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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우스빌둥’에서 배운다] BMW 코리아 

트레이니 최다 선발… 한국판 아우스빌둥 선도 

BMW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함께 한국 아우스빌둥을 이끌고 있다. 특히, 멘토 프로그램에 특화돼 있다. 한국 아우스빌둥 전체 트레이니(신입 직원) 중 절반 이상이 BMW코리아 소속이다.

▎BMW 아우스빌둥 트레이니들은 정비 전문가의 노하우 뿐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는 법도 배운다. (오른쪽부터) 박종우 BMW 트레이너 (도이치모터스 차장)와 임동찬(22,1기) 송백산(22,1기) 트레이니.
BMW코리아에는 아우스빌둥으로 선발한 트레이니(신입 직원)만 218명에 이른다. 아우스빌둥 프로그램 전체 인원 433명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에 가장 먼저 아우스빌둥을 도입하고자 한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한국 회장(BMW코리아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직원들에게 “미텔슈탄트(mittelstand, 독일 경제 핵심인 중소기업)를 강하게 만든 비결을 찾아보자”고 강조하던 그는 2017년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트레이니들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는 최상의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애사심을 높여주기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BMW코리아는 2017년 9월 1기를 시작으로 지난해 3기를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올해 4기 트레이니는 채용 중에 있다. 현재 BMW코리아의 아우스빌둥 트레이니 200여 명이 공식 딜러사 7곳에 포진해 근무 중이다.

한국에서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기존 자동차 정비업계에선 암암리에 도제식 교육이 성행했다. 교육생은 ‘배움’ 앞에 언제나 ‘을’이었고, 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처우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경력을 쌓아도 오래가지 않아 이탈하기 일쑤였다. BMW코리아는 이 같은 현실을 바꾸고자 했다. 트레이니에게 최고의 근무 환경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기술만 가르쳐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전문 정비사로 성장해 업계에 자리 잡게 하겠다는 취지다. BMW코리아는 아우스빌둥 커리큘럼에 자사 정비 기술 노하우를 경력별로 배울 수 있는 현지화 프로그램을 더해 BMW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열었다. 자동차 정비부터 사후 진단, 제조사의 기본 조직, 법률적 지식, 환경 규정 등을 망라해 교육한다.

독일식의 강점인 ‘칼’ 같은 교육과 더불어 ‘동료애’도 중요한 축이다. 아우스빌둥 1기로 BMW 공식 딜러사도이치모터스에 입사한 임동찬(22), 송백산(22) 트레이니는 군복무 중 휴가 때도 서비스센터로 향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트레이너는 현장근무를 마친 트레이니가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군복무 중인 트레이니가 틈틈이 정비 지식을 익히고 있는지 등을 수시로 점검한다.


이렇게 쌓아온 정은 트레이니가 현업으로 복귀할 때 시행착오 없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힘이 된다. 이런 문화가 입소문이 나면서 BMW코리아의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이 많다. 임동찬 트레이니는 “브랜드나 근무 환경도 좋지만 돈독한 관계 덕에 소속감이 있어 정비사로 근무할 때 자부심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한다.

BMW코리아는 소수 정예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고수한다. 트레이너당 1명, 많아도 2~3명까지만 담당하도록 선을 긋는다. 그 숫자를 넘으면 제대로 된 트레이닝 과정을 진행할 수 없다는 아우스빌둥의 철학 중 하나다.

팀워크 가르치는 트레이너 교육


▎토마스 센서 BMW코리아 CFO(부사장)도 아우스빌둥 금융부문 과정을 수료한 트레이니 출신이다. / 사진:BMW코리아
트레이너도 아무나 될 수 없다. 리더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인 소통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초년생과 인내심을 갖고 호흡하며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나이가 너무 많거나 너무 어려도 안 되고, 높은 연차여도 안 된다. 체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고수하지만, ‘배움’과 ‘가르침’의 상호작용엔 언제나 오픈마인드가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BMW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트레이너 희망자에겐 꽤 까다로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예비 트레이너는 아우스빌둥의 훈련 교사 교육 프로그램 ‘TtT(Train the Trainer)’에서 독일 아우스빌둥 전문가에게 2주간 100시간 교육을 받는다. 정비기술, 트레이너로서 마음가짐, 조직생활 이끌어주기, 기술 전수하는 법까지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다. 트레이너 인증서를 받으면 딜러사의 서비스센터에서 직접 채용한 트레이니들과 한 팀을 이룬다. 트레이너 인증을 받았다 해서 끝이 아니고 매년 2~3일에 걸친 재교육을 받으며 피드백을 공유한다.

물론 TtT엔 교재나 교안은 없다. 수업은 트레이너 간 토론하고 참여해야 하는 과제를 함께 풀어가는 식이다. 정비는 지식이 아니라 문제해결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김영진 한독상공회의소 아우스빌둥 부장은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의 핵심은 ‘지식’이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라며 “여기서 진짜 팀워크의 힘이 나오고, 정비를 넘어 자동차가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고 말했다.

과정을 마친 트레이너도 ‘다른 관점’을 배웠다고 입을 모은다. 아우스빌둥 마스터 트레이너이자 20년 차 테크니션 박종우(43) 도이치모터스 차장은 “TtT 이후 후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교육 전엔 전문 기술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교육을 마치고 나니 트레이니를 사회 동료로 인식하고 이들과 동반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우스빌둥 최초 여성 트레이니 김옥화(20), 오른쪽. / 사진:BMW코리아
‘금녀의 벽’도 허물었다. BMW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여성 트레이니·트레이너를 배출했다. 코오롱모터스에서 11년 차 정비사 유셈이 대리는 2017년 BMW코리아 아우스빌둥 1기에 첫 여성 트레이너로 합류했다. 정비사를 꿈꾸는 여학우에겐 우상 같은 존재다. 두원공과대학교 1학년, 아우스빌둥 3기에 재학 중인 김옥화(20) 트레이니는 “수입차 정비 현장에서 첨단 기술과 정비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 아우스빌둥에 지원했다”며 “여성 선배 트레이너가 현장을 종횡무진하는 것을 보면서 테크니션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BMW의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아우스빌둥 출신자를 생각하는 BMW의 정책 덕분이다. 토마스 센서 BMW코리아 CFO(부사장)도 아우스빌둥 금융부문 과정을 수료한 트레이니 출신이다. BMW는 아우스빌둥 트레이니 출신을 중요한 인재로 인식하고, 경영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엔지니어가 경영진이 될 수 있는 회사,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은 한국 청년들에게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이고 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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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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