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광자들의 세상 feat. 덕후 

 

덕질 해본 적이 있나요? 어디까지 해봤나요? 왜 하필 ○○○ 덕후가 되었나요? 새로운 분을 면접할 때 꼭 하는 질문 중 하나다. 그것만으로도 취향이나 성향이 어느 정도 파악되고 우리 회사 문화와 잘 어울릴지도 가장 직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후란 일본어 오타쿠(御宅)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덕질이란 농구광, 여행광, 독서광처럼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말한다.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아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 확률이 높다.

얼마 전 모 대기업에서는 상품기획 관련된 바이어들을 덕후가 아니면 기획 업무에서 모두 제외했다고 한다. 스포츠나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대다수의 구성원이 러닝, 농구, 축구, 등산, 캠핑 마니아들이다. 그래야 실제로 ‘이렇게 뛰어라, 이렇게 살아라’라고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랑받는 브랜드일수록 ‘이거 써보세요, 이거 사세요’보다 ‘이렇게 살아라’라고 권장한다. 나이키 창립자 필 나이트는 육상 코치 출신이며 선수들이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돌기가 있는 와플 기계에 고무를 부어 밑창을 만든 신발을 팔았다. 루이비통 창립자 루이비통은 너도밤나무로 가방을 직접 만들면서 파리 최고의 패커(짐 꾸리는 사람)로 소문이 나서 나폴레옹 3세 황후의 전담 패커로 일하며 루이비통을 만들었다.

대장장이 출신인 파타고니아 창립자는 산을 사랑하는 남자였다. 직접 만든 강철 피톤으로 암벽등반을 즐기다가 문득 자기가 산을 해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을 보호하려고 파타고니아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케아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지극히 스웨덴다운 브랜드다. 우리가 첫 월급을 타면 빨간 내복을 사듯이 첫 월급을 다 털어부어 ‘내가 평생 쓸 의자’를 사는 것이 북유럽 사람들의 문화다. 평생 쓸 의자를 사는 사람들이라서 리빙산업과 가구산업이 발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보니 잘 산 것 같아서 너도 그렇게 잘 살아보라고 했던 것이다. 선순환이다. 그런 사람이 그런 브랜드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브랜드들은 규모를 떠나 모두 수많은 팬을 보유한, 사랑받는 브랜드들이다.


세상에 위대한 기업이든 사랑받는 기업이든 멋있는 브랜드는 정말 많다. 나이키도 루이비통도 이케아도 모두 산업과 삶의 한 유형을 선도하고 있으며 그들을 따라 하는 브랜드도 수없이 많다. 더불어 그런 브랜드에서 얻은 사례분석과 영감과 강연은 수천 수백 가지는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수많은 것 중에 딱 한 가지 질문만 해보았으면 한다. 내 것인가? 나는 누구보다 그것의 덕후인가? 나도 안 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고 있지 않는가?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가? 고급스럽게 사세요. 고급광이 되세요. 단순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나요? 단순하게 사세요. 단순광이 되세요.

-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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