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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우스빌둥’에서 배운다] 인터뷰 _ 수잔네 뵈얼레 한독상공회의소(KGCCI) 부대표 

“한국판 직업교육으로 제조업 이직률 낮춘다” 

아우스빌둥은 2017년 한독상공회의소(한독상의)와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이 함께 도입했다. 기업의 아우스빌둥 시행, 평가까지 전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독일 아우스빌둥도 교육부나 교육청, 학교 대신 기업과 IHK(독일 상공회의소)가 주관한다. 독일 튀빙겐대(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뮌헨 본사를 비롯해 28년간 BMW 그룹에서 근무한 수잔네 뵈얼레(Susanne Woehrle) 한독상의 부대표 겸 아우스빌둥 총괄이사에게 한국 아우스빌둥 도입 과정과 현황을 물었다.

▎수잔네 뵈얼레 한독상공회의소 부대표 겸 아우스빌둥 총괄이사 / 사진:한국상공회의소
왜 한국에 아우스빌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사실 한국이나 독일 자동차 기업에서는 테크니션(기술자)의 경력과 숙련도에 맞는 기술교육이 체계적으로 제공돼왔다.

교육은 경력 직원들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신입직원들을 이끌어 주는 데 더 효과적이다. 학교에서 이론으로만 접하던 정비기술을 매 시간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실제 현장에서 접하면 아무리 A를 받던 학생이어도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우스빌둥은 한국 젊은이들이 전문가가 될 때까지 다방면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시작했다.

도입 당시 한국 직업교육 현장은 어땠나.

직업교육이 실제 고객의 자산인 차량을 다루는 서비스센터에서 진행되고 트레이너(현장 강사)가 각 기업의 매출에 기여하는 현 직원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부담이 있었고 고심한 것도 사실이다. 트레이너가 30분 정도 교육을 준비하는 데 3~4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또 나이 어린 학생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자녀들에게 도움을 얻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교안을 만들어야 해서 트레이너의 역할이 매우 컸다.

도입 초반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나.

먼저 아우스빌둥의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트레이너들의 이해를 돕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에는 아우스빌둥 직업학교가 별도로 설립되어 있지 않아 전문대학교와 협업해 학교용 커리큘럼을 전문대학교 정규과정에 적용하고 현장-학교를 병행하는 스케줄을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또 고등학생을 채용해 전문대학교와 연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교육부, 고용노동부, 병무청까지 다양한 정부 부처와 협의해야 했다.

특히 한국은 군 입대 문제가 난제였을 듯하다.

맞다. 아우스빌둥 교육생들은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부터 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다 보니 부득이하게 프로그램 도중 (전문대학교 1학년 1학기 이수 후) 입대를 한다. 기업에서 직원이 군복무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병무청의 취업맞춤특기병 제도 덕분에 군복무 중에도 해당 인원들이 정비를 손에서 놓지 않고 본인 특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독상의와 병무청은 2018년 체결한 업무협약서를 기반으로 매년 교육생들이 일정에 맞추어 자동차정비병으로 입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학습근로자들도 군복무 기간을 활용해 산업기사 자격증이나 영어 등 자신의 커리어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들었다.

물류분야의 직업교육도 도입


한국 트레이너와 트레이니들이 입을 모아 독일식 커리큘럼의 체계성에 놀랐다고 한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커리큘럼은 현장교육과 학교교육 2가지로 나뉜다.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했다.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행동적 영역이 기술돼 있다. 주제에 맞게 기업마다 고유의 기술과 노하우를 녹여 트레이너가 더 자세하게 현장 상황에 맞춰 교안을 준비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교육은 기업에서 오랜 시간 쌓은 자체 기술력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전수하기 때문에 커리큘럼과 교육 방법의 유연성은 필수 전제조건이다. 대학에서는 현장 실무를 뒷받침하는 이론 교육이 업무의 난이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전수된다. 기존 국내 교과과정이 과목 중심의 교육과정(예: 가솔린 기관, 기초 수학, 자동차 섀시)이었다면, 아우스 빌둥은 직무활동의 복잡성과 상호작용, 학습근로자의 숙련도를 고려해 난이도에 따른 행동 중심 교육과정(예: 기본점검, 일반정비, 수리)으로 구성했다.

현재 한국 아우스빌둥이 자동차 제조업 위주로 활성화됐는데 앞으로 다른 영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인가.

물류분야에서 또 다른 직업교육인 베루프스빌둥(Berufsbildung) 프로그램이 2019년 독일 물류기업 쉥커코리아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산업공학이나 물류학을 전공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1년간 쉥커코리아의 현장 실무교육과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 스킬 관련 교육들을 제공받는다. 코로나19로 물류산업이 확대되는 만큼 스마트 공장 활성화 등 다양한 직군에서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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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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