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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CELEBRITY] 배우 배정남 

친근한 사투리·패션 감각으로 영화·예능에서 종횡무진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 박종근 기자·장소 서울드래곤시티
그의 인기는 연일 상종가다. 탁월한 패션 감각과 친근한 사투리를 앞세워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종횡무진한다. 영화 [보안관] 출연을 계기로 [무한도전]에서 홈런을 터트렸고, [미스터 션샤인] [미운 우리 새끼] [스페인 하숙]으로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영화 [미스터 주] 개봉도 앞두고 있다. 포브스코리아 2019 파워 셀러브리티에 선정된 배정남을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 4월 13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만난 배정남. 클래식한 네이비 스트라이프 더블 슈트에 캐주얼한 스니커즈로 포인트를 준 모습에서 남다른 패션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배정남은 패션계 트렌드세터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원조 셀러브리티다. 2000년대 초반 혜성처럼 등장한 배정남은 GQ, 에스콰이어, 보그 같은 패션지 화보와 서울 컬렉션(SFAA) 같은 패션쇼 무대에서 ‘폭풍 간지’를 과시하며 일약 스타로 등극했다. 당시 그는 한 포털사이트의 미니홈피에서 ‘배정남 폐인’을 양산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는 옷 잘 입고 싶어 하는 모든 남성의 워너비였고, 조각 같은 복근과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로 신장의 한계를 극복한 톱모델이었다.

강력한 오라(aura)로 ‘배정남 신드롬’을 일으키며 2000년대 패션계를 주름잡았던 배정남은 한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듯 보였다. 2009년 SBS 드라마 [드림], 2012년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2013년 영화 [베를린], [가면무도회] 등 간간이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왕년에 패션왕으로 군림했던 것만큼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진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신 서울 남산이나 이태원 부근에서 자신을 꼭 닮은 멋진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7년 영화 [보안관] 개봉과 함께 배정남의 인생은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그는 부산 기장에 사는 에어컨 설치 기사이자 형님들과 무리 지어 다니길 좋아하는 순박한 촌놈 ‘춘모’를 연기했다. 그 후 배우 김성균, 김혜은, 조우진과 함께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서 9회 말 끝내기 역전 만루 홈런을 날렸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그의 입담은 순박하고 구수한 사투리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단숨에 예능 치트키로 떠오른 배정남은 모든 예능인의 꿈인 [무한도전]을 비롯해 [미운 우리 새끼], [1%의 우정], [거기가 어딘데??]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최근엔 손만 대면 이슈를 몰고 다니며 예능계의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나영석 PD의 선택도 받았다. 현재 차승원, 유해진과 함께 출연한 [스페인 하숙]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제 인생은 한마디로 [보안관] 출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어요. 이 영화를 통해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선배님들과 감독님, 스태프를 만날 수 있었거든요. 그분들 덕분에 이전 작품들보다 더욱 자신감을 갖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영화 흥행도 잘됐으니 저에겐 1석 3조의 행운을 안겨준 작품인 셈이죠.”

패션 리더에서 예능 대세로 진화

잘 알려진 대로 배정남은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생계를 위해 일찍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원했지만 가정 형편상 공업고등학교에 가야만 했다.

어두운 유년 시절을 보낸 배정남은 우여곡절 끝에 부산경상대학교 의상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의상을 제작하기 위한 재료비와 책값이 부담돼 한 달 만에 중퇴했다. 이후 부산대학교 근처 옷가게에서 일하던 중 손님으로 찾아온 모델 김민준의 눈에 띄어 런웨이에 데뷔하게 됐다.

177㎝밖에 안 되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배정남은 훌륭한 비율과 탄탄한 몸매로 모델업계에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이어 디자이너 송지오의 패션쇼 무대를 계기로 톱모델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렇게 톱모델로서 화려한 시절을 보내던 그가 돌연 연기 외도를 선언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모델 일을 하면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그때 2박 3일씩 촬영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감정 신도 찍어봤는데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런웨이에 섰을 때의 긴장감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죠. 첫 시작은 [시체가 돌아왔다]라는 영화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밖에 안 나네요. 대사도 별로 없었고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됐었는데 왜 그리 어려웠는지.(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13년에 찍은 [가면무도회]예요. 미장센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단편영화였죠. 우연히 감독님을 소개받고 그분이 제작한 15분짜리 작품에 반해서 출연하게 됐어요.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 인생을 그린 영화였는데 캐릭터가 엄청 세고 파격적이었죠.”

연기 내공 탄탄한 배우로 거듭날 터

최근 배정남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배우 이성민과 두터운 친분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지난 2월부터 촬영 중인 영화 [오케이! 마담]을 응원하기 위해 커피차를 보내온 선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이미 배정남은 언론 인터뷰에서 “성민이 형님은 인간으로서나 배우로서 존경하고 있으며 평생 보은해야 할 존재”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성민이 형님은 제 인생의 은인이에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늘 한결같거든요. 주연배우가 몸을 한껏 낮추고 촬영장에서 모든 스태프를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나중에 저런 선배가 돼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 명절마다 혼자 사는 저를 불러 밥도 챙겨주시고 오디션 본다고 하면 미리 대본도 맞춰주세요.(웃음)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어봤지만 이런 분은 정말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존경하는 선배이자 닮고 싶은 롤 모델 이성민과 함께 찍은 영화 [미스터 주]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배정남의 목표는 예능을 넘어 진짜 배우로 도약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인기에 편승해 욕심을 부릴 생각은 전혀 없다. “괜히 어울리지도 않는 옷 입고 작품에 누가 될 바엔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한다. 처음 패션쇼 무대에 올랐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내공을 쌓다 보면 분명히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급하게 생각하니까 더 안 되더라고요. 돈 벌기에 급급해서 아무 작품이나 대충대충 시작하면 바로 내리막길이란 걸 오랜 경험으로 터득했죠. 저는 역할이 작아도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드린 적이 없었는데 이제 그럴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돈 좀 못 벌고 인지도 떨어져도 상관없습니다.”

2002년 데뷔 이래 지금까지 배정남은 단 한 번도 배정남답지 않은 적이 없었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붙여준 ‘상남자’라는 별명은 그의 궤적들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투박한 사투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정 많고 친구 좋아하는 성품도 그대로다. 배정남은 “뭘 걸쳐도 간지 나는 패션 리더에서 무슨 말을 해도 재미있고 호감 가는 예능 대세로 업그레이드된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제 그는 ‘배우 배정남’으로서도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릴 생각이다. 안 되는 일에 욕심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17년 전 큰 꿈을 품고 상경했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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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호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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