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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22) 김미희 튜터링 대표 

삼성과 반대로 했더니 통했다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김미희 튜터링 대표는 삼성전자 사내 공모전에서 떨어진 아이디어를 포기할 수 없어 퇴사를 선택했다. 그가 2016년에 론칭한 영어회화 교육 플랫폼 ‘튜터링’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 튜터 2000여 명과 학생을 연결한다. 수많은 영어회화 플랫폼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튜터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김미희 튜터링 대표를 만났다.

▎튜터링 캐릭터가 그려진 후드티를 입고 있는 김미희 대표.
영어교육 시장은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튜터링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

우선 앱만 켜면 튜터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 30초 만에 수업을 시작할 수 있다. 수업을 예약해야 한다는 제약이 없다. 우리는 이를 온디맨드 모바일 러닝 플랫폼이라고 정의한다. 실시간이라는 편의성 덕분에 2016년 9월에 서비스를 론칭하자마자 유저들이 빠르게 몰렸고 4개월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또 750여 가지 테마라는 다양한 콘텐트를 활용해 수업을 들을 수 있고, 가성비도 충족했다.

영어교육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 시장이 레드오션인 것은 맞지만 사용자 수요가 굉장히 많고 다변화되어 있다. 어학은 평생 배워야 하는 학문이고 시장에는 대체 수단이 많다. 내가 가장 효과를 본 방식은 원어민과 나누는 일대일 대화였는데 보통 한 달에 50만~60만원이 드니까 가격 부담이 컸다. 어떻게 하면 모바일에서 강사들을 쉽게 만나고 저렴한 비용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수많은 해외 전문 튜터를 모바일로 연결하자는 답이 나왔다.

스스로 ‘영어 장벽’을 깨보고자 시작한 것인데 초기 서비스 구상 단계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서비스를 구상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처음부터 아이디어에 확신이 있었다. 개발하려고 보니 개인간거래(P2P)로 연결하려면 솔루션 비용이 상당하더라. 그러다가 2014년에 웹 RTC(리얼타임 커뮤니케이션)라고 해서 웹 브라우저가 중개 서버 없이 실시간 영상통신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여기에 투자를 많이 했고, 우리 서비스에 호응해준 초기 사용자들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튜터링에서 활동하는 튜터가 2000여 명에 달한다. 튜터 채용 방법과 퀄리티 관리 노하우가 궁금하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2만5000여 명이 지원했고, 경쟁률은 10대 1 정도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지원자가 더 많아져서 오히려 필터링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서류 평가와 인터뷰를 거쳐 임직원들이 수업을 먼저 체험해보고, 유저들도 수업별로 평가를 남기는데, 만약 평가 결과가 안 좋으면 리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인공지능(AI)으로 예습과 복습을 할 수 있는 ‘튜터링 알파’를 론칭했다. 어떤 서비스인가.

튜터와의 수업이 20분 만에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수강생들이 있어서 예습과 복습은 ‘AI 튜터’와 무제한으로, 무료로 계속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AI 튜터와 충분히 연습한 뒤 튜터와 대화할 수 있다.

‘튜터링 초등’을 론칭하며 “영어교육에서 부의 대물림을 끊겠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

튜터링 초등 서비스는 영어 유치원과 학원의 커리큘럼을 대중화된 가격으로 제공하고자 만들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자녀를 학원에 보내기 부담스러우신 분들이 사용해볼 수 있도록 했다. 8살인 딸아이도 수업을 듣고 있는데 15분 동안 교재를 보면서 선생님과 화상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시작 전에 예습을 먼저 하고 원어민과 15분 동안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론칭한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체험 고객들의 절반 이상이 결제 후 실사용자가 됐다.

가격대는 어떻게 책정했나.

최저가가 주 2회 기준 월 5만4000원(12개 월 등록 시) 정도다. 과거에 영어공부를 시키려면 DVD를 틀어주고, 학원에 보내고, 과외도 시키고 했는데 우리는 노트북만 열면 영어 리딩부터 회화까지 할 수 있도록 고민을 덜어주는 서비스가 되고 싶다.

수강료는 저렴하고 튜터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평균 이상이라고 알고 있다. 이런 가격정책을 현실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리얼타임 커뮤니케이션 기술 덕에 오프라인 인프라 비용이 들지 않았다. 기존 영어교육 회사들이 콜센터를 임대해서 장비를 설치하고 매니저가 근태관리를 했다면, 우리는 플랫폼에서 전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튜터를 채용해서 계속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보면 된다.

튜터링의 성공 전략


비대면 서비스가 대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많이 늘었을 것 같은데.

