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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은 살아 있다] 전문가 제언 

제조업은 여전히 미래 성장동력이다 

제조업의 시대는 정말 끝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조업의 시대는 지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성숙되어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제조 공정에 활용되고 있는 지능형 로봇. 인공지능(AI)은 제조업의 형태와 규모를 새롭게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업이 부활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현재 제조업은 충분히 성숙되지 않아 그 자체로서 완성형이 되기까지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다른 의미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혁신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파이를 대규모로 확장시키는데, 최근 등장한 자율적 인공지능(AI) 기술이 제조업의 형태와 규모를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경제의 흐름 속에서 제조업이 위축되는 듯한 전망은 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자주 나타났던 정체와 성장의 반복주기에서 일시적 정체 단계일 뿐 제조업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이 성장하지 않고 어떻게 다른 산업이 이를 대체할 수 있겠는가?

제조업 시대는 대략 1900년대부터 시작됐다. 제2차 산업혁명 시기 1900년경부터 전기의 동력화가 이뤄졌고, 제조업이 사회의 주요 산업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 100년간 제조업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선진국이 됐다. 대표적으로 미국, 독일과 일본이 세계경제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의 산업화는 전 세계 산업구도와 경제 중심을 바꾸었고 이러한 제조업 중심 사회는 현재까지 100여 년간 이어지고 있다.

20세기는 세계 모든 나라가 경제부흥을 위해 제조업에 집중하고 이에 성공하면 국가의 위상이 바뀌는 시대였다. 한국전쟁 후 제로 상태에서 출발한 한국은 제조업 경제 규모 면에서 미국, 중국, 독일, 일본과 함께 5대 강국에 이르렀다. 18~19세기 식민지를 통하여 1차산업 생산물 위주의 재화 창출 산업구조에서 제조업 부흥을 통한 산업 발전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20세기 초 제조업의 급성장은 인류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풍요의 시기를 맞게 했고, 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급격한 발전의 시대에 도달했다.

21세기 들어서자 제조업 시대가 지나고 서비스업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국가 전체 경제 규모에서 제조업(2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대 30% 내외까지 성장했으나 현재 15% 이하로 감소했다. 5% 내외를 차지하는 1차산업을 제외한 80% 이상이 서비스업 경제 규모다.

우리나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경제 규모 면에서 제조업이 30% 내외를 차지하고 있어 서비스산업의 60%(서비스산업 인구 70%)에 비해 절반 이하이며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실제로 인구 대부분이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고 그로 인한 가치 창출이 주된 경제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의 대부분은 제조업의 연관 산업이다. 다시 말하면 제조업은 서비스산업의 물적인(Physical) 플랫폼인 셈이다. 플랫폼이 사라지면 이에 기반한 모든 서비스산업도 운영되지 못한다. 플랫폼보다 이를 이용한 서비스산업의 경제 규모가 클 수도 있다. 제조업이 요구하는 비용과 구조적 경직성 때문에 일찍이 제조업을 포기하거나 소홀히 한 국가는 이미 경제에서 많이 낙후되어 있다. 지금 서비스산업에서 가장 창의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미국은 그동안 세계 최고의 제조업 국가였다. 신흥 제조업 선진국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도 비록 제조업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불안하지만 서비스산업 선진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이 산업의 중심이 되게 한 시초는 포드자동차의 분업화, 대량생산이다. 투입된 자원 대비 산출가치의 혁신적 향상으로 제조업의 가능성을 알게 됐고 이후 모든 산업에 보편적으로 확산됐다. 효율적인 대량생산이 가능함을 과학적으로 발견하여 이를 시스템화한 생산성 혁신이 제조업의 가능성을 열기 시작했다.

