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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더 K9 시승기 

벤츠·BMW 부럽지 않은 K9 스펙 

조득진 기자
기아차가 작정하고 선보인 더 K9은 품격·감성·기술을 모두 담아낸 수작(秀作)이다. 플래그십 세단답게 최고 수준의 첨단장치가 탑재됐다. 한때 단종설까지 나돌았지만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2세대 모델 ‘더 K9’은 반전 드라마를 시작했다.

▎더 K9은 기아차가 전사적 역량을 총집결한 결과물이다. 웅장하고 기품 있는 디자인, 우아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첨단 주행기술이 조화를 이루며 완벽한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했다. /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모습으로 나타난 기아차 ‘더 K9’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3일 공식판매 개시 후 한 달 새 내수에서 1222대를 팔았다. K9이 월 판매 1000대를 돌파한 것은 1세대 출시 첫해인 2012년 7월(1400대) 이후 처음이다. 현재 3000여 대의 계약분이 남아 있어 5월과 6월에도 무난히 월 판매 1000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 첨단 주행기술과 지능형 감성 편의사양 대거 적용을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5월 초 더 K9을 본격적으로 체험했다. 시승 모델은 3.3 터보 가솔린 모델의 최상위 트림인 그랜드 마스터즈. 서울과 강원도 등지의 도심과 고속도로, 산비탈길 등 무려 600㎞를 달린 후의 총평은 “벤츠·BMW 부럽지 않은 성능과 첨단사양. 기아차가 독이 올랐구나”다. 우선 외관은 한층 웅장해졌다. 전장(5120㎜)과 전폭(1915㎜), 휠베이스(3105㎜)가 각각 25㎜, 15㎜, 60㎜ 길어진 덕분이다. 파노라믹 뷰 디자인은 실내의 시계성을 대폭 넓혔고, 4:2:4 분할 방식을 채택한 2열은 안락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었다. 성인 3명이 앉아도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이전 세대가 ‘회장님 차’로 불리는 쇼퍼드리븐카 이미지가 강했다면, 더 K9 2세대 모델은 쇼퍼드리븐과 오너드리븐(직접 운전)을 모두 만족시킨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을 밟자 3.3리터 트윈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조용하고 부드럽게 작동한다. 이 차량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 반응이 나타난다. 2톤에 가까운 덩치지만 반응은 민첩하고 운전자의 조작에 오차 없이 움직인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은 놀라울 정도로 대부분 흡수한다. 노면 특성에 따라 모두 1024개로 세분화한 기술이 최고 수준의 승차감을 실현한다. 타이어 공명음 저감 공명기 휠과 뒷좌석 샌드위치 패널, 엔진룸 격벽 구조 적용, 흡차음 구조 최적화 등으로 정숙성을 한껏 올린 것도 마음에 쏙 든다.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공인연비와 비슷한 수준인 8.8㎞/L로 나타났다.

동급 수입차와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첨단 안전·편의사양이다. 전 트림에 차로유지보조, 전방·후측방·후방교차 충돌방지보조, 안전하차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을 탑재한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가 기본 적용됐다. 특히 방향지시등 조작 시 해당 방향 후측방 영상을 클러스터에 표시하는 ‘후측방 모니터’는 사이드미러를 보는 것보다 편리했다.

독 오른 기아차의 ‘역대급 신차’


더 K9은 3.8리터, 3.3리터 터보, 5.0리터 엔진 총 3가지 엔진 라인업, 8개 트림으로 구성됐다. 판매가격은 3.8 가솔린 모델(플래티넘)이 5490만~7750만원, 3.3 터보 가솔린 모델(마스터즈) 6650만~8230만원, 5.0 가솔린 모델(퀀텀) 9330만원이다. 그동안 에쿠스와 제네시스 사이로 설정한 애매한 포지션을 교훈 삼아 다양한 버전을 선보였다.

아쉬움도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부에 돌출된 12.3인치의 대형 내비게이션과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아날로그시계는 경쟁 브랜드의 콘셉트와 닮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글로벌 브랜드를 추격하기 위한 노력 정도로 봐줄 만하다. 중요한 것은 ‘KIA’ 영문 엠블럼이 주는 가성비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동급 세그먼트를 선택하는 고객들은 차량 자체의 기술력보다는 브랜드의 품격에 더 끌리는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기아차도 기술력에서 메르세데스-벤츠·BMW 등 독일차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차량에서 내릴 때 주위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정도(하차감)가 높아지면서,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심비)가 가장 뛰어난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의 말은 현재로서는 반은 맞고, 반은 이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806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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