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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와 경영권 승계 

 

이종광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인회계사
최근 한국에선 대주주의 지배력을 키우거나 상속세를 줄이는 수단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지주회사(holding company, 持株會社)는 주식을 소유해 회사를 지배하는 것이 주된 사업 목적인 회사다. 지난 1986년 지주회사의 설립이나 전환이 금지됐으나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1999년부터 일정한 제한을 두고 허용됐다.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대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인다는 순기능 때문이다. 지주회사에는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기업을 지배·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지주회사와 다른 사업을 하면서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지배·관리하는 사업지주회사가 있다. 지주회사 제도는 한국의 순환출자로 인한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됐고, 이후 지주회사 전환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자산규모, 자회사 주식 보유 등 몇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지주회사에 관한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상장회사의 경우 과거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즉, 지주회사 전환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상당수 회사의 출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자회사)을 인적분할 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를 택한다.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편입시키게 되는데, 대주주는 현물출자를 통해 자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으로 교환하면서 (지주회사를 통한) 자회사의 지배력은 유지하면서 지주회사 지분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공개매수를 택하는 배경은 이렇다. 소액주주 입장에서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게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없어 사업부문이 있는 자회사 지분을 갖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지주회사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주주에게 지주회사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상법상 정관에 근거만 있으면 가능하고, 공개매수와 달리 소액주주들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주주 입장에서는 더 유리할 수 있다.

자기주식으로 마법도 부릴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자기주식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자기주식을 보유한 기업이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존속 법인은 신설법인의 신주를 배정받아 그 지분을 자기주식 비율만큼 갖게 된다. 예컨대 인적분할 전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각각 30%, 70%다. 이 회사의 자기주식이 20%라면, 인적분할 후 자회사에 대한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지분율은 각각 44%, 56%로 달라진다. 자기주식은 상법 제369조 제2항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인적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자기주식이 지주회사로 귀속되면서 자회사에 대한 의결권이 살아난다. 지주회사는 자기주식 보유 비율만큼 지배력을 손쉽게 갖게 된다.

대주주가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주회사 전환을 택하기도 한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통상 주식평가를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60:40으로 가중평균해 산정한다. 이론상 순손익가치가 0인 경우 보유 자산가치를 40%로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주주가 상장회사 지분을 비상장회사에 현물출자를 하는 ‘비상장회사 지주회사 방식’은 주식평가액을 감소시켜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주회사가 배당 이외 다른 수단으로 대주주의 이익 확보나 지배력 확대에 악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본래 설립 목적만 보면 배당 수익이 지주회사의 주된 수익이 돼야 한다. 하지만 자회사나 손자회사와의 거래 등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자회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브랜드수수료, 경영자문료 등)만 해도 자회사 소액주주들을 배제한 채 대주주가 지배하는 지주회사가 독점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아온 부동산임대료도 점검할 계획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재 한국에선 지주회사를 가지고 대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상속세를 절감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졌다.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10조의4를 신설해 인적분할 시 분할회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자기주식 소각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 주식 보유비율 상향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도 다수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분명 장점도 있다. 지주회사 제도는 출자구조를 단순하게 유지해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공동 투자가 필요한 경우에 더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소유구조가 더 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불확실성도 줄이고,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들의 소유지배구조까지 투명하게 만들어 대주주가 자기이익만 추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완화할 수도 있다. 여기에 전략적 경영기능과 사업기능의 분리, 리스크 단절효과, 자금조달비용의 절감, 경영평가 및 보상구조의 효율화 등 여러 장점도 따라온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런 장점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 미국은 지주회사 역사가 가장 오래된 나라다. 대부분은 사업지주회사 체계이고 순수지주회사는 은행 지주회사인 경우다. 과거 반독점법인 셔면법, 클레이턴법 등으로 지주회사 체계를 제한할 수 있는지가 논의된 바 있다. 지금은 ‘합리성의 원칙(rule of reason)’에 따라 개별 사안별로 거래제한 및 독점과 같은 경쟁제한적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사후적으로 규제하고 있을 뿐 사전적, 획일적으로 규제하진 않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각국의 경우도 기업의 경쟁 제한적 행위만 규제하고 있으며, 지주회사를 규제하는 일반규정은 없다. 일본의 경우도 점차 지주회사를 밀어주는 쪽으로 규정을 바꾸고 있다.

결국 지주회사 체계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제도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을 생각한다면 고려할 사항이 더 많아졌고 반드시 전문가의 현실적인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

- 이종광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인회계사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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