장단점이 있다. 어학은 여행 수요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어학 수요는 다소 줄었다. 그러나 오프라인 수요 중 일부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수업량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 기업들이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으로 돌리면서 기업간거래(B2B) 수요도 3배 증가했다. 현재 삼성, SK, CJ 등이 튜터링을 채택해서 사용하고 있다.

튜터링만의 독특한 문화나 일하는 방식이 있다면 알려달라.

스타트업인 만큼 굉장히 빠르게 테스트해보고 서비스를 내놓는 문화가 특징이다. 튜터링만의 일하는 방식으로는 타운홀미팅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는 인턴부터 경력 사원까지 전문성과 상관없이 한 명 한 명이 무대에 서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이 회사의 주인공이 되면 스스로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고 커리어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올해 분기별로 서비스를 하나씩 출시했는데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다. 이것도 개발팀이 타운홀미팅에서 작은 데모데이 행사를 자주 열어 얻은 성과다.

‘빨리 실패하라’는 모토가 인상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실험조직이다. 아직 완벽한 제품을 만들지 못했고, 우리 서비스도 영구적인 베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실험하고, 업데이트하고, 시장의 반응에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 보통 10개를 실험하면 1개도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꼭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대신 빨리, 많이 실험해야 한다. 서비스 론칭 이후 지금까지 50여 가지 실험을 했는데 모든 실패가 여기까지 오는 스텝이 됐다. 이 DNA를 잃지 않고 가져가는 게 우리의 숙제다.

튜터링 직원들이 모두 공유하는 기업문화가 있다면.

전문성보다 ‘컬래버레이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는 ‘전문 오지랖퍼’가 되자고 한다. 즉, 자기 영역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영역까지 폭넓게 소화할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장려한다. 우리끼리는 ‘개캐터(개발자+마케터)’, ‘마발자(마케터+개발자)’라고 부르는데, 개발자가 개발만 하기보다는 개발자로서 전문성은 기본이고 다른 분야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문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이 역시 타운홀미팅과 연결된다.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타운홀미팅에서 각자 업무를 시연하며 어떻게 일하는지 공유한다. 또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든 모든 직군이 포함되도록 한다. 기획자끼리, 개발자끼리만 모여서 일하는 경우는 없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 모든 운영 멤버가 한 팀이 되어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간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꼭 리뷰를 한다. 함께 일하는 동안 느꼈던 솔직한 피드백을 남기고 서로 간에 공감대를 만들면서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을 키워나간다.

200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10년 가까이 모바일 부문에서 갤럭시 S시리즈의 기획과 UX디자인을 담당해왔다. 튜터링 운영에 자양분이 된 경험이 있다면.

‘글로벌 넘버 원’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정신과 열정을 배웠다. 갤럭시 스마트폰 안에 탑재되는 다양한 콘텐트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는데, 200개가 넘는 국가에 론칭되는 제품의 막대한 파급력을 보면서 어떤 서비스든 잘 만들면 전 세계에서 임팩트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튜터링이 일하는 방식은 대기업과 완전히 상반돼 보이는데.

맞다. 삼성전자 DNA를 전수받았지만, 내 경우는 삼성전자에서 경험했던 프로젝트가 거의 다 잘 안 됐다. 그래서 회사를 만들 때 어떻게 하면 대기업 문화를 깰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대기업 조직의 수많은 프로세스나 경직된 문화가 말랑말랑한 결과를 만들 수 없었던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삼성과 무조건 반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다.

인재를 뽑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자질은 무엇인가.

5가지 자질을 중요하게 본다. 첫째로, 셀프 스타터(self-starter)를 선호한다.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인지 본다. 둘째, 앞서 말한 ‘전문 오지랖퍼’인지, 셋째, 빨리 실패하고 빨리 일어나는 오뚜기형인지, 넷째, ‘러닝맨’이라고 부르는데 뭐든지 빨리 배우고 흡수할 수 있는지를 본다. 기존의 전문성은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됐고 IT 기반의 스타트업 업계에선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전문성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에 기존 성공 스펙을 오히려 ‘언러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스맨’이 아니라 ‘와이맨’인지 본다. 사용자들의 숨결까지 이해할 수 있으려면 집요하게 본질을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로 시작해 중국어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향후 서비스 출시 계획을 알려달라.

튜터링 초등은 영어로 시작했지만 전 과목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과외의 온라인화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콘텐트 제휴를 추진해서 과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대만과 홍콩에 진출해 로컬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고, 일본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하려고 준비 중이다.

튜터링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140만여 명이 튜터링을 사용하고 있다. 미래에는 초중고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모든 과목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에서 위챗 클래스에 가입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1억 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학교 수업이 단절된 인구만 12억 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시장 수요는 충분하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012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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