 수 있는 앱은 많다. 바인, 스냅챗, 뮤지컬리 같은 앱이 대표적이다. 얼라이브가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모바일 환경의 단점으로 여겨지던 속도의 한계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해결의 열쇠는 바로 ‘클라우드 비디오 렌더링 에디팅’이다. 영상과 영상을 이어 편집하고, 영상에 텍스트나 음악을 덧붙이는 작업을 모바일에서 하기에는 힘들다.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 처리장치)의 한계와 저장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클라우드 렌더링 엔진은 영상 합성 과정은 모바일에서 프리뷰 형태로 보여주고, 실제로는 클라우드 엔진에서 합성을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얼라이브에서는 영상이 반짝이는 효과나 해가 떠오를 때의 느낌 같은 다양한 특수 효과 필터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남들과 다른 독특한 영상을 아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영상을 멋있게 연출할 수 있는 음악도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영상을 만드는 법도 쉽다. 누구라도 터치 몇 번만 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 높은 영상을 만들 수 있다. 편집한 영상은 얼라이브에 저장이 되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도 바로 업로드 할 수 있다. 동영상 제작을 어렵게만 여겼던 이들도 얼라이브 앱 하나면 쉽게 재미있고 멋있는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얼라이브는 동영상 합성을 할 때 다양한 효과를 넣으면서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 서비스와의 차이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얼라이브는 동영상 합성 앱들 중에서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에 이어 다운로드가 많은 앱으로 꼽힌다. 매월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존 웹서비스의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매달 4000달러~5000달러(약 470만원~580만원)의 비용을 내야만 한다. 창업 후 지금까지 기술 개발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매출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매버릭이 지금까지 버티는 것은 이들의 기술을 인정하고 미래성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이다. “지금까지 8억원을 투자 받았고, 5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준비 중”이라고 오 대표는 말했다. “우리 서비스는 2~3년 동안은 유저를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 매출이 기본이지만, 콘텐트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유저 확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000만 유저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 대표가 동영상에 집중하게 된 것은 문자에서 동영상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의 타깃 층은 8세에서 14세인데, 이들은 문자 대신 영상을 주고 받는다. 다음 세대는 이미지보다 비디오를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매버릭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해외 10대 사용자가 70% 이상 차지

얼라이브는 한국보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사용자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동영상 콘텐트가 주류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글로벌 시장에 집중한 이유다.

해외 유저에게 호평을 받고 있지만, 매버릭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선보이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여타 서비스처럼 앱 인 결제 모델을 도입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B2B 시장에 진출해야 할 것인지, 동영상 합성 효과 마켓을 만들지를 놓고 숙고 중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하고, 준비도 다 해놓은 상황이다. 매출을 올리고자 하면 한 달 안에 실행 가능한데, 좀 더 효과적인 게 뭔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고 털어놨다.

오 대표는 얼라이브 이후를 준비 중이다. 얼라이브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게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얼라이브가 동영상을 편집하면서 다양한 효과를 넣는다면, 다음 서비스는 동영상 효과를 선택하면 바로 동영상에 적용되게 만드는 것이다. “다음 서비스는 내년 초에 출시할 계획이다. 동영상을 편집하면서 특수효과를 입히는 게 아니라, 특수효과가 들어간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초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에는 명확한 사업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그는 “유튜브 다중채널네트워크(MCN)과 협력을 하거나, 동영상 제작자들과 손을 잡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대표는 타고난 창업가다.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할 때부터 그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다. 매주 친구들과 함께 특허를 낼만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스터디를 할 정도였다. 대학 졸업 후에는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 위해 성균관대 MBA 과정에 입학했지만, 중간에 그만두고 취직을 선택했다. 영국계 리서치 컨설팅 회사에서 2년 정도 일한 후 그는 KT 신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겼고, 그곳에서 얼라이브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경록 기자

본앤젤스가 선택한 이유: 매버릭(ALIVE) 팀은 일반인들이 영상을 찍고 공유하는 문화를 확산하자는 비전이 확실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의 비디오 편집 관련해 3개의 특허를 보유하는 등 꾸준하게 영상 기술을 개발해 온 팀이다. 미국 10대가 매버릭 서비스를 이용해 새로운 느낌의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서비스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201701호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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