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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배운다는 우아한형제들 ‘피플팀’ 

 

최영진 기자
대기업도 부러워하는 게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다. 독특한 복지제도가 한 축이라면 이런 복지제도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조직이 ‘피플팀’이 또 다른 중요한 축이다. 설립한 지 5년 된 피플팀의 현재와 그 역할이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우아한형제들의 회의실 중 하나인 ‘양평같은 방’에서 만난 피플팀. (왼쪽부터) 김나영, 박송인, 이석호, 안연주 팀장, 나하나, 전상혁.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우아한형제들 본사에 대기업 관계자 4명이 찾아왔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고 있는 대표적인 O2O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2층 방문객 센터에서 우아한형제들 ‘피플팀’이 이들을 맞이했다. 피플팀은 이들을 8층으로 안내했다. ‘트랙방’으로 불리는 경기장 회의실이 마련된 층이다. 회의실 이름은 육상 경기를 떠올리게 하는 ‘장거리방’, ‘중거리방’, ‘단거리방’이다. 바닥에는 육상 트랙이 깔려 있다. 구석에는 한두 사람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저 멀리 올림픽공원을 상징하는 ‘평화의 문’이 보이는 고즈넉한 곳이다. 조용한 풍경을 보면서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 옆에는 우아한형제들이 자랑하는 ‘계단형 회의실’이 마련되어 있다. 마치 고대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을 축소한 것처럼, 발표자를 어떤 위치에서도 볼 수 있는 회의실이다. 100명 이상이 모여 토론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위아래 아무 곳에나 앉을 수 있어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다. 피플팀이 아직은 어색해하는 대기업 관계자를 처음으로 이곳에 안내한 이유다. 궁금한 점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피플팀은 “본사가 있는 곳이 올림픽공원과 가까운 곳이라서 건물 전체에 스포츠와 관련된 상징을 많이 넣었다”면서 “우아한형제들 임직원이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트랙처럼 보이는 계단형 회의실이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관계자들이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부터 대기업의 조직문화가 바뀌기 어려운 상황 등을 이야기했다. 요즘 모든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는 ‘월요일 오후 출근’에 대해서 “어떻게 이런 제도가 가능한가”라는 궁금증도 나왔다. 50여 분 동안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후 피플팀은 9층에 있는 배민아카데미, 17층 인터뷰룸, 18층 우아한 카페로 이들을 안내해 각각의 공간을 설명했다. 특히 각 층 사무실에 들어서면 맨 먼저 만날 수 있는 게 흔히 말하는 탕비실, 우아한형제들에서는 ‘수전’이라고 부르는 공간이다. 마치 바처럼 보이는 공간으로, 이곳에선 차를 마시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피플팀은 “임직원들이 우연히 자주 만날 수 있는 동선을 고려해 사무실 입구에 수전(우아한형제들 구성원은 우물가라고 부른다)을 만들었다”면서 “사무실이 너무 조용하면 잡담할 때 눈치가 보일 수 있어서 항상 재즈나 팝 음악을 조용하게 틀어놓는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 옆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관계자들의 투어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투어에 참여한 대기업 관계자 중 한 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기업도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면서 “우아한형제들 같은 스타트업은 어떻게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규모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에 맞는 기업문화를 가져갈 수밖에 없지만 대기업도 과거처럼 스타트업의 문화를 배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면서 “많이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우아한형제들 견학 이후 ‘지금 만나러 갑니다’(박스 기사 참조)나 ‘주 35시간’, ‘주 4.5일제’ 등을 시행하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

위 장면은 일회성이 아니다. 매주 수요일 우아한형제들 본사에는 견학을 예약한 대기업 관계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를 배우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피플팀이 진행하고 있다. 안연주(36) 피플팀 팀장은 “2014년부터 우아한형제들이 유명해지면서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한번 견학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많이 오니까 구성원들이 불편해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견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까지 예약이 모두 차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기아차, SK하이닉스, LG 등 한국의 대기업 대부분이 우아한형제들을 견학했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는 대기업이 배우고 갈 정도로 유명하다. 지난 10월 오픈서베이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동으로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8’을 보면 대학생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스타트업으로 우아한형제들이 선정됐다.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 4.5일 근무 등 다양한 복지제도, 톡톡 튀는 이벤트와 광고,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어서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지속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다. 대표 직속 조직인 피플팀이다. 본지가 피플팀을 만난 이유다.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면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를 만들고 유지하는지 궁금했다.

피플팀 구성원은 11월 현재 8명이다. 안연주 팀장을 중심으로 김나영(33)·나하나(32)·박송인(33)·전상혁(28)·이석호(31)가 피플팀에서 일하고 있다. 이다민씨와 김소희씨는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안 팀장은 “처음으로 피플팀에서 신입 1명을 뽑는 공채를 진행하고 있는데, 1160여 명이 지원했다”면서 “서류 검토 후 면접을 진행 중인데, 우아한형제들이 대학생에게 인기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웃었다. 스타트업에서 신입을 뽑는 데 1000 대 1의 경쟁률이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 팀장은 “피플팀에서 일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기본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고 강조했다.

