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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13) 박용준 삼진인터내셔널 대표 

“시대가 바뀌어도 업의 본질 잃지 않는 브랜드 만든다”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임익순 객원기자
박용준(37) 삼진인터내셔널 대표가 부산의 작은 어묵 공장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어묵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데는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삼진어묵 CEO직을 내려놓은 박 대표의 다음 발걸음은 해외시장으로 향했다. 어묵이 비위생적이라는 편견을 바꾸고 건강한 단백질 제품으로 세계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박 대표가 2013년 시작한 어묵 베이커리 사업은 전국에 부산어묵 열풍을 일으키며, 그동안 반찬으로 인식되던 어묵을 프리미엄 간식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1953년 박재덕 창업주는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삼진어묵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 2대 박종수 회장 때 부산에 뿌리를 내린 회사는 2011년 3대 박용준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전국구 브랜드로 성장했다. 박 대표가 2013년 시작한 어묵 베이커리 사업은 전국에 부산어묵 열풍을 일으키며, 그동안 반찬으로 인식되던 어묵을 프리미엄 간식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부산의 작은 어묵 가게가 규모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성장통도 겪었다. 짧은 기간에 몸집이 급격히 커지면서 제대로 된 시스템 도입과 조직 정비가 절실했다. 박 대표는 고민 끝에 지난해 삼진어묵 대표직을 내려놨다.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의 강점인 기획과 마케팅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2월 17일 대치동에 있는 삼진어묵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박 대표는 100년, 1000년이 지나도 생존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업의 본질’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가 그의 생각을 물었다.

2011년 미국 유학 생활을 정리하고 복귀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이었나.

2010년 뉴욕시립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PA를 공부하다가 부모님의 요청으로 귀국해서 경영에 합류했다. 2011년 부산 공장을 신축했는데 그때까지 진 빚이 많아 매출을 30배 가까이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엔 직원이 40여 명 정도였고, 컴퓨터도 없어 부모님이 전부 다 수기로 주문과 장부를 관리하고 계셨다. 거래처들도 거의 재래시장 위주라 사업자등록이 안 되어 있던 분이 태반이었다. 그때부터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다.

복귀 후 적응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부모님은 매일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주문을 정리해서 4시에 가게를 오픈하는 생활을 평생 해오셨다. 부모님이 그렇게까지 쉼 없이 일하시는 걸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주문 접수부터 영업까지 하나하나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영업방식은 어떻게 바꿨나.

당시만 해도 전형적인 ‘삼고초려’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졌다. 거래처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계속 찾아가고, 같이 술 마시고, 소위 ‘ 시’로 하는 영업이 많았다. 원인은 어묵 가격과 상품이 엇비슷해 변별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품 측면에서 내세울 게 하나도 없었다. 그때부터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감을 받은 곳이 있었나.

TV에서 우연히 새시(sash) 광고를 보게 됐다. 그땐 ‘왜 새시가 TV 광고에 나올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B2B이지만 소비자들이 잘 알고 선호하게 되면 기회가 많아질 것 같더라. 그러나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 직접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하면, 기존 거래처들과 관계가 악화될까 두려워하셨다. 그래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고용해 2013년 설날에 삼진어묵 선물세트 3가지를 디자인해서 신문 속지를 만들어 1000장 정도 돌렸다. 주문이 100건 이상 들어오더라. 그 후 택배 주문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B2C를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나.

맞다. 그때부터 여러 온라인 소셜커머스 업체에 다짜고짜 연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묵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업체는 없었다. 그러다 한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우린 삼진어묵 홈페이지에 40% 할인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당시 업체가 떼가는 수수료가 15%가 넘었으니 삼진어묵은 55% 할인 프로모션을 벌인 셈이다. 제품을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고객을 사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일주일 만에 2억원치 판매 기록을 세웠고, 홈페이지 회원도 3만 명 이상 확보할 수 있었다. 고정고객이 생기면서 매일 일정한 주문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모션을 계기로 2012년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인 4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고 나서 오프라인 매장에도 도전했다.

온라인 회원수가 10만 명을 돌파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매장을 만들고 싶었다. 2013년부터 부산 부전시장, 진주 중앙시장 등 4개 전통 재래시장에 매장을 열었는데 잘 안 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소비자 특성이 다르다는 걸 고려하지 못했다. 전통시장은 새벽 장사가 많고, 도매가 대부분인 데다 주 소비층인 주부들이 식자재를 구입할 때 어묵을 같이 구입하는 정도였다. 온라인의 비싼 가격에 단일 매장, 단일 품목으로 어묵을 판매하다 보니 시장엔 안 맞았다. 그래서 6개월 만에 4개 매장 모두 철수했다.

한국 대표 어묵 브랜드로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왼쪽)와 박용준 대표. 박 대표의 즉석 제안으로 탄생한 ‘어묵펜싱’ 포즈.
그러나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삼진어묵 베이커리를 만들었는데 이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우리도 대전 ‘성심당’처럼 지역의 메카가 될 수 없을까 고민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걸 모두 충족해주는 매장을 내고 싶었다. 위생적으로 만들고, 조리 과정도 다 볼 수 있게 오픈하고, 시각적 재미 요소도 주고 싶었다. 일본 어묵 매장들도 많이 방문해 보고 영감을 얻었다. 어렸을 때 먹었던, 공장에서 바로 나온 어묵 맛을 잊을 수가 없는데, 고객들에게도 그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2013년 12월 갓 튀긴 따듯한 어묵을 다채로운 종류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삼진어묵 베이커리를 만들었는데, 어묵을 디저트처럼 즐기는 고객들이 늘었다.