그 후 제조 과정의 오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품질관리 통제가 생산성의 급격한 향상을 가져온 두 번째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기본적으로 제조 강대국들이 제조업의 극한치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투입된 자원의 최적화된 산출을 학문적으로 분석하여 제조업 경영에 사용하게 되었고, 과학적 의사결정 과정이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세 번째 계기가 된다. 이러한 과정은 전쟁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국가가 많은 손실 속에서도 제조업 부문에서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제조업 프로세스의 새로운 혁신은 일본의 도요타 생산방식이 전 세계에 소개되면서 시장과 연계된 제조생산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재고 없이 짧은 기간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과정의 공급망 연계 제조업으로 성장한다.

제조업은 현재 성장기를 보내고 있다


▎1920년대 혁신적 생산 시스템으로 생산돼 미국 자동차시장을 풍미했던 포드 T형 자동차.
2000년대 들어선 정보통신 기술과 정보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제조 인프라에 융합되면서 의사결정 최적화와 자동화로 생산성이 향상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생산성 향상 과정은 평균 20년 정도의 주기로 제조업을 변화시켰고, 이제는 정보를 통해 시장과 합치된 제조업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생산성의 혁신적 발전은 단순히 한 분야만의 혁신이 아니라 제조업의 생산 패턴을 모형화하여 시스템적으로 연결해 실행함으로써 견고하면서도 유연한 체계로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제조업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어내기에 인구가 늘고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조업이 만들어가는 생산성의 발전이 그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시장을 키워 경제의 주축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조업에는 여전히 수많은 낭비와 불균형이 존재한다. 제조업의 완성모형이어야만 하는 생태적 수준이 명확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고, 따라서 부가가치 창출에 의한 시장 창출 가능성도 여전하다. 제조업의 비효율성이 제조업의 한계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제조업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생산성 향상의 방법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부족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제조업은 지역적 공장에서 상호 연결성이 제한되고 시차적으로 불일치된 상황에서 운영됐다. 이제는 상호 연결과 협력 및 분담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자율적인 제조 환경을 완성함으로써 100년 전 포드 생산방식이 동일 제품을 3분의 1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것처럼 충분한 혁신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업 모형 측면에서 보면 현재 제조업의 형태는 아직도 발전 가능성에 대한 공간이 너무 많고 비효율적이어서 이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이 필연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새로운 산업 모형의 탄생이 기대되는 이유다.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스마트공장 모형을 제시하여 실행하는 수많은 노력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 제조업의 개선 가능성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에 이를 채우기 위한 기술을 채택하여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할 만큼 극한치에 도달한 산업은 없으며, 인간의 욕구와 창의력이 한계에 이르러야 비로소 제조업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제조업이 단계마다 큰 도약을 만들어낸 동력은 생산성 혁신이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제품이 세상에 나올 때마다 이러한 혁신에 감탄한다. 이는 곧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대의 주요 산업으로 정착되기까지는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초기에는 수많은 기업이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지만 대부분 생산성에서 경쟁력을 가진 소수의 기업이 산업을 주도하게 된다. 대부분의 산업이 비슷한 생태학적 과정을 겪는다. 그러나 생산성이 향상되면 제품의 구매력을 높이고 공급자인 제조사와 수요자인 고객의 상호작용으로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한다. 스마트폰이 이 시대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제품이라기보다는 반도체산업과 관련 제품 제조업의 생산성 혁신이 있었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졌기에 지금과 같은 핵심 산업이 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의 리더는 국가별·기업별로 이동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생산성 경쟁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제조업은 3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터넷의 연결성과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AI에 의한 자율성을 확보한 생산라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목표가 새롭게 주어졌다. 이는 비약적인 생산성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제조업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조명이 필요 없고 작업자도 없이 자율적으로 가동되는 ‘Light-out Factory’일 수도 있고, 전 세계 시장과 실시간 연결되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자동으로 만들어 최적의 공급망을 통해 공급하는 유기체적인 시스템공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새로운 제조업의 모습을 표현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설명할 때 주된 관심사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첨단기술, 즉 빅데이터, AI, 3D 프린팅, 자율구동설비 같은 혁신성이다. 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제조업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경제적으로 적합한 기술을 선택하여 구성함으로써 달성하는 생산성이다.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필요로 하는 물건, 즉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기에 이를 낮은 가격과 필요로 하는 시간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을 창출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안정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그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투자 대비 효과가 나타나는 가시적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해도, 이 때문에 제조업의 쇠락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자율인공지능으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루는 데는 어쩌면 또 다른 20여 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혁신기술이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는 것처럼 혁신기술이 장착된 제조업의 새로운 모형이 어느 날 갑자기 성공적으로 제시되어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 과정은 단순히 기술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경제성과 시장 연계성 및 확산성 등이 동시에 포함된 혁신기술일 것이다.

