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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계가 깜짝 놀란 코로나 19 진단키트의 강자 천종윤 씨젠 대표 단독 인터뷰 

빠르고 저렴한 분자진단의 새 시대를 열다 

한국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관련해 세 달 남짓 사이에 전체 인구의 0.6%(30만 명)를 진단했다. 유례없이 발 빠르고 대대적인 한국의 코로나19 대처 능력에 세계가 주목하고 속속 도입하고 있다. 신속하게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대량으로 보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진단키트 생산 기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분자진단 한 우물만 파온 씨젠도 준비된 기술력과 신속한 상황 판단으로 크게 기여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강력한 무기를 공급해온 씨젠의 천종윤 대표를 만났다.

▎천종윤 대표 약력 테네시대 분자생물학 박사, 하버드대, UC버클리 박사후 연구원, 금호생명환경과학 연구소 연구원,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교수, 이화여대 생물과학과 교수, 씨젠 대표이사.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불명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집단 발병했다는 뉴스가 국내에 최초 보도됐다. 분자진단 시약 개발사 씨젠의 천종윤(63) 대표는 이 뉴스를 접하고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집단 발병이 일시적 현상에 그쳐 개발한 제품을 폐기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무조건 개발에 나서는 것이 진단시약 제조사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즉시 연구소장에게 진행 중이던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최우선 순위로 진단시약 개발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천 대표는 당시 “개발은 매우 신속해야 한다”며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불과 2주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키트 ‘올플렉스(Allplex 2019-nCoV Assay)’를 개발했다. 1월 27일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서 긴급한 연락이 왔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질본은 진단시약에 대한 지침을 전달하면서 직접 임상시험을 진행할 테니 시약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질본의 지침이 씨젠에서 개발한 시약의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미국, 중국, 독일의 코로나19 염기서열을 공개했는데, 씨젠의 제품은 목표 유전자(Egene, RdRPgene, Ngene) 3개를 한 튜브에서 동시에 겨냥해 검사가 가능했다.

씨젠은 질본과 긴밀하게 협력해 첫 연락을 받은 지 2주 만인 2월 12일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보통 인허가에는 통상 6개월 이상 걸린다. 씨젠은 이에 앞서 2월 7일에 ‘유럽체외진단시약 인증(CE-IVD)’도 획득했다.

“긴급 사안이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죠. 2주 만에 질본의 승인을 받은 것은 한마디로 파격이었어요.”

포브스코리아 인터뷰를 위해 지난 3월 13일 기자가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씨젠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전 세계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었다. 씨젠은 초기엔 일주일에 10만 테스트를 생산했으나 국내외에서 급속도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일주일에 100만 테스트로 증산했다. 이는 국내 수요를 넘어선 분량이었다. 씨젠은 현재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유럽 국가(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미국 및 아시아 등 해외 40여 개 국가에 진단시약을 공급하고 있다. 씨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300만 테스트로 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씨젠 측은 현시점에서 전 세계 수요를 일주일에 최대 300만 테스트로 파악했다.

“현재 기존에 진행 중이던 모든 사업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진단시약 생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요. 현재 각국 정부와 의약품 대행사로부터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탈리아, 이란 등 사태가 심각한 국가에 먼저 공급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최대 300만 테스트까지 저희가 공급할 수 있지만, 만일 부족하다면 각국에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의향도 있습니다. 진단시약이 부족해 확산을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씨젠의 생산시설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2개 건물에 분산돼 있다. 제품 특성상 대규모 공간과 설비가 필요하지 않다. 생산인력을 2~3배 늘리고 기존 2교대를 3교대로 돌리면 늘어나는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천 대표는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분산된 생산 규모를 집약하고 장비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군의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경기도 하남시에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내년 준공 예정이다.

