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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와 다른 길 걷는 LGU+ 

 

김영문 기자
세계 통신시장 공룡 중국 화웨이의 장비가 한국 5G 사용화를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영국호주일본이 잇따라 화웨이 장비를 5G 사업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KT도 한결 싸늘해진 여론에 한 발 물러섰지만, LG유플러스만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LG유플러스가 유일하게 5G 장비 공급 대상자로 사실상 화웨이를 확정했다. 이미 마곡산업지구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에 화웨이 5G 장비로 실증망을 구축했다. 물론 회사 측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까?”

“들은 바 없습니다.”

한 기자의 물음에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8월 29일 오전 LG유플러스 용산 사옥에서 열린 LG유플러스 임시주주총회에 의장으로 나선 하현회 부회장이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LG유플러스가 5G 화웨이 장비를 바꿀지에 대한 답이었다.

화웨이 장비가 ‘뜨거운 감자’가 된 건 올해 초부터다. 스마트폰이 시발점이 됐다. 지난 1월 미국 통신사 AT&T가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8’에서 주력 스마트폰으로 소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AT&T가 마련한 화웨이 스마트폰 소개 행사는 취소됐다. 미국 의회와 정부가 보안 문제로 화웨이폰의 미국 내 출시를 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 통신사 버라이즌도 화웨이폰 출시를 철회해버렸다.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보안’ 문제는 통신 장비로 번졌다. 미국 하원은 지난 6월 화웨이와 ZTE의 미국 국방부 납품을 막는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도 화웨이와 ZTE 기술을 정부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후 영국도 자국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가 “화웨이의 통신기기 제품이 국가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권고를 내놓으며 화웨이 장비를 배제했다. 뒤이어 호주, 캐나다, 일본 정부까지 나서 화웨이 장비를 자국 5G 통신산업 추진 과정에서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장비 앞 SK ‘철회’, KT ‘고민’, LG ‘결정’


▎지난 8월 29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열린 LG 2018년 임시주총회에 참석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당장 2019년 3월부터 5G 상용화를 앞둔 한국 내 논란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미국ㆍ영국ㆍ호주 등 주요국이 화웨이 장비에 우려를 쏟아내자 그제야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통산3사가 다시금 고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좋지 않은 여론도 크게 작용했다.

SK텔레콤은 여론의 압박에 먼저 손을 들었다.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9월 14일 이동통신3사 중 처음으로 5G 장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 꼽은 이유는 3가지다. ▶5G 구축 지역은 수도권 한정 ▶기존 LTE 체계에서 삼성전자 장비와 호환성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오를 정도로 차가운 여론 등이다. 특히 점차 거세지는 부정적 여론에 발표를 서둘렀다는 게 한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고민 중이라는 KT도 내부 분위기는 비슷하다. 익명을 원한 내부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때 5G 시범 서비스에 성공한 기업이란 메시지로 ‘국민 기업’ 이미지를 강조했다”며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한번 차용하면 십수 년을 쓸지도 모를 5G 장비를 중국산으로 쓴다는 게 사실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LG유플러스만 화웨이 5G 장비 도입을 사실상 확정했다. 10월 1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네트워크 장비 파트너로 화웨이를 선정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애초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공식 발표를 거칠 예정이었지만, LG유플러스의 경우 바로 장비업체들과 본계약 절차를 밟으면서 단가를 조율하는 단계로까지 넘어갔다는 얘기다. 실제 LG유플러스는 마곡산업지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화웨이 장비로 5G 실증망을 구축하고 시업간서비스(B2B) 통신을 테스트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자 선정은 통신사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한 만큼 LG유플러스도 화웨이 장비의 본격 도입을 밀어붙일 생각이다.

하지만 5G 사업은 단순히 이동통신을 연결하는 차원이 아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G 사업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각종 첨단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다양한 산업과 제휴해 B2B, B2B2C 등의 영역으로 확대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요 기술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4G LTE 도입 때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장비 값으로만 3조원 이상 쓸 것으로 봤다. 4G 때와 비용이 비슷하게 들어도 당장 2조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 삼성, 노키아, 에릭슨 장비보다 30% 정도 저렴해 6000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화웨이 장비가 당길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도 “5G 기술력에선 화웨이가 경쟁사보다 우수하고, 이미 4G LTE 장비 상당수를 화웨이 장비로 쓰고 있어 도입이 더 수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5G 주파수를 내준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 7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통신 3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통신 3사의 5G 화웨이 장비 도입 문제는) 기업의 선택 사항일 뿐,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비쳤다.

하지만 영국 IT전문매체 라이트리딩이나 일본 산케이신문 등 각종 외신은 이번 화웨이 논란을 ‘정치적 이슈’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미 화웨이가 전 세계 통신 장비 시장에서 30%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5G통신 시대를 앞두고 패권을 양보할 수 없다는 중국과 미국 진영 간의 견제 심리가 불거진 사례라고 봤다.

실제 SK텔레콤이 화웨이 장비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화웨이도 SK하이닉스 반도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측은 “화웨이가 주요 고객인 것은 맞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추가적인 내용은 ‘영업상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SK그룹에선 화웨이 장비를 둘러싼 논란을 몹시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익명으로 전한 중국 내 한국 증권사 지점 간부는 “중국 장비로 논란이 일고 있는 5G 통신망은 사실상 향후 10년간 한국의 기간 통신망을 맡는다”며 “일단 네트워크를 깔면 10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데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기에 정부가 5G 장비 사업자 선정을 기업에만 맡기는 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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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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