산업 발전이 국가와 사회의 상호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 전략과 정책은 세계 모든 나라 예에서 보듯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제조업 위상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산업적 정책과 실행을 해야 한다. 현시대가 제조업의 한계라고 판단하고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국가 정책을 추진했던 대부분의 나라가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도 한동안 제조업을 해외로 보내고 국가적으로 금융과 유통 위주의 서비스 중심 산업사회로 변화하다가 경제적 침체를 경험하고서야 제조업 중심 산업사회로 방향을 틀었다. 선진국일수록 더욱 제조업을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모두가 잘 알듯이 미국, 독일, 중국, 일본이 대표적으로 차세대 제조업 패러다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서비스산업이 자생적으로 크게 발전하고 혁신적 기업들도 탄생한다. 이는 산업적 균형을 달성함으로써 경제선진국에 이르는 길이다.

제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제조업이 발전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자율인공지능으로 무장된 스마트 제조 형태로 발전하는 방향성은 옳다. 다만 그 과정에 이르는 실행에서 첫째, 제조업별 적절한 모델이 있어야 하고 둘째, 현재의 제조업별 제조 능력 수준에 따른 단계적 실행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핵심 전술이 되어야 한다.

제조업 모형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 착시현상이 삼성전자 모형이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최첨단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제조업에서 모두가 따라가야 하는 벤치마킹 모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업은 통상적인 조립산업이 아니며 프로세스 산업에 가깝고 원자재 수급을 제외하면 전후 연관 산업과의 교류도 많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조업은 복잡한 공급망 체계와 수많은 기업의 협력 관계 속에 이루어지는 조립산업이다. 제조업을 단기간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중국이 현재의 제조 수준을 무시한 채 지능화 및 자율화된 첨단 공장으로 설계하여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패 사례를 보여준 게 좋은 예다. 애플을 비롯한 수많은 전자기업의 조립을 담당하는 팍스콘이 대표적이다. 아직은 분업화된 단순 조립 형태의 프로세스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시스템적 체계화 설계, 자동화 과정을 거쳐서 궁극적으로 추진하는 지능적 자율공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각 수준에 적절한 방법론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제조업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정부가 지원해주어야 하는 정책적 지원은 흔히 초기에 눈덩이를 만들어주어 자생적으로 굴러가게 만드는 눈사람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대규모 제조 형태를 갖지 못한 산업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제조업 역사가 오래되어 나름대로 성숙되어 있는 것 같지만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시기에 도달하면 큰 도약을 위해서 또다시 산업 초기와 같은 상황을 맞이한다. 투자도 필요하고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다.

흔히 3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정보통신 혁신에서는 우리나라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고 기업과 사회 모두 이를 잘 수용하여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어 세계적 제조 강국이 됐다. 이제 제조업의 혁신적 변화를 통한 새로운 산업구도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당연히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효율적으로 정책을 세우고 기업을 지원하고 범국가적으로 관련 인력을 양성하며, 기업 내 인력을 교육하여 자연스럽게 정보통신 인력으로 전환해 기업 대부분이 생산성을 향상한 과정에 해답이 있다. 미래 인공 지능화 제조업 국가로 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의 대부분을, 우리는 정보통신을 통한 제조공장의 디지털화 과정을 겪으며 이미 경험했다.

※ 이영훈 교수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산업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럿거스대학교에서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1993년 귀국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팀장으로 시스템 통합 업무를 맡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 『한국형 생산방식, 그 가능성을 찾아서』,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공저)』 등이 있다.

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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