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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은 살아 있다] 제조업 부활의 조건 

글로벌화·R&D로 ‘통곡의 벽’을 뛰어넘다 

한국 제조업 부활을 이끄는 기업의 비결은 무엇일까. 포브스코리아가 제조업 강자들의 공통분모를 찾아냈다. 글로벌 진출 확대와 쉼 없는 연구개발, 남들과 다른 독자적 영역 구축이 이들의 힘이다.

▎제조업 강자들은 쉼 없는 R&D, 독자적인 사업영역 구축, 활발한 해외진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제조기업에 영업이익률 15%는 꿈의 숫자다.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고, 대규모 생산라인 등 시설 투자까지 감안하면 벌어들인 돈(매출)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맞춘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7.6%였던 국내 제조업 평균영업이익률은 2018년 7.3%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론 4.5%로 급락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제교역량 자체가 쪼그라들었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 제조업을 이끄는 핵심 업종의 수익률 저하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반면 영업이익률 15% 이상을 기록하며 웬만한 서비스업이나 ICT 업종을 능가하는 제조기업들도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최근 3년(2016~2018년)간 영업이익률 15% 이상을 기록한 꿈의 주인공 61개사를 선정했다.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톡신(보톡스)을 개발한 메디톡스가 3년 평균영업이익률 50.2%를 기록해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61개사 전체 영업이익률(3년 평균 기준)이 23.9%에 달했다. 특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대표되는 중견기업들이 리스트 상위에 포진하며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해냈다.

성공한 제조 강자들의 비결

제조업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기업의 저력은 어디서 나올까. 세부 업종은 다르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한 제조기업들의 배경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다. 첫째, 활발한 글로벌 진출이다. 저출산과 저성장 등 수축사회에 들어선 내수 시장에선 더는 성장과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 최근 3년 평균영업이익률이 21.4%에 달하는 슈피겐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케이스, 액정 보호 필름 등 모바일 액세서리 전문기업인 슈피겐코리아의 최근 5년간(2014~2018년) 누적 매출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에 달한다. ‘슈피겐’이라는 브랜드가 국내보다 미국에서 이름을 날린 결과다. 이 밖에 고영테크놀러지와 뷰웍스, 인터로조 등도 해외 매출 비중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에 이른다.

둘째,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이다. 제조업 부흥을 이끌고 있는 기업 중에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월드 베스트’ 기업이 많다. 반도체 생산용 검사기 전문업체인 고영테크놀러지는 3차원 납 도포 검사기 부문에서 세계 1등이다. 지난 2002년 자본금 10억원으로 창업한 후 1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세계 최초로 3차원 납 도포 검사장비를 출시했다. 2016~2018년 3년간 평균영업이익률 21.8%를 기록한 고영테크놀러지는 반도체 경기가 꺾인 지난해(3분기 기준)에도 영업이익률 19.9%를 이어나가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3년 평균 영업이익률 50.2%라는 대기록을 세운 메디톡스도 보툴리눔톡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는 강자다. 정현호 대표는 미생물과 분자·세포생물학 권위자로 지난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업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엑스레이 영상장비로 유명한 뷰웍스는 의료영상 처리, 광학신호 처리, 이미지 센서 등 디지털 영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세계 최초로 AED(Automatic Exposure Detection) 기술 상용화 성공 등 차별화된 연구개발(R&D)로 디지털 디텍터, 산업용 카메라, 바이오 영상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전문 기업의 입지를 확보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반도체 전 공정 장비 기업인 유진테크는 2018년 R&D 투자총액이 486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2202억원) 대비 R&D 투자 비중이 22.1%에 이른다. 유진테크의 3년간 평균영업이익률은 29.2%,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론 32.5%를 기록했다. 반도체 경기 불황에도 공격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내실 다지기에 성공했다.

셋째, 남들이 하지 않는 독자적 영역을 택해 시장을 선점했다. 솔브레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제조에 필수인 식각액과 세정액 등 다양한 화학재료를 생산하고 있다. 창립 초기인 1980년대 말 무역상사로 시작한 솔브레인은 1990년대 들어 R&D를 전담하는 중앙연구소를 세워 첨단소재 생산에 매진해왔다. 특히 일본 스텔라와 모리타에 의존하던 고순도 불산액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30여 년에 이르는 IT 소재 개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반도체·바이오·K뷰티가 한국 제조업 중심

셀트리온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파이오니어다. 산업공학을 전공한 후 대기업에서 재무 전문가 경력을 쌓은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산업이 유망하다는 판단 하나로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기적을 써냈다. 3년 평균영업이익률 47.6%를 기록한 셀트리온은 R&D 투자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8년 한 해에만 2890억원을 R&D에 쏟아부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총액 비중은 2014년 41.1%를 비롯해 2018년에도 29.4%에 달했다.

최근 3년간 평균영업이익률 15% 이상을 달성한 제조업 강자들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 경제·산업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주력 업종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들어 단가 하락으로 고전했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제조업 성장을 이끄는 일등 공신이다. 전체 61사 중 제조장비와 소재 등 반도체 관련 업종은 14개사, 전체의 2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관련 업종도 5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에 이어 비중이 큰 업종은 바이오·제약이다. 모두 11개사가 영업이익률 15% 이상을 기록했다. 헬스케어 업종으로 분류한 3개사를 더하면 14개사로 반도체 업종을 바짝 뒤쫓고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에서도 한국의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육성할 핵심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2018년 기준 30조8000억원 수준인 바이오·헬스산업의 실질부가가치를 2030년까지 63조원 규모로 키울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16위에 머문 바이오·헬스 업종의 부가가치 순위도 9위로 수직 상승해 한국의 10대 주력업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경제 한류 주역인 ‘K뷰티’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전체 61개사 중 화장품 제조사 4곳이 영업이익률 15% 이상을 기록해 한국 산업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 한국 제조업 강자들, 이렇게 선정했습니다

포브스코리아가 국내 제조업 강자들을 선정했다. 먼저 국내 상장 기업과 외감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3년 연속(2016~2018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최근 3년 연속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제조기업 141개사를 추렸다. 여기서 다시 3년 연속 영업이익률 15% 이상을 기록한 기업을 추려 총 61개사를 선정했다. 해당 조건을 만족한 국내 제조기업이라도 다음 기준에 속한 경우 조사 및 선정 대상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사모펀드(PEF) 등 외국계 기업이 지분 50% 이상 보유한 기업
-외국계 기업이 최대주주로서 경영상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의 50:50 합자기업
-2019년 감사의견 거절 기업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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