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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티몬 의장이 만난 스타트업 | 이우창 스마일벤처스 대표 

글로벌 명품 검색엔진 

대학 선후배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창업자와 투자자로 또다시 만났다. 그들이 본 건 ‘명품’ 시장, 이우창 대표는 해외 명품업계에서 한국이 호구(?)로 통한다는 오명을 씻어내고 싶었다. 달라진 소비 변화뿐만 아니라 ‘명품’ 검색엔진 기술의 가능성을 본 신현성 의장은 투자자이자 이사회 일원으로서 이 대표 곁에 섰다.

▎사진은 스마일벤처스 사무실에서 만난 신현성 티몬 의장(왼쪽)과 이우창 스마일벤처스 대표.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명품업계엔 충격파가 몰아쳤다. 유럽 내 관광객 발길이 끊어지면서 해외 브랜드사 매출이 급감했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84억 유로(약 24조1600억원)로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영업이익은 70%나 줄어 그야말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구찌 브랜드를 가진 케어링 그룹도, ‘명품 중의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비 트렌드도 달라졌다. 일종의 ‘보복(보상) 소비’가 두드러졌고, 20·30세대가 명품시장에 유입돼 구매층이 두꺼워졌다. 과거에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명품을 주로 소비했으나 최근에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큰손으로 떠오른 것이다. 어떤 이는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 덕으로 돌리기도 한다.

두 가지 상황은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를 움직이게 했다. 판매 창구의 문턱을 낮춘 것. 국내에서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편의점과 대형마트 같은 대형 유통사업자도 명품 판매에 나설 태세다. 차세대 유니콘으로 불리며 등장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등장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지난 2019년 1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스마일벤처스의 캐치패션이 거둔 성과가 화제였다. 올해 누적거래액 700억원을 돌파(2020년 11월 19일 기준)했고, 올해 상반기 거래액만 지난해 대비 380% 이상 성장했다. 사실 사업 초기부터 한화갤러리아와 티몬이 주요 투자자로 나서며 ‘슈퍼 루키’로 주목받은 회사다.

“단순히 커지는 명품 시장만 본 건 아닙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통상 유럽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을 주고 명품을 삽니다. 해외 명품 시장만 따지면 한국 시장 규모는 30조원 정도로 세계 7위 시장입니다. 이렇게 시장이 큰데도 제대로 된 플랫폼이 없어 푸대접받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던 거죠.”

지난 11월 13일 강남구 학동로 스마일벤처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우창(32) 대표가 말했다. 그는 “캐치패션은 프리미엄 럭셔리 분야의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같은 곳을 지향한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전 세계 명품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정확하고 쉽고 빠르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신현성(35) 티몬 의장도 거들었다.

“처음엔 티몬의 고민을 풀려고 캐치패션에 투자했어요. 박리다매 플랫폼에서 명품까지 판매 영역을 넓히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캐치패션의 행보를 지켜보니 단순히 명품 리셀(재판매)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죠. 이 대표의 사업 전략을 더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선후배 사이다. 신 의장은 학부 졸업 후 한국에서 곧바로 티몬을 차렸고, 이 대표는 군 제대 후 샐러리맨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창업에 별 뜻이 없던 이 대표는 2016년까지 한화갤러리아 온라인 신사업팀장으로 일하면서 유통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 창업에 나섰다. 스마일벤처스는 두 사람의 친분보다 경험과 생각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들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창업하게 된 계기를 좀 더 들려달라.

이우창 스마일벤처스 대표(이하 이 대표): 2016년 말쯤 한화갤러리아에서 일하면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추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벽(?)이 느껴졌다. 새로운 플랫폼이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창업 취지에 공감해준 한화갤러리아와 티몬의 투자를 받게 돼 다른 스타트업보다 비교적(?) 빨리 출발할 수 있었다. 대신 어깨는 훨씬 무거웠다.

티몬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신현성 티몬 의장(이하 신 의장): 명품 소싱 분야가 사실 쉬운 게 아니다. 명품 판매처를 단순히 링크를 엮어서도 안 되고, 수많은 리테일 사업자가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시장도 아니다. 티몬이 워낙 싼 제품을 강조하다 보니 뭔가 고급스럽고 차별화를 꾀할 방법이 필요했다. 티몬이 한화갤러리아와 사업 협력을 꾀하던 중에 이 대표의 창업 소식을 들었고, 투자를 결심했다.

처음 투자와는 목적이 달라진 것 같다.

신 의장: 그렇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처음엔 티몬의 명품 소싱을 위해 투자했는데, 이 대표의 행보를 지켜보다가 생각이 달라졌다. 생각을 바꾸는 데는 기존 이커머스의 한계도 한몫했다. 상품 MD가 제품을 선택해 대량으로 소싱하고 가격을 낮춰 플랫폼에 풀어 모객하는 게 기존 유통방식이었다면, 캐치패션은 전 세계 명품 바이어를 연결해 국가별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도 캐치패션에서 취급하는 명품만 270만 개가 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이걸 하나하나 매입해서 파는 게 가능할까? 기존 유통 방식으론 어려운 일이다.

창업하면서 무엇을 봤나.

