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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 진출하는 오너가 

돈 안 되는 호텔업에 뛰어든 진짜 속내 

조득진 기자
대기업 오너 일가가 호텔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포브스코리아 조사 결과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27곳(정부출자기관과 외국계기업 제외) 중 17곳이 호텔 사업에 진출했거나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호텔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인건비 비중도 높아 큰 수익을 안겨주는 사업이 아니다. 오너 일가가 호텔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1. 지난여름 신세계그룹의 호텔 계열사인 신세계조선 서울에 특별한 실습생이 등장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장남 정해찬(20)씨. 정 부회장과 전 부인인 배우 고현정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7년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사학인 코넬대에 입학해 호텔경영학을 전공 중이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현장 체험으로 일을 배우겠다며 직접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습 기간 한 달 동안 시급 7530원을 받으며 객실·예약 등의 업무를 맡았는데 동료 실습생 30여 명은 해찬씨가 정 부회장의 장남인 것을 몰랐다고 한다. 이마트가 지분 98%를 소유한 신세계조선호텔은 정 부회장이 추진하는 신사업 분야 중 하나다. 최근 자체 브랜드 레스케이프 호텔을 오픈했고, 앞으로 5년간 5개 독자 호텔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2. 레미콘, 아스콘, 파일 등 건축자재 생산이 주력사업인 아주그룹은 최근 오토금융, 관광레저, 부동산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활발하게 넓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가 호텔 사업이다. 문규영 회장의 외아들인 문윤회(38) 아주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그 역시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출신으로, 2018년 4월 서울 홍익대 인근에 부티크 호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오픈하면서 주목받았다. 아주그룹은 해외 호텔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에 있는 웨스틴 새너제이, 텍사스 댈러스의 더블트리 바이 힐튼 댈러스 등을 사들였고, 2018년에는 234실 규모의 미국 시애틀 소재 AC호텔 벨뷰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호텔업이 아주그룹의 사업다각화뿐 아니라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사업과 시너지, 이미지 개선이 명분


▎신라호텔의 성장세가 매섭다. 면세점 사업과 신라스테이 확장 덕분이다. 사진은 서울 신라호텔.
대기업들의 ‘호텔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호텔 사업을 강화하거나 신사업으로 뛰어드는 흐름이 거세다. 2018년 한 해에만 신세계조선호텔이 서울 회현동에 첫 독자 브랜드 부티크호텔인 레스케이프를 선보였고, 서울 서초동에 JW메리어트서울을 리뉴얼해 오픈했다. SK네트웍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여수에 콤팩트 고급 호텔 다락휴 3호점을 열었고, 그룹에서 GS가 분할하며 호텔 사업이 끊겼던 LG도 최근 자회사 미래엠이 서울 마곡지구에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를 오픈했다. 삼성그룹의 호텔신라는 서울 장충동에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한옥호텔 신축을 추진 중이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호텔업에서 찾는 기업도 많다. 애경그룹과 대림그룹, 아주그룹이 대표적이다. 제주도에 그랜드호텔과 항공우주호텔, 강원도에 메이힐스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최근 몇 년 새 비즈니스호텔인 글래드호텔을 속속 오픈하면서 호텔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벤트리 부산,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을 운영하는 애경그룹은 최근 서울 홍대 앞에 통합사옥을 마련하면서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홍대를 입점시켰다. 그룹이 보유한 유통(쇼핑몰), 항공(제주항공), 숙박(호텔) 등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소재 호텔 인수에 적극적인 아주그룹도 지난 4월 서울 옛 서교호텔 자리에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을 오픈했다.

CJ그룹도 경기도 고양시에 K컬처밸리를 조성하면서 호텔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곳에는 대규모 테마파크와 쇼핑몰 등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2015년 제주 부영호텔&리조트를 오픈한 부영그룹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별관 옆 부지에 5성급 호텔 건설을, 성수동 뚝섬 인근에 5성급 호텔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호텔 사업에 뛰어드는 대외적인 명분은 주력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이미지 개선 효과다. 호텔이 면세점이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쇼핑 채널과 공간적으로 결합될 때 양쪽 모두 수익적 측면에서 크게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모객 효과는 물론이고 동일 이미지로 브랜딩이 가능하며 대규모 마케팅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레스케이프호텔 오픈 당시 김범수 총지배인은 “신세계그룹이 유통업을 하는 만큼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위해 객실 내에 소매상품을 비치해뒀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을 찾는 기업에 호텔은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이다.

