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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의 두 얼굴 

 

김영문 기자

역사에 우연이란 없다. 지주회사의 변신도 한국 경제에서 필연이었다. 1997년 한국을 덮친 IMF 외환위기는 ‘악의 축’으로 인식됐던 지주회사를 한국 경제를 치유할 ‘명약’쯤으로 탈바꿈시켰다. 당시 다단계 출자 또는 순환 출자구조로 연쇄 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지었기 때문이다.

정부 생각이 바뀌면서 1999년 법과 제도도 함께 움직였다. 2003년 LG그룹을 시작으로 ‘지주회사’ 대열에 합류하는 재벌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지주회사라는 개념은 순환출자 구조를 표방하는 재벌에 들이미는 ‘칼날’이 됐고, 기업구조를 더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정언명령’에 가까워졌다.

물론 모든 재벌이 지주회사를 택한 건 아니다. 삼성, 현대차, SK 등은 지주회사로 가는 길을 상당히 버겁게 느꼈다. 기업구조를 바꾸는 것은 곧 경영권 승계와 직결되는 문제인 탓이다. 주어진 시간은 더 짧아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기업 지배구조 개편 압력은 더욱 거세졌고, ‘지주회사’는 기업 총수가 사익을 편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다시금 수술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이렇게 ‘지주회사’ 논란은 또다시 재계를 휘감고 있다.

더불어 역사는 잊히는 것도 없고 생략되는 것도 없다. ‘명약’ 같았던 ‘지주회사’는 다시금 ‘악의 축’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30년간 공정거래법이 그렸던 ‘지주회사’는 그렇게 선과 악을 오갔다. 구멍이 커졌다고 판단한 정부는 ‘지주회사’란 그물망을 대폭 손질할 참이지만, 이번엔 재계도 팽팽히 맞설 태세다. 정치권의 판단만이 남은 상황, 무엇이 맞는 걸까. 지주회사 논란의 시작과 끝을 짚어보고, 정부의 정책방향을 풀어봤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1808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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