이 대표: 뭔가 손해 보는 한국을 봤다. 프리미엄 럭셔리 구매 시장만 보면 미국, 중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그다음일 정도로 한국은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곳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장 규모만 3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명품 한 가지를 두고 산 이마다 가격 차가 꽤 난다. 여기저기서 바가지를 썼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백화점보다 싸게 사려고 직구를 해도 물품명이 제각각이니 막상 받아보면 다른 상품일 때도 있다. 기존 소비자들이 느낀 불편 사례는 너무 많다. 이런 문제를 기술적으로 풀어보고 싶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이 대표: 해외엔 이미 럭셔리 패션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오프라인 백화점만 고수한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미국만 해도 바니스뉴욕(Barneys New York),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 영국의 경우 해롯(Harrods), 파페치(Farfetch), 매치스패션(Matchesfashion). 아시아에선 일본 조조타운(ZOZOTOWN),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명품 플랫폼인 럭셔리 파빌리온(Luxury Pavilion) 등이 활약 중이다. 한국은 이제 시작이다.

한국에 다른 명품 플랫폼들도 생겨나고 있다.

신 의장: 그렇게 보인다. 사실 이 문제는 이 대표가 할 말이 더 많을 것 같다.(웃음) 제 삼자 입장에서 본 느낌은 이렇다. 이 대표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봤던 건 시장 문제를 ‘유통’보다 ‘기술’로 풀어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기술 얘기는 좀 더 심오하다. 네이버 사례를 보면 어떨까. 네이버는 수년간 쇼핑몰 역할을 강조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사이트를 연동하고 데이터를 모았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일 싼 가격을 알려줄 수 있었고 사람들은 네이버에서 쇼핑하게 됐다. 수년 간 데이터 역량이 쌓인 결과였다.

캐치패션은 어떤 전략을 구사하나.

이 대표: 원래 해외 명품 브랜드·플랫폼들은 절대 파트너십을 아무하고나 맺지 않는다. 그만큼 파트너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들의 마음을 연 게 캐치패션의 비결이다. 덕분에 캐치패션은 톰포드·멀버리·매치스페션·파페치 등 해외 유수 브랜드·플랫폼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API 연동 계약도 직접 맺었다. 이를 사용해 실시간 가격과 재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일일이 우리 MD가 상품을 검색하고 올리는 시대는 지났다.

데이타 힘이 곧 플랫폼 역량


▎대학 선후배인 두 사람이 스타트업 업계에서 창업자와 투자자로 다시 만났다. 이 대표는 ‘명품’ 검색엔진을 내놨고, 신 의장은 투자자이자 이사회 일원으로 곁에 섰다.
확실히 소비 패턴이 달라진 것 같다.

신 의장: 그렇다. 이젠 ‘티셔츠는 동대문에서, 가방은 명품으로 가자’는 게 말이 된다. 자신의 소비 능력을 과도하게 넘어서는 것만 아니라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 ‘명품’이란 특정한 소비도 결국 사회 저변의 인식이 보편화하면 금세 일반화되는 법이다. 캐치패션이 대규모 해외 파트너사들과 연동해 차곡차곡 데이터를 쌓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세일즈보다 스마트 검색엔진을 구축하고, 실시간으로 상품 정보를 동기화하며, 매달 1~2개 해외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어 상품군을 계속해서 늘리는 이 대표가 매우 인상적이다.

가장 힘든 점은 뭐였나.

이 대표: 이 바닥(?)에는 자칭 전문가가 많고, 이들이 명품을 사면서 발품 팔아 쌓은 지식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기술적으로 풀려고 한 노력과는 결이 달라 아주 힘들었다.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다. 캐치패션은 메타 검색엔진을 장착한 거대 데이터 플랫폼이다. 메타라는 의미가 좀 어려운데, 객체의 본질이 아니라 그 객체를 넘어서는, 혹은 그 주변의 어떤 것들이다. 즉, 검색한 데이터의 답이 아니라 데이터를 설명하는 또 다른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다. 구글이나 중국 씨트립에 2조원에 팔린 스카이스캐너가 이런 메커니즘을 추구한다. 우리도 매월 행동 데이터 900만 건을 수집하고 300테라바이트(TB)가 넘는 데이터를 재처리해 상품을 배치하고, 고객의 수요를 분석한다.

힘든 길을 걷고 있다.

신 의장: 쉬운 도전이었다면 아마 투자하지 않았을 것 같다.(웃음) 늘 이 대표에게 하는 말이지만, 스타트업은 언제나 단순명료한 논리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게 말이 쉽지 CEO는 조직 내외에 걸쳐 상당히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빠져 산다. 이 대표는 CEO 경험 없이 출발했지만, 이런 복잡함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집중할 포인트를 정해 임직원을 이끌어나갔다. 누군가한테 한마디로 말한다면 ‘복잡함을 온몸으로 막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단순히 규모가 작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복잡한 거버넌스를 떨쳐내고,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빨리 시작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캐치패션은 글로벌 명품 플랫폼의 어그리케이터(Aggregator, 제공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이 대표: 평소 신 의장이 나에게 전쟁터에선 장군 같다고 했는데 이제 그 말을 이해할 것 같다.(웃음) 이 업계에 몇 년간 종사하면서 한국 문화 콘텐트의 힘을 지금처럼 강하게 느낀 적이 없는 것 같다. 각종 문화·패션 영역에서 한국이 갖는 힘이 대단하다. 그렇다고 한순간에 뚝딱 명품 브랜드에 버금가는 한국 브랜드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대신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플랫폼을 글로벌에 더 빨리 선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파트너십을 맺다 보니 캐치패션을 유통사라기보단 기술 기업으로 봐주는 파트너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한 발 한 발 나가다 보면 우리가 명품 무역의 장벽을 허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사진 임익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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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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