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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임 대표 

‘금융 민주화’ 앞장선 테크핀 기업 

4년 전 한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개척한 에임을 만났다. 직접 개발한 투자 엔진 ‘에스더’를 들고, 1%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그리고 올해 60만 명이 에임의 곁에 섰고, 기술이 금융을 주도하는 테크핀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테크핀 기업 에임에 60만 명이 넘는 자문 고객이 몰렸다. 관리 자산만 3615억원. 이지혜 대표는 사람들이 평가가치를 ‘원금’이 아니라 ‘자산’으로 보기 시작한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 플랫폼 ‘에임(AIM)’이 참여한 공모펀드가 나왔다. 핀테크 플랫폼이 한국 전통 금융업계와 맞닿은 첫 사례다. 지난 9월 현대자산운용은 에임이 투자자문을 맡은 ‘현대AIM시그니처글로벌EMP펀드’를 출시했다.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는 편입 자산의 50% 이상을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 펀드로,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초분산 투자하면서 변동성을 줄이고,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이 펀드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리츠(REITs), 기업성장투자기구(BDC) 상장 폐쇄형펀드(CEF) 등 대체자산 ETF에 주로 투자한다.

“에임이 주는 메시지는 항상 같아요. 지금도 소수 거액 자산가만 누렸던 최첨단 금융 IT 기술을 일반투자자도 누릴 수 있게 하려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4년 전에도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현대자산운용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자가 안심하고 장기투자 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에 공감했고, 이 펀드의 자문을 맡게 됐죠.”

지난달 강남구 역삼동 위워크 사무실에서 만난 이지혜(38) 에임 대표가 말했다. 2016년 그의 등장은 꽤 화려했다. ‘뉴욕 맨해튼의 명문 쿠퍼유니언공대 졸업, 뉴욕대 MBA, 하버드대학원 계량경제학 박사 예비과정, 글로벌 자산운용사 씨티그룹 한국인 최초 퀀트 애널리스트, 퀀트 헤지펀드 아카디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보스턴 컨설팅그룹 컨설턴트….’

하지만 이 대표는 화려한 이력 대신 ‘사명감’에 가까운 포부를 들고 나왔다. 4년 전 로보어드바이저를 표방하며 서비스 출시를 앞두었을 때 만난 그는 “돈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며 “에임은 10만 명이 100만원씩 투자해도 이들 모두에게 글로벌 상위 1%의 기관투자가들이 받는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누리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바람은 뉴욕 유학 중 가족의 파산으로 고생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실제 에임도 전 세계 77개국 1만2700여 개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 하는 ETF를 활용해 한쪽 시장이 무너져도 살아남는 게 목표다.

그로부터 4년 후, 시장도 에임의 철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2018년 9월 100억원 정도였던 에임의 관리 자산은 올해 10월 31일 기준으로 3615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3년 만에 관리 자산이 36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동학·서학 개미 열풍까지 맞물리면서 누적 사용자 수가 1월부터 30만 명을 돌파하더니 9월에는 60만 명을 넘어섰다. 60만 명을 그의 곁에 서게 한 힘이 뭘까. 이 대표에게 그간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정신없이 지냈다. 그리고 참고 견뎠다. 전 세계 어디나 그렇듯 자본시장은 역동적이다. 한국도 굵직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물론 글로벌 ETF 자산관리를 진행하는 우리가 따라가는 방향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숱한 궁금증과 싸워야 했다. 에임이 어떤 회사인지부터 ETF는 무엇이고, 우리가 투자하는 2500여 개 글로벌 ETF는 누가 만들었으며, 이 펀드가 투자하는 1만2700여 개 자산이 뭔지까지. 끝없는 질문에 답을 하며 지냈다.

최근 에임의 성장세가 놀랍다.