2014년에는 소비자들이 직접 어묵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관과 삼진어묵 역사관도 만들었다. 계기는 무엇인가.

60년 이상 어묵을 만들어왔는데 소비자들에게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리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런데 역사관을 만들려고 견적을 받아보니 2억원을 부르더라. 그래서 디자인부터 폰트, 연혁 정리까지 직접 다 했다. 완성하고 나니 역사적인 아카이브도 생기고 비용도 2000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웃음)

삼진어묵 매출은 2013년부터 급성장했다. 급격한 사세 확장으로 인한 성장통도 있었을 것 같다.

2016년부터 매출이 700억원을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조직관리가 필요해졌다. 그 전에는 능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다 같이 힘을 모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브랜드가 성장하고 고객들의 기대가 커지다 보니 혼자서 이 큰 조직을 이끄는 게 점점 버거워졌다. 산업 규모를 키우는 것만 생각하다 보니 기업 내실을 챙기는 데 소홀했다. 그래서 2016년부터는 매장과 공장보다 관리 부문 인재를 영입하는 데 더 집중했다.

2017년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변질된 어묵을 물에 씻어 재판매한 일로 곤욕을 치렀다.

한마디로 말하면 옛날 악습을 다 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사건 이후로 친척분들이 다 손을 뗐다. 그때부터 시스템을 전부 매뉴얼화하고 매장마다 CCTV를 설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막 성장하기 시작할 무렵 터진 그 사건이 전화위복이 됐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일부터 사건이 터진 당일까지 매장에서 어묵을 구입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모든 제품에 보상 절차를 진행했고, 현재까지 4억원 이상 들었다. 당시 현대백화점 판교점 대책위원회에서 ‘전액 환불 조치하고, 나가라면 나가겠다’고 했는데, 한 번 더 기회를 주셨다.

2013년 82억원이었던 매출이 2018년 96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으니 회사 규모에 걸맞은 시스템이 필요해졌을 것 같다. 2017년 1월에 동원 F&B에서 황종현 대표를 영입한 배경인가.

전문경영인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대규모 조직을 경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 뭐가 필요한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30년간 동원그룹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시고 동원F&B 부사장을 지내신 황 대표님께 ‘삼진어묵의 역사를 새로 써달라’는 절박한 메시지를 드렸고, 어려운 요청을 들어주셨다.

황 신임 대표 취임 이후 뭐가 달라졌나.

60년 역사 중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이 오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내가 소비자만 바라보고 달려왔다면, 황 대표님은 회사가 다음 단계로 퀀텀점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셨다. 2019년 7월에 취임하신 뒤 6개월 만에 영업이익이 15% 성장했다. 회사 경영 상황도 투명하게 다 공개했다. 월별 성과를 사내 인트라넷에 공유하고 성과 관리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또 회사 이익의 3분의 1은 직원 복지와 인센티브에 쓰기로 했다.

쉽지 않은 정책인데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가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나누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기획과 마케팅을 잘하지만 경영으로는 1등 할 자신이 없었다. 3대라서 사장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예전엔 그저 열심히 하면 다 될 줄 알았지만, 지금은 각 역할을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회사를 위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해외 법인인 삼진인터내셔널 대표로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017년 해외 진출을 시작해 현재 3개국에 9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을 들려달라.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고 수산물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묵이 전쟁 식량으로 많이 활용된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일본 스시가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음식이 된 것처럼 어묵도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라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 기존 어묵보다 나트륨을 60% 줄인 저염 어묵을 개발했다. 어묵 100g당 단백질 24g이 들어가는데 닭가슴살과 동일한 수준이다. 다이어트용, 어린이용 간식으로 어묵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단백질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해외시장에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나.

갈수록 인류는 늘어나고 먹거리가 많이 필요해질 텐데 어묵을 꼭 필요한 식재료로 만들고 싶다. 물론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편의성과 맛은 물론이고 물류, 유통기한, 가격도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리미엄 어묵 시장이 크지만, 동남아시아 시장은 아직 80% 이상이 가성비가 높은 제품 위주로 형성돼 있다. 동남아시아에는 국수에 피시볼을 곁들여 먹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좀 더 저렴하고 편하게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다. 동남아시아 피시볼 시장은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곳이다. 30~40년 전에 일본이 태국에 처음 피시볼 기술을 전수했는데 유통기한이 짧으니까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소금을 많이 넣었다. 그래서 현재 피시볼은 젓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는 소금기를 빼고 제품 기술력을 더해 좀 더 건강한 피시볼을 공급할 계획이다.

유통 과정부터 전부 바꿀 계획인가.

어묵을 배합하고 만드는 방식부터 바꾸려고 한다. 현재는 유통기한 문제로 어묵을 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수용성 단백질과 영양소가 많이 손실될 수밖에 없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첨가물을 넣지 않은 생선 그대로를 가공해 데일리로 배송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시도할 계획이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업에 명분과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초반에 영업을 뛰면서 소비자들의 무관심과 유통업체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뼈저리게 깨달았다. 제품 경쟁력은 당연히 갖춰야 하고, 그다음엔 ‘왜 우리는 이 사업을 해야만 할까’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내가 일말의 거리낌 없이 당당해야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다. 할아버지가 1953년 피난민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다면, 나는 2020년에 걸맞은 명분이 필요했다. 과거엔 먹고살기 위해 사업을 했다면, 지금은 고객에게 먹는 즐거움을 주고, 가성비 좋은 단백질을 공급해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식품으로서 나아가려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면서 업의 본질을 잃지 않는 브랜드로 100년, 1000년을 이어나가고 싶다. 태어난 아들에게도 우리 철학을 명확하게 들려주고 싶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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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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