면역진단과 분자진단을 둘러싼 오해


▎씨젠이 개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키트. 한 박스 용량으로 100명을 검진할 수 있다.
씨젠 진단시약의 혁신성은 빠른 개발뿐만 아니라 테스트의 신속성과 대량 자동검사에서 찾을 수 있다. 최종 확진 방법은 바이러스 존재 자체를 확인하는 RTPCR(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이다. 수동검사로 진행되는 기존 검사법은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대량 검사가 어려운 반면, 씨젠 제품은 빠르면 4~6시간 만에 대량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천 대표에 따르면,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진단검사의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전과정관리물질(Whole Process Control)이 씨젠 시약의 장점이다. 참고로 대부분의 진단 제품이 2종류 유전자를 검사해 확진자를 감별하는 WHO의 지침을 따르는 반면, 씨젠은 RNA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에 대비하여 WHO 지침에 1종류의 유전자(N gene)를 추가해 총 3종류의 표적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하도록 개발하여 정확도를 극대화했다. 표적유전자의 종류가 추가될수록 기존 방법으로는 각각의 종류를 개별 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 건 수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씨젠은 독자적인 다중검사 시약 기술을 이용해 3종류의 코로나 유전자와 전과정관리 유전자를 포함해서 4종류 유전자까지 동시 검사를 가능케 했다.

“씨젠의 PCR 기술엔 지난 20년 동안의 연구 결과가 집약돼 있습니다. 특허도 4~5개가 적용됐고요. 하나의 튜브로 다수의 유전자를 겨냥해 동시에 검사하는 것은 원리를 알아도 개발하기가 어렵습니다. 수많은 분자진단을 하려면 전 과정이 빨라야 하고 한 번에 진행되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하원의원은 “한국의 진단키트가 부정확하다”고 주장했고 미국 FDA는 “진단자 수를 늘리기 위해 응급용으로 한국의 진단키트를 수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천 대표는 면역진단과 분자진단에 대한 오해나 견해차라고 생각하며, 코로나 진단은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분자진단으로 확진검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속한 검사를 뒷받침한 것이 자동검사 시스템이다. 씨젠의 검사 방식은 샘플이 병원에 도착하면 핵산 추출, PCR 검사, 결과 판독, 보고 및 집계까지 기계에 넣으면 하나의 프로세스로 자동 처리된다. 현재 외국의 경우 대부분 병원 인력이 수동으로 검사한다. 수동일 경우 작업량이 많을 뿐 아니라 중간과정에서 오류 및 오염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자동검사 시스템을 통해 적은 인력으로 다수의 샘플을 처리할 수 있어요. 수동으로 100명 검사하는 시간에 자동검사는 1000명을 처리할 수 있죠. 자동화는 수작업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도 제거했습니다. 이를 위해 설비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죠. 한국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믿기 힘들 정도의 속도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이것입니다.”

20년간 원천기술 좇은 외길 인생


▎씨젠은 미국에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을 위해 FDA승인을 위한 프리서브미션을 완료했다. 현재 300만 테스트 공급가능 물량 외에도 미국의 수요에 대비해 별도 생산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천 대표는 맨바닥에서 시작해 굳은 신념과 기업가정신으로 한 우물만 파온 장인(匠人)형 CEO다.

그는 2000년에 씨젠을 설립, 지난 20년 동안 분자진단의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해왔다. 분자진단이란 환자의 혈액, 객담, 소변 등 체외진단으로 유전자 검사(DNA, RNA)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선진 기법이다. 발병 전인 잠복기에도 진단할 수 있고, 항원 항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 면역진단법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그러나 분자진단에 필요한 유전자 증폭 기술(PCR)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았다.

그동안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온 씨젠은 분자진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대중적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씨젠은 3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동시다중 정량검사가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3대 원천기술인 유전자 탐색 및 증폭기술(ACP)은 미국 등 19개국 특허, 동시다중 유전자 증폭기술(DPO)은 미국 등 34개국 특허, 실시간 동시다중 유전자 증폭 기술(TOCE, MuDT) 등은 PCT(특허협력조약) 국제 특허를 출원했다. 씨젠은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나 소화기 검사 제품과 같은 기존 검사 방식(배양검사)을 분자진단 방식으로 대체해나가며 시장을 만들고 있다. 또 2018년 말부터 단가 경쟁이 치열한 이스라엘, 프랑스 등 입찰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천 대표가 분자진단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은 뭘까. 천 대표는 어린 시절 병마와 싸운 경험을 한 뒤 평생 연구를 통해 인류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됐다. 1957년생인 천 대표는 중학교 졸업 후 갑작스레 발병한 결핵 때문에 고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채 5년간 요양해야 했다. 결국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치러 건국대 농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미국 테네시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이후 하버드대, UC버클리대 등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5년 귀국했다.