그러나 호텔업은 큰 수익이 나지 않는 업종이다. 부동산을 비롯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10~15년 주기로 진행하는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엔 1000억원 안팎이 소요된다. 게다가 인건비 비중이 커 영업이익률도 높지 않고, 경쟁이 치열해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매출 대부분이 면세점 사업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는 “호텔업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다거나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다양한 비즈니스·부티크 호텔이 속속 등장하면서 호텔업계의 미드마켓이 확장하고 있다. 맨위부터 아주의 서울 홍대입구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대림산업의 제주 글래드메종 호텔, 신세계가 오픈한 서울 회현동 레스케이프.
경영 수업·계열분리·부동산투자 분석도

그렇다면 대기업이 호텔업에 진출하는 진짜 속내는 뭘까. 재계에선 우선 ‘오너 일가의 경영 수업 목적’, ‘안정적인 실적 쌓기’를 꼽는다. 안정권에 접어든 호텔은 총지배인이 조직관리만 잘하면 큰 문제 없이 운영할 수 있고 그룹 계열사가 숙박, 회의, 행사 등을 몰아주면 매출을 꾸준히 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현대차그룹의 해비치호텔, 현대중공업의 호텔현대는 숙박비가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그룹 내 수요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호텔업은 부동산·금융·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된 사업 분야여서 2·3세 경영인들이 다양한 사업군에 대한 이해도를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활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기업들이 호텔업에 뛰어들면서 토종 브랜드로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글로벌 호텔체인들의 높은 인지도와 검증된 경영시스템을 빌리고 있는 것이다. 호텔업 경험이 전혀 없는 기업도 글로벌 호텔 브랜드인 메리어트, 하얏트 등에 경영을 위탁하면서 호텔업에 쉽게 진입하고 있다.

대기업의 호텔 사업은 아들딸을 위한 계열분리용, 승계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 도심에 있는 R호텔 총지배인은 “50~60년대에는 정미소를, 70~80년대에는 공장을 주로 장남에게 물려주었지만 최근엔 차남, 딸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나누어야 할 것이 늘었다. 이때 호텔이나 백화점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특별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기존 인프라와 매니지먼트를 활용해 장남 이외의 자녀들에게 기업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한화그룹과 한진그룹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오너가 2·3세로 내려갈수록 호텔업이 늘었고, 이는 딸들의 몫이 됐다. 삼성, 롯데, 신세계만 보아도 삼성은 이부진(49) 호텔신라 대표가 면세점 매출에 힘입어 호텔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신세계조선호텔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정유경(47) 신세계 총괄사장은 최근 JW메리어트서울 리뉴얼을 주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2016년 검찰 수사의 여파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40년 넘게 호텔롯데에 재직했다. 신 이사장의 딸 장선윤(48) 전무도 1997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지금은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재계에선 한진의 호텔 사업은 조현아(45) 전 칼호텔 네트워크 대표 몫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성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오너가 낙하산’이라는 구설도 많다. 지난 7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딸 박세진(41)씨가 금호리조트에 경영관리 담당 상무로 입사했다. 일본 ANA 호텔 도쿄에서 3년간 실무를 경험하긴 했지만 경영 경험이 없었다. 당시 박 회장이 “예쁘게 봐달라”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현민(36) 전 진에어 부사장도 호텔 사업 경험이 전혀 없지만 2017년 4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에 선임됐다가 1년 만에 물러났다.

호텔 전공자 등장, 차별화 가속도

호텔은 부동산 투자용으로도 매력적이다. 대기업이 선호하는 호텔 입지는 서울 명동, 강남에서 최근 홍대, 마포로 이동하는 추세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홍대 쪽으로 몰리면서 최근 롯데, 애경, 아주그룹 등이 잇따라 호텔을 오픈했다. 이미 크고 작은 호텔들로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지만 지하철2호선·경의선·공항철도 등 교통이 좋고 주변 땅값 상승 요인이 커서 임대보다는 직접 부지를 매입해 시세 상승을 노리는 전략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만약 경영에 실패해 호텔 경영권을 넘긴다 해도 부동산은 남아 있어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텔 경영 전면에 나선 오너가 2·3세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특히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출신들이 눈에 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을 론칭한 문윤회 대표, 정용진 부회장의 아들 정해찬씨, 한진가의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등이 이 학과 출신이다. 이규호(35)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전무도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뒤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의 장녀 박하민(30)씨도 같은 대학 인문학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미국 뉴욕주 북부 이타카에 있는 코넬대는 건축과·수의학과·호텔경영학과로 잘 알려진 명문 사립대다. 전 세계 어느 도시든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출신이 없는 곳이 없어 호텔업계엔 ‘코넬 마피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R호텔 총지배인은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출신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다. 호텔업을 단순하고 만만하게 보았다가 이젠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호텔업계는 차별화에 한창이다. 양적 성장보다 차별화와 고급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 191개(객실 2만9828개)였던 서울시 호텔 수는 2017년 399개(객실 5만3453개)로 급증했다. 2022년까지 서울 시내에 준공 예정인 호텔도 188개(객실 2만8201개)에 달한다. 반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수는 줄었다. 이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크게 늘어난 비즈니스호텔은 공실률이 40~50%에 이르고 있다.