나도 놀랍다. 코로나19 덕분(?)에 사람들이 자산관리를 좀 더 깊이 생각 해볼 기회가 있지 않았나 싶다. 실제 질문 수준도 확연히 달라졌다. 처음엔 ‘원금은 어떻게 보장되나요’, ‘거둘 수 있는 이익이 얼마나 되나요’, ‘왜 제 펀드 수익이 마이너스인가요’ 같은 질문이 주였다면, 최근엔 ‘이 ETF는 어떤 곳에 투자하나요’, ‘대체자산 ETF에 투자하면 변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요’ 같은 질문을 받는다. 투자자가 똑똑해졌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평가가 치를 ‘원금’에서 ‘자산’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게 고무적이다.

자산으로 인식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자산가치는 언제나 변한다. 부동산보다 더 우량한 자산을 갖고 있어도 가치의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도 사실 절대 가격은 큰 의미가 없다. 우량 자산을 긴 호흡으로 들고 간다는 건 자산의 상대가치가 성장한다고 본다는 뜻이다.

인식 변화가 가장 끌어내기 힘든 일 같다.

그렇다. 물론 아직도 비슷한 질문을 하는 이가 많다.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달라졌다. 우리도 투자자를 만났다. 온라인상에서 질문과 답변으로 대응한 건 아니다. 코로나19 탓에 최근 유튜브 채널로 바꾸긴 했지만, 매월 2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미팅을 진행해왔다. 자산관리의 문턱도 낮추려고 노력했다. 최소자문금액을 기존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추고, 이용료도 통상 금융업계에서 매기는 2%의 절반 수준인 1%를 고집하고 있다. 나조차 지난 5년간 ‘월급 100만원짜리 대표’로 있다. 저렴한 이용료로 다수의 서민에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투자방향, ‘예측’보다 ‘감지’에 둬야


각종 시장 변동성에도 끄떡없이 견딘 ‘멘탈(?)의 비결이 있나.

월가 경험 덕분이다. 2000년대 중반 활황기였던 금융시장과 2008년 금융위기를 모두 맛봤다. 그때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의 행태를 지켜봤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시장에서 어떻게 자산을 정리하는지, 바닥이 어딘지 모르게 내리꽂는 시장에서 자산을 관리하는 노련함이었다. 그 와중에 월가는 변동성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머신러닝을 도입하는 등 혁신에도 적극적이었다. 수십 년간 쌓인 노하우를 알고리즘에 투영하는 과정에도 서 있었다. 그렇게 쌓은 노하우 덕에 내성(?)이 생긴 것 같다.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손해 보는 개미는 여전하다.

맞다. 오프라인 미팅에서도 종목 추천을 바라는 이가 있다. 이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겠다. 손해 보는 이들은 ‘감지’보다 ‘예측’에 목표를 두기 때문이다. 투자 전문가들도 예측하고 싶어 한다. 미국만 해도 수많은 전문가가 시장과 싸움하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다. 그게 직업이다. 심지어 공학자들까지 달려들어 거래 알고리즘을 시장에 투영한다. 개인이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단기간에 몇 배 수익을 바라니 모험성 자산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을 좇기는 쉽지 않겠다.

그렇다. 일례로 전문가 입장에서 투자하는 방식을 엿보자. 달러 기반 자산에 투자하기로 한다. 하지만 펀드를 환매할 때 원화 수익으로 환산해야 한다. 환 헤지를 해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그 자산이 미국 하와이에 있는 집이라고 한다면 부동산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과거 자산가치 변동성도 체크해야 한다. 단순히 환가치 변동에 베팅하는 게 아니라서 ‘예측’의 영역까지 넘보려면 자산가치의 정밀한 평가 기준과 환차익을 어떻게 시기를 달리하며 글로벌 통화에 나눠 담을지 고민한다. 기업의 정의, 자본시장의 유동성, 산업의 흐름 등을 모두 따져 적정 주가를 찾아내 거래하는 일. 전문가의 업이다. 개인이 수많은 변수를 이겨내는 비결을 ‘긴 호흡의 자산관리’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래도 올해 재테크 기회라며 증시에 사활을 건 개미가 많았다.

걱정됐다. 자본시장이 움직이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방’을 노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험 대비 수익을 높이는 데 역량을 쏟는다. 개인이 변동성이 큰 시기에 어쩌다 한 번 돈을 벌었다고 실력이라 착각하면 오산인 이유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장기전에 대비하는 체력을 기르는 ‘잘 버텨내는 힘’이 중요하다. 시장 앞에 겸손해지는 순간 ‘분산투자’를 우습게 보는 일이 사라진다.

