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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 하우스 오브 레인메이커스 대표 

AI와 화가가 함께 그린 독도에 빠지다 

몇 년 전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그린 작품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됐다. 파리 오비어스 예술 집단이 인공지능으로 그린 에드몽드 벨라미(Edmond Belamy)는 14세기에서 20세기 사이의 초상화 1만5000점의 데이터를 학습해 알고리즘에 따라 그린 작품이다. 이 초상화는 인공지능이 예술의 미래를 바꿀지에 대한 추측과 함께 상당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AI 화가와 인간 화가가 협업해 독도를 그린 작품 [Commune with…]가 탄생했다. [Commune with…] 판화작품을 구매한 김성균 하우스 오브 레인메이커스 대표로부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Commune with…] 작품의 지상 독도는 두민 작가가, 수면에 비친 독도는 이메진AI가 표현했다. / 사진:펄스나인
국내 최초로 AI 화가와 인간 화가가 협업한 작품인[Commune with…]는 ‘교감하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AI그래픽 전문 기업 펄스나인의 AI 화가 ‘이메진AI’와 주사위 작가로 유명한 두민 작가가 분업해 작품을 완성했다. [Commune with…]는 두민 작가의 기획하에 동양화 기법으로 수면을 경계로 했다. 지상 독도는 두민 작가가, 수면에 비친 독도는 이메진AI가 표현했다. 교차되는 수면 부분은 두민 작가가 크리스털레진을 이용하여 실질적인 수면의 질감이 느껴지도록 코팅 작업을 더해 최종 완성했다.

[Commune with…]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론칭 3일 만에 2000만원이 넘는 투자금이 모였다. 펄스나인은 지난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Commune with…] 판화작품을 30작으로 한정한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을 판매했다.

이 작품을 구매한 김성균 하우스 오브 레인메이커스 대표는 “본능적으로 끌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덴마크 외교부에서 선임 이노베이션 담당관으로 근무하다 스마트시티 비즈니스 개발 및 전략 플랫폼 기업 ‘하우스 오브 레인메이커스’를 창업했다. 그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내 최초 AI 화가 작품을 소장한 김성균 하우스 오브 레인메이커스 대표. / 사진:펄스나인
'Commune with…' 판화작품을 소장하게 된 계기는.

컨템퍼러리 아트 컬렉터와 AI 기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Commune with…]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판화작품이라도 가치는 충분하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인간 화가와 AI화가의 협업 작품이고 그림의 주제가 한국인에게 의미가 깊은 독도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AI가 협업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보면 어느 쪽을 인간 화가가 그렸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다. 독도의 아름다움을 잘 묘사해 작품성도 높다. 사실 원작을 소유하고 싶지만 원작은 수천만원 이상이고 현재 서대문 독도박물관에 10년 무상 대여 중이다. 그래서 원본을 수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Commune with…]의 이번 한정판 판화작품은 채색화와 펜드로잉화가 한 세트로, 나의 새로운 컬렉션에 포함하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Commune with…' 판화작품을 소장하게 됐을 때 감회는.

[Commune with…] 원작을 처음 보았을 때 멍하니 작품을 감상했었다. 그런데 이작품이 AI 화가와 인간 화가의 협업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그래서 한 발자국 더 다가가 작품을 더 자세히 살펴봤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Commune with…] 판화작품은 원작만큼은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큰 감동이었다. [Commune with…] 판화작품을 소장한 후 당연히 협업에 참여한 인간 화가 두민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미 ‘주사위 작가’로 유명한 중견작가가 AI 화가와 협업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라는 새로운 도전은 흔들림 없는 강인함과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업가로서 참 매력적인 작가라고 생각했다.

'Commune with…' 판화작품의 소장 가치는.

AI아트를 처음 접한 순간, 백남준 작가가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때가 떠올랐다. 2018년 10월 AI 화가 ‘오비어스’가 그린 ‘에드몽 드 벨라미’ 작품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2000달러(약 5억원)에 낙찰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당초 이 그림의 낙찰가를 7000~1만 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AI아트라고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향후 3~5년 내 AI아트 시장 규모가 향후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또 전체 미술시장에서 AI아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는 아직 AI아트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국내 메이저 화랑에서 다루는 작품들이 신진 작가보다는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실제로 AI아트를 접할 기회가 적었다. 국내 AI아트의 시작이며, 큰 업적인[Commune with…]의 판화작품, 그리고 30작 한정이라는 점에서 가치는 충분하다. 사무실에 걸려 있는 이 작품은 누구든지 이야기를 나눌 때 좋은 화두가 되고 있어 이미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011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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