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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이재현 CJ그룹 회장 

‘그레이트 CJ’ 넘어 ‘월드베스트 CJ’ 비전 제시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사진 임현동 기자
이재현(57) CJ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를 공식화했다. 4년 만이다. 이 회장은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가운데)이 지난 5월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식수를 마친 뒤 밝은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이 회장, 부인 김희재 여사.
지난 5월17일,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열린 CJ그룹 연구개발센터인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 콘퍼런스’ 행사장에 회색 정장을 입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휠체어를 타고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 회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약 4년 만이다.

이 회장은 비서진들 도움으로 휠체어로 탄 채 천천히 나타났지만, 지난해 사면 당시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한발짝도 내딛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동 구간에서만 휠체어에 의지한 채 단상에 도착했다. 이후 김철하 CJ제일제당 부회장 부축으로 3걸음 정도 기념수인 오엽송 근처로 자리를 옮겼고, 오엽송에 흙을 뿌리기 위한 식수가 진행된 약 5분여 동안 아무 도움 없이 스스로 서 있기도 했다. 기념 식수가 끝난 후 이 회장이 돌아서자 주변을 에워쌌던 100여 명의 임직원들이 박수치며 환대했다. 100m 가량 떨어진 프레스존에 위치한 기자들을 보고는 밝은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 손을 흔들어 보였다.

4년 만에 경영 복귀 공식화


이 회장은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습니다”라며 경영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그동안 임직원들에게 경영 현장을 챙기지 못한 안타까움과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 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글로벌 사업도 부진했다”며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 궤도에 올려놓겠다”며 비전을 제시했다. 2020년 ‘그레이트 CJ’를 넘어 2030년 ‘월드베스트 CJ’로 나아가겠다는 것.

그레이트 CJ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해외 비중 70%로 확대하겠다는 기존 비전이다. 이 회장은 월드베스트 CJ에 대해 “2030년에는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 수치나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만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진정한 사업보국의 길이 될 것”이라며 “CJ의 콘텐트, 생활문화서비스, 물류, 식품, 바이오 사업군은 국가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복귀로 CJ그룹은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약 31조원이었다. 3년 안에 그레이트 CJ 전략에서 제시했던 목표치(100조원)를 달성하기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CJ그룹은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CJ제일제당·CJ푸드빌 등이 동남아시아 생산기지 구축이나 해외 점포 확대, 현지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CJ그룹은 올해 5조원을 비롯, 2020년까지 물류·바이오·문화콘텐트 등에 M&A를 포함해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 회장의 자녀인 이경후 CJ 미국지역본부 상무대우와 이선호 CJ 주식회사 부장도 참석했지만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반면 부인 김희재씨는 기념식수 때 이 회장 옆을 지켰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후 국내 주요 기업 총수 중 가장 긴 경영 공백 기간을 거쳤다. 수감 중에는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신장 악화로 부인 김희재 여사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하지만 거부 반응으로 병세가 악화됐다. 재상고를 포기하고 사면을 요청하면서 유전병과 만성신부전증으로 악화된 신체 사진을 공개하며 절박함을 여론에 호소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되자 치료를 위해 미국을 오갔다. 이후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가 진행되면서 CJ그룹도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게 되자 경영 복귀는 미뤄졌다. 하지만 지난 3월 대대적인 인사를 발표하면서 이 회장의 경영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CJ그룹 안팎에서 나왔다. 재계에서는 ‘미운털’이 박혔던 박근혜 정부가 물러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CJ그룹이 이 회장의 경영 복귀에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CJ그룹 입장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여전히 부담이다. 이동할 때는 휠체어나 주변의 부축이 필요하다. 게다가 지난 2일 ‘금고지기’로 불렸던 이 회장의 측근인 김승수(55) CJ제일제당 중국 총괄 부사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세금 57억원을 탈루한 혐의다. 검찰은 2013년 이 회장을 기소할 당시 김 부사장의 혐의도 파악했지만 그가 중국에서 지난해 귀국하자 수사를 재개했다.

-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사진 임현동 기자

201706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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