장기적 투자 필요한 오너경영 시험대

호텔업계는 한옥호텔, 부티크호텔, 캡슐호텔, 라이프스타일호텔 등 세분화, 다양화를 선택했다. 가격적인 혜택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지자 정확한 타깃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성 있는 포지션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상황이다. 부티크호텔 등은 내국인 고객뿐 아니라 미주·유럽국가 관광객들에게도 선호도가 높아 다양한 고객층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자체 브랜드인 부티크호텔 레스케이프, 워커힐의 캡슐호텔 다락휴, 롯데호텔이 선보인 라이프스타일호텔 L7, 신라호텔이 추진 중인 한옥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의 호텔업 진출에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정부의 지나친 호텔 규제완화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호텔로 과잉공급에 이르면서 호텔업계는 이미 블루오션이 된 지 오래다. 서울 명동 비즈니스호텔은 3년 전 10만원 넘게 팔던 객실이 6만~7만원에 내놔도 절반도 차지 않을 정도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노리고 홍대·신촌·종로 등에서 추진하던 호텔 건축은 잇따라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이 앞다퉈 호텔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호텔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새로운 수요를 확대하기보다 기존 중소 호텔을 잠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기업의 호텔업이 모두 잘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부응해 호평을 받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라이프스타일호텔인 L7,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 등을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며 국내 최대 체인호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지만, 2017년 오픈한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은 투숙률이 여전히 저조하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선보인 첫 독자 브랜드 호텔 레스케이프도 아직 실적이 변변찮다. 업계에선 투숙률을 40~50% 정도로 보고 있다. 주변 다른 호텔들에 비해 높은 가격과 불리한 입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호텔부문도 실적을 갉아먹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2017년 호텔부문은 매출 1167억원, 영업손실 156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매출 1127억원, 영업손실 256억원이었다. 서울 시내 R호텔 총지배인은 “호텔 사업은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는 지속적으로 나가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시설과 브랜드, 서비스에 투자하는 오너 경영인들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롯데호텔 11개로 선두, 호텔신라도 베트남에 추진 - ‘수출형 호텔 브랜드’ 만들어야


▎롯데뉴욕팰리스 전경
호텔업계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형 호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외국 브랜드 호텔에 숙박함으로써 로열티와 매출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한 호텔 디벨로퍼는 “국내 호텔의 주요 고객은 80% 이상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호텔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하는 것”이라며 “낮은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 호텔들이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엔 해외시장 진출에도 서서히 불이 붙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호텔이다. 2018년 기준 해외에 11개 호텔을 보유하고 있는데 진출 지역도 러시아·미얀마·베트남·미국 등 다양하다. 2015년엔 130년 역사를 지닌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했다. 롯데호텔은 동시다발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만큼 각 브랜드와 지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여서 아직까지 해외 법인에서 수익이 많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운영 표준을 마련하고 브랜드 위상을 높여 위탁 운영 체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별한 경험 제공해 신흥국 부자 잡는 게 중요

호텔신라도 신라스테이를 앞세워 해외 진출에 나섰다. 신라스테이는 위탁경영으로 베트남 다낭과 하노이에 진출할 예정이다. 호텔신라는 2006년 중국 쑤저우에 있는 진지레이크 신라호텔과 20년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베트남 신라스테이는 4성급 비즈니스호텔이지만 리조트호텔로 국내보다 더 다양한 부대시설을 준비 중이다.

순수 국내 자본인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은 필리핀 팔라완 섬에 진출한다. 팔라완 지역의 호텔·리조트 중 최대 규모로 2019년 하반기 준공할 계획이다. 임피리얼팰리스는 이미 2007년에 IP 시티 호텔 후쿠오카를 오픈한 경험이 있다. 한진도 2017년 6월 숙원 사업이었던 로스앤젤레스(LA) 윌셔그랜드호텔을 개관했다. 여객 사업과 함께 호텔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약 1조1300억원을 투자했다. LA 윌셔 그랜드호텔은 73층으로, LA 호텔 중 가장 높다. 특히 한진관광은 이 호텔이 미국 서부 지역의 주요 관광 상품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국내 호텔의 영토 확장 핵심 키워드는 ‘위탁경영’이다. 메리어트·앰배서더 등 세계적인 호텔 체인의 해외 진출 방식이다. 초기 투자비 등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호텔 브랜드지만 건물마다 오너가 다르고, 오너들은 일종의 로열티를 지불한다. 지역으로는 베트남이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연평균 20%씩 늘면서 호텔 시장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고 있다. 주요 아시아 지역 진출 기반을 마련하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프라빈 파르보티아 위스콘신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한 대학 강연에서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신흥국 부자의 니즈를 잡는 럭셔리 업체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한국 호텔 기업이라면 가격경쟁보다는 해외 고급 시장에 과감히 진출해서 한국 고유의 색깔과 해당국의 정서, 국제적인 기준을 적절히 안분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901호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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