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핫한 가게와 단골 가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니 좋은 것은 배우려고 핫플레이스에 자주 가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곳들은 두세 번은 가도 늘 가는 곳이 되지는 않았다.
왜일까? 멀어서? 줄이 길어서? 너무 뜨거워서? 내 경우엔 그곳에 가는 것 자체가 공부이거나 단지 나도 거기 가봤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다른 분들에겐 핫플레이스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나도 이제 슬슬 나이가 들어 그런 건지 요즘 노포를 특히 좋아한다. 동네에서 본 듯한 오래된 단골 가게 같은 곳이 좋다. 회사가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어서 주변에 맛있는 식당과 카페, 술집이 정말 많다. 가끔 다른 동네에서 손님이 오시면 우리나라에서 이 동네가 먹을 거 제일 많다며 자랑도 한다. 그렇게 온갖 음식이 다 있는 합정, 상수지만 의외로 단골로 가는 곳은 다섯 손가락을 다 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해져 있다. 그런 집들은 그래도 최소 임대차계약이 갱신(최소 2년, 보장 5년)된 걸로 보이는 곳들이긴 했다. 옷도 내 몸과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몇 개 찾으면 나이 먹을수록 산 데서 또 사게 마련이다. 오래된 곳들은 확실히 믿음이 간다.

단골 가게란 ‘늘 정하여 놓고 거래를 하는 곳’이었고 핫플레이스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 있는 곳’이라고 사전에는 쓰여 있다. 그리고 내 생각을 말하면, 핫플레이스는 없어져도 별로 안 슬픈데 단골집은 없어지면 참 슬펐다. 새로운 핫플레이스는 또 계속 나오니까 그런 것 같다. 베스트셀러는 계속 대체되지만 스테디셀러는 대체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최고의 경영서 중에 하나로 꼽는 책이 있다. 박찬일 셰프가 평균 업력 54년에 육박하는 26곳의 노포의 창업주와 대를 이은 이들을 직접 만나 쓴 『노포의 장사법』(사실은 맛집 정보이기도 하지만). 그중 을지로에서 1980년부터 시작한 서울의 원조 호프집 오비맥주 주인장 인터뷰의 한 부분이 뇌리를 때렸고 마음에 사무쳤다. “매일 새벽에 우선 길을 쓸어. 여기 아무 술집도 없을 때야. 여기서 저기까지, 동네 길을 다 쓸어. 다 호감을 갖는 거지. 그렇게 살아왔어….”

요행이라든가 한 방, 인기 이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베스트상권에 베스트식당을 꿈꾸지 않으셨던 것 같다. 핫플레이스나 베스트셀러 만들기가 차라리 쉽지 ‘늘’ 찾아오는 단골집, 스테디셀러가 되기 위한 노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늘’은 언제나이며 습관이고 정체성이다.


식당이든 카페든 편집숍이든 자주 가는 곳들은 ‘늘’ 한결같이 쉬웠다. 가기 쉬웠고 머물러 있기 쉬웠고 부담 없었다. 쉽고 단순한 것의 힘. 기본이 중요하다는 그곳들은 언제나 놀랍다. 뭐든 한 번이야 눈 딱 감고도 한다지만 꾸준히 하는 것! 기본을 지키며 ‘늘’ 하는 것에 더 큰 힘이 있다. 그나저나 핫플레이스든 단골집이든 놀러 나가게 이 지독한 코로나가 빨리 지나가기를 소망한다.

-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202005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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