귀국 후 연구기관과 학계에서 다양한 유전자 탐색 연구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가뭄저항성 유전자, 조골세포 특이 유전자, 태반 특이 및 태반조절 호르몬 유전자 연구 등이 그의 주요 연구 경력이다. 천 대표는 해외 학술지에 논문 21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 재직 시절, 그의 삼촌이 투자한 3억원으로 씨젠을 창업했다. 삼촌은 ‘애니콜 신화’의 주역인 천경준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 부사장이다.

“나는 학교에 다닐 때부터 기업 경영을 염두에 뒀습니다. 한세상을 사는 데 연구보다는 사업이 더 큰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사업은 고집이 있어야 합니다. 초기 3년간 매출이 제로였습니다. 힘든 기간이었지만 그때 세계 최고 기술, 원천기술이라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누구도 만들지 못한 것을 보여주면 세계가 눈여겨볼 것이란 믿음으로 끊임없이 연구, 개발, 개선을 반복했습니다.”


천 대표는 한동안 외부와 연락을 끊고 연구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여러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씨젠은 호흡기(579개)뿐만 아니라 소화기(345개), 성감염증(297개), 암 등 기타(103개) 질환의 시약 및 장비 제품군을 확보했다. 기존에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었으나 상용화까지는 세월이 많이 걸렸다고 천 대표는 회고했다.

“오랜 연구개발 끝에 세상에 나온 시약을 병원에 제안했지만 솔직히 기존 병원은 우리의 신제품이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기술을 먼저 알아봐준 것은 해외였습니다.”


씨젠 매출의 82%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미국과 유럽 등 분자시약이 활성화한 선진국이 주요 시장이다. 천 대표가 여러 병원체를 동시에 진단하는 동시다중 분자진단 원천기술을 개발했을 때 미국 병원과 검진센터를 찾아가 시연하고 성능을 확인해주며 사업을 키워나간 덕분이다. 대다수 의사는 동시다중 검사가 개별검사보다 정확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우수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고 논문들이 발표되자 전 세계 대형 병원 및 검진센터에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상용화 전까지는 모두 검증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상용화가 바로 기술의 완성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20년간 쌓아온 시약기술이 집약된 자체 장비도 2020년 내 개발을 마칠 예정이고 3월 중에 코로나19 관련 시약의 인허가를 미국 등에서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해외 인허가를 받을 때 자체 장비를 갖추지 못해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로슈, 키아젠 등 쟁쟁한 다국적 제약사가 장악해온 연 60조원 규모(프로스트&설리번 추산)의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을 분자진단 기술이 재편하고 있다. 특히 씨젠의 기술력은 표준화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증, 법률 관련 문제는 글로벌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아 해결하고 있다. 씨젠의 진단시약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질병유전자 정보를 해외고객사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 제작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를 이용하고 있다.

AI로 개발 프로세스를 자동화


▎씨젠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주문에 생산량을 일주일 100만 테스트로 확대했다. 사진은 씨젠의 생산시설. / 사진:씨젠
씨젠은 바이오기업을 넘어 첨단 IT 및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슈퍼컴퓨터에 맞먹는 대용량 컴퓨터에 20년간의 경험과 기술을 모두 집약해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질병 진단과 관련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수백 가지가 넘기 때문에 인간의 분석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씨젠의 비밀 병기는 SGDDS(Seegene Digitalized Development System)라고 명명됐다.

“대용량 컴퓨터를 기반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개발 자동화입니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준비해왔고 지금은 완료 단계예요. AI를 통해 전 세계 연구원 누구나 어디서건 지침을 입력하면 관련 시약 제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죠. 현재 서울 사옥의 허브를 해외 법인과 국내외 대학 연구진이 모두 이용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기술 및 알고리즘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 누구나 PCR 시약 개발을 마치고 인허가를 추진해 사업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시스템 개발을 위해 천 대표는 통계학, 수학, 물리학, 전기공학 박사를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를 영입했다. 바이오 분야와는 이질적인 경력의 인재들이 모여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기술을 융합해가며 SGDDS의 개발을 조용히 준비해왔다. 개발 완전자동화 시스템은 곧 학회에 보고할 예정이며 내년 정도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분자진단의 대중화를 이루겠다”고 장담한다. “10년 내에 수많은 질병에 대한 분자진단 검사가 일상생활에 들어오도록 점점 더 쉽고 저렴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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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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