인사팀도 없던 시절 피플팀 설립


▎우아한형제들 사무 공간의 특징은 개인 공간은 줄이고, 그 공간을 모아서 Cowork space로 활용하는 것이다. ‘2018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사무 공간 부문 수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무 공간’ 중 하나로 선정됐다. / 사진:최영진 기자
피플팀은 2013년 11월 설립됐다. 우아한 형제들 임직원이 80여 명 정도 됐을 때였다. 한마디로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스타트업이었던 것. 보통 이 시기에는 성장에 집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아한형제들 창업가 김봉진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를 구성원이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커뮤니케이션팀에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언론 대응을 하던 안연주 팀장을 불렀다. 김 대표는 “이제 구성원이 100명을 넘어가는데, 기존에 없는 피플팀을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꽃을 피울 수 있는 팀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제안했다. 당시 인사팀도 없던 조직에 대표 직속의 피플팀을 만들자는 것이다. 역할도 독특했다. 인사팀처럼 구성원을 평가하는게 아니라, 구성원이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와 비전을 공유하고 구성원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팀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안 팀장은 “좋다”라고 화답했다. 안 팀장은 “회사의 방향은 구성원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인데, 비전이 명확하고 구성원이 공유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예전 회사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해본 적이 있어서 거부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사팀은 임직원이 200명을 넘긴 시절에 설립됐다. 우아한형제들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안 팀장을 중심으로 고객서비스 팀장이었던 김나영씨가 초기 멤버로 발탁됐다. 초기 역할은 조직문화를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대표의 철학과 비전, 우아한형제들의 현재 상황 등을 구성원에게 전달했다.

우아한형제들의 규모가 커지고 임직원이 늘어나면서 피플팀의 역할은 전방위적으로 바뀌었다. 10월 현재 우아한형제들 전체 임직원은 800여 명을 넘어섰고, 올해 말이면 1000명을 넘어선다. 피플팀이 해야 할 일도 늘어났다. 아픈 직원에게 약을 사다 주는 엄마가 되기도 하고, 구성원과 구성원 가족의 생일을 알려주는 비서가 되기도 한다. 배달의민족 서비스 론칭 기념일 등 중요한 사내 행사를 기획하는 이벤트 기획자이기도 하다. 각 층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집사 역할도 하고 있다. 심지어 소소한 사내 이벤트 정도는 피플팀이 제안해서 만들 정도다. IT 기반의 스타트업이지만 피플팀은 구성원들을 위해 아날로그적인 노력을 더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피플팀이 놓치지 않는 것은 구성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영업기획실에서 일하다 2015년 9월 피플팀에 합류한 박송인씨는 “우리는 임직원이 입사하는 날부터 퇴사할 때까지 회사 생활을 편하게 하도록 돕는 윤활유다”면서 “‘배민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공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플팀 최초의 남직원으로 입사한 전상혁씨(지난 5월 피플팀 입사)는 “구성원들의 친구가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구성원들이 좋은 일이 있을 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마다 피플팀을 찾는다”고 자랑했다. 특히 매일 피플팀이 놓치지 않는 것은 구성원 본인과 가족의 기념일을 챙겨서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심지어 직접 찾아가 등을 떠밀어 강제 퇴근을 시키는 경우도 경우도 종종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독특한 복지제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피플팀인 셈이다.

800명이 넘는 임직원 모두와 소통이 가능할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현재 6명인 피플팀이 전체 임직원과 소통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박송인씨는 “피플팀의 도움을 받은 구성원들은 나중에 함께 일하는 팀원에게 피플팀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의 노력이 그렇게 여러 구성원에게 전파된다”고 설명했다. 전상혁씨도 “모든 직원의 기념일이나 어려움 등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새로 합류한 이들은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배민찬에서 팀장 역할을 하다 피플팀에 합류한 이석호씨는 “많은 직원이 피플팀을 찾지만 그들이 기다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봉진 대표는 임직원의 행복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 ‘소소한 만족을 많이 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피플팀은 김 대표의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하는 조직이다. 우아한형제들 내에서 피플팀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고,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크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꾸준함’이다. 안연주 팀장은 “꾸준하게 하는 게 우리의 힘이다”면서 “우리 팀에서 나오는 성과는 적어도 2~3년은 지나야 피부로 느낄 수 있는데,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지금의 우아한형제들 같은 기업문화는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스기사] 우아한형제들의 독특한 복지제도

- 주 4.5 제도: 월요일 오후 1시 출근
-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임신 즉시부터 출산 직전까지 2시간 단축근무
- 지금 만나러 갑니다: 본인과 배우자의 부모님과 자녀 생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제도
- 우아한 아재 근무: 임신한 배우자를 둔 임직원이 산부인과 검진이 있는 날이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
- 우아한 육아휴가: 남녀 임직원 모두 육아를 위한 1개월 특별 휴가 제도
- 우아한 학부모 휴가: 아이의 주요 행사에 연차 소진 없이 특별 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
- 우아한 수다 타임: 매주 화요일 오후 1시에 김봉진 대표가 참여해 구성원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제도
- 자기 성장 도서지원 제도: 구성원들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무제한으로 책을 사서 볼 수 있는 제도.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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