분산투자라면 에임의 전문 영역 아닌가.

그렇다. 일단 에임에 대한 오해가 좀 있다. 우리는 운용사가 아니라 투자자문사다. 투자자가 에임과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투자금은 증권사로 이체한다. 에임은 맞춤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대로 주문을 승인하면 증권사가 주문 내용을 실행하는 구조다. 공격적인 자산 배분으로 높은 수익이 나더라도, 시장 침체기로 국면이 변화될 조짐이 감지되면 과감하게 안전자산 중심으로 재조정(리밸런싱)이 필요하다고 알려주고 고객이 실행하는 식이다. 개인의 투자 경험, 재정 상태, 위험 수용도, 직업 안정성 등을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설계한다.

단기투자가 위험하다는 얘기인가.

시장을 편파적으로 보면 안 된다는 얘기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꼭 끼는 게 ‘언제 오르는지’, ‘언제 떨어지는지’다. 시장엔 비즈니스 사이클과 마켓 사이클이 존재한다. 통상 마켓 사이클이 비즈니스 사이클보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선행한다. 1800년 이후부터 증시가 단기간에 20% 이상 하락했던 리세션(recession, 경기후퇴)이 40번 넘게 있었는데. 대다수가 자본시장에서 먼저 발현됐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 위기는 위험하고 복잡하다. 선진국의 실물경제가 멈추면서 자본 시장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걸 누가 예측할 수 있겠나. 회복하는 시기가 오면 분명 경기가 살아나는 사이클을 맞게 되고 활황기가 찾아온다. 그때를 대비하자는 거다.

알고리즘(에스더)의 역할이 크겠다.

맞다. 개인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려면 기술의 힘은 필수다. 투자자들을 끊임없이 오프라인에서 만나며 한쪽에서는 앱 서비스 고도화와 IT 인력을 보강했다. 이번에 에임에 합류한 김봉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그 예다. 2011년 쿠팡에 입사해 CTO, CISO, CPO로서 400명이 넘는 기술개발 조직을 키워낸 주역이다. 에임의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더 정교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리라 본다.

플랫폼 개발보다 더 힘든 일이 많았다고 들었다.

각종 규제와 업계의 견제였다. 어쩔 수 없다. 시대를 막론하고 혁신은 법과 제도를 앞서는 법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꺼낸 이는 사회가 받아들일 때까지 버텨야 한다. 숙명이다. 우리가 들고 나온 비대면 자산관리가 그랬다. 에임의 진정성이 항상 의심을 받았지만, 한결같은 이유로 버텼다. 그럴수록 더 당국과 업계 문을 두드렸고, 투자자를 만났다. 항상 혼자일 것 같았는데, 어느새 한국투자증권과 연계해 서비스하고, 현대자산운용과도 관련 상품을 내놨다. 느릴지언정 변화는 분명 일어난다.

대표가 직접 전화 상담을 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말 질문이 많았다. 앞서 숱한 질문과 사투를 벌였다고 했는데, 빈말이 아니다. 앱에 올라오는 질문은 차치하더라도 글로벌 증시가 폭락이라도 할라치면 각종 전화와 메일이 쏟아졌다. 그 와중에 투자 방법을 묻는 이도 끊이질 않았다. 귀찮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실제 투자자들의 질문을 마주하고 답변하는 경험이 우리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 될 거라 확신했다. 어떤 때는 전화 상담을 하고 어떤 때는 손수 메일을 썼다. 게시글을 정리해 답을 정리하고 공개했다. 주위에서는 오래 못 갈 거라며 냉소했지만, 이 악물고 버텼다. 덕분에 수년간 쌓인 데이터가 방대하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내년부터 퇴직연금 자문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스스로 약속했던 5년이 지났다. 내년에 선보일 에임 ‘시즌2’를 위해 또 한 번 에너지를 쏟아내기로 다짐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012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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