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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현 유비누리 대표 

동남아 앱 시장 진출의 교두보 

양미선 기자 yang.misun@joongang.co.kr
한국 앱 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다. 모바일 게임 분야 쏠림 현상, 개발사 간 소득 양극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높은 시장점유율 등 문제도 많다. 레드 오션으로 전락해버린 한국 앱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기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이미 자체 앱플랫폼도 마련했다. 유비누리 노성현 대표의 이야기다.

▎중소 개발사들이 만든 다양한 한류 콘텐트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 유통시켜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 노성현 대표의 목표다.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 대중문화뿐 아니라 게임, 웹툰, 유아용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한류’라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모바일 앱도 전세계를 즐겁게 하는 한류 콘텐트 중 하나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AppAnnie)에 따르면 2016년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한국은 8위를 차지했다. 매출을 따져보면 애플 앱스토어에서 8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3위를 기록했다. 전부 2015년 때와 같은 순위다. 이 순위에서 보듯 한국이 세계 앱 시장에서 쌓은 입지가 굉장히 공고하다 보니 한국의 대형 개발사뿐 아니라 중소 개발사도 해외 시장을 겨냥해 앱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대부분의 중소 개발사들은 해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그들이 찾게 되는 사람이 바로 유비누리 노성현 대표(58)다.

앱 개발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 도와

노 대표가 중소 개발사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은 크게 모바일 앱의 글로벌 퍼블리싱과 앱스토어 플랫폼 구축으로 나뉜다. 컨설팅,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해외 앱 스토어 등록 및 판매 대행, 마케팅, 고객관리 등을 하며 중소 개발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다. 또한 국가별로 앱을 유통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앱을 ‘안정적ㆍ지속적ㆍ효과적’으로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최근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만 봐도 독립적인 유통채널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죠.” 노 대표의 말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3월17일 중소기업의 대중(對中) 무역 피해 사례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확정 발표 이후 급증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주요 온라인몰이 한국 상품을 구매하기를 거부하는 등 피해가 상당하다.

노성현 대표가 처음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해외에서 개발된 앱을 한국 시장에 공급했었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도입되던 2009년 이후 이동통신 3사가 자체 앱스토어를 열었는데 정작 팔 ‘상품’(앱)이 없었죠. 당시 PDA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었던 회사는 유비누리가 유일했기 때문에 제게 앱스토어를 채워달라고 요청했었던 겁니다.” 하지만 당시의 사업 모델은 지속성이 없었다. 누구나 앱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개방형 앱스토어가 문을 열자 한국 개발사들도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 앱 시장은 자생력을 갖추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노 대표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 앱 개발에 자본을 투자할 여력이 없고 앱스토어를 운영하기 어려운 동남아시아에 주목했다. 유비누리는 2014년부터 대만에서 로컬 앱스토어를 운영해 왔으며 지난 4월 태국에서도 현지 통신사업자와 제휴해 앱스토어를 오픈했다.

노성현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같은 학교의 대학원에서 정치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은 데이콤이었다. 국제통신사업을 하는 회사였는데, 언뜻 보면 노 대표의 전공과 관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노 대표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것이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데이콤은 사회 인문학 계열 전공자를 뽑아서 6개월 동안 전산 교육을 시킨 다음 부서에 배치했다. 지금은 드문 인력 관리 방식이다. 통신 서비스가 서서히 민영화되고 있는 시기에 노 대표가 했던 일은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사업자와 협상하고 계약을 맺는 일이었다. 서비스 오픈까지 책임졌다. 한국통신(현 KT)이 다른 나라의 1위 국제전화 사업체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노 대표가 그 나라의 2ㆍ3위 업체에게 가서 데이콤과 제휴하자고 권유하는 식이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통화량이 많아질 테니 국제통화 채널을 하나 더 개설하자고 설득했다. 이 과정이 “상당히 외교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사명감을 가지고 설득했단다. 지금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남아시아가 한국 앱을 수입해 사용하지만 곧 한국처럼 자생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현지 사업자를 독려한다.

20년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노 대표는 2003년 6월 유비누리를 설립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비누리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융합’)와 누리(‘세상’을 이르는 순우리말)의 합성어다. IT 기술로 융합된 세상의 중심이 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설립 초기 5년간은 암흑기였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예상과 달리 PDA가 빠르게 저물고 스마트폰의 국내 보급 시기가 늦어졌다. 노 대표가 하고 싶은 콘텐트 사업을 하기엔 당시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다. 웹 에이전시, 외주 개발, 컨설팅 등을 하면서 그 세월을 이 악물고 ‘견뎠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한 때는 2009년 말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오면서부터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인도에 주목

요즘 노 대표는 플랫폼 다각화를 진행하는 중이다. 웹툰 플랫폼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개발하는 데 약 1년의 기간이 소요됐고 오는 5월 태국 론칭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의 웹툰 퍼블리셔 나인픽셀즈가 콘텐트를 공급한다. O2O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밤이 개발한 유아 교육용 게임 앱 ‘분홍 돌고래 뽀뚜’가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은데, 이 콘텐트를 이용해 가상유치원을 만들 생각이다. VR(가상현실)ㆍAR(증강현실)도 접목한 체험실 형태로 서비스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밤과 제휴했다.

최근 경제 성장이 둔화된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으로 노 대표는 인도를 지목했다. 인도는 13억 명에 가까운 인구에도 그동안 낙후된 통신 환경 때문에 낮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콘텐트 소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인도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인도에서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가 3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다운로드 수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인도의 앱 시장도 엄청나게 성장할 것입니다.”

인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유비누리의 인도 협력 업체가 현지 통신사와 제휴해 정액제 앱스토어를 운영할 채비도 마쳤다. 한국 앱이 인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뚫고 있다. “한국은 콘텐트 강국이지만 플랫폼 면에서는 최약소국입니다. 해외 유명 플랫폼이라는 남의 장터에서 한국 콘텐트를 팔고 있는 형국이죠. 우리의 영향력이 미치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면 이번 사드 사태처럼 국제 문제에 휘둘리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중소 개발사들이 만든 다양한 한류 콘텐트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 유통시키고 싶습니다. 현지 파트너와 제휴하거나 자체 앱플랫폼을 구축해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노성현 대표의 당찬 각오다.

- 양미선 기자 yang.misun@joongang.co.kr

201705호 (20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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