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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영건들(3) 김경하 도레도레 대표 

“문화를 만들고 메시지를 전하는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목표” 

오승일 기자
천연재료로 만든 감성 케이크로 국내 디저트 시장을 강타한 여성 창업가가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차세대 K푸드 세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한 김경하 도레도레 대표다. “단순히 먹을 것을 제공하는 브랜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는 그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도레도레 매장에서 만났다.

▎지난 11월 5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도레도레 매장에서 만난 김경하 대표. 연세대학교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여성 창업가다.
도레도레는 남다른 발상의 전환으로 F&B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김경하(36) 대표가 지난 2006년 선보인 디저트 브랜드다. 자연에서 얻은 천연재료로 만든 무지개 케이크를 선보여 국내 디저트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천편일률적인 케이크에 식상한 2030세대들은 화려한 모양과 건강한 맛에 감성까지 더한 도레도레의 시그니처 케이크에 금세 매료됐다.

2014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을 시작으로 영등포 타임스퀘어, 인천공항, 서울 파이낸스센터, 용산 아이파크몰, 부산 센텀시티, 대전 갤러리아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핫 플레이스들을 점령한 도레도레는 트렌트세터들의 성지로 불릴 만큼 두꺼운 마니아층을 자랑한다.

‘삶, 자연, 사람이 만나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공간’을 모토로 단숨에 브랜드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김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외식 비즈니스 전문가다. 그는 “도레도레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를 전달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 탄생한 브랜드”라며 “단순히 음식을 파는 브랜드에서 벗어나 문화를 만들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대학 전공과 무관한 디저트 시장에 진출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디벨로퍼(Developer, 부동산 관련 개발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특히 상업 건물과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았다. 하드웨어로 채워넣은 계획도시보다는 소프트웨어로 가득 채우는 지속가능한 개발 방식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러던 중에 공간을 채울 때 가장 필요하고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콘텐트가 바로 F&B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F&B는 사람을 모으고 문화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 브랜드에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문화를 만들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담겨 있다. 사실 도시공학과 외식 비즈니스는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비슷한 부분도 많다. 좋은 장소에서 먹는 음식이 더욱 맛있게 느껴지듯이 공간과 먹거리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해지는 최적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도레도레가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은 무엇인가.


▎바다와 나무가 어우러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도레빌리지 강화. 디저트 전문 브랜드 도레도레, 커피 전문 브랜드 마호가니,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셀로스터스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 사진:도레도레
한마디로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여유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어린 시절을 무척 바쁘게 보냈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누리는 작은 여유가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 도레도레도 그런 여유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도레도레라는 브랜드명에도 우리의 이런 철학을 녹여냈다. 프랑스어로 ‘금빛’을 뜻하는 도레도레(doredore)는 ‘삶을 황금빛 여유로 물들이다’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선 경험할 수 없는 도레도레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도레도레가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된 접근 방식이다. 지난 2013년 선보인 도레도레의 첫 번째 케이크 레이블 ‘고마워 케이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만 해도 케이크는 비싼 가격 때문에 생일에만 먹는 특별한 음식으로 여겨졌다. 나는 이런 고정관념을 뒤엎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나만의 비즈니스 포인트로 삼게 됐다. 좋은 재료로 케이크를 만들어 고객들이 꼭 생일이 아니더라도 지인이나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달콤함을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하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고마워 케이크는 맛있는 케이크라기보다는 선물하고 싶은 케이크였다. 덕분에 케이크 모양이 더욱 화려해질 수 있었고, 선물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네이밍도 시도했다. ‘고마워, 행복해, 소중해’처럼 마음을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름과 함께 케이크에 새겨넣었다. 나중에는 고객들이 자신만의 케이크에 더욱 많은 의미를 담게 됐고, 이는 더욱 특별한 케이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최근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요즘 나는 우리 브랜드의 지속가능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초창기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100개가 넘는 매장을 오픈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도레도레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려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처럼 디저트 브랜드의 수명이 짧아진 시대에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에 터전을 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화도에 본점을 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좋은 원재료를 찾고,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제품은 지양한다. 너무 급한 성장보다는 이런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을 통해 차근차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고정관념 깬 선물 콘셉트 케이크가 경쟁력 F&B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올해로 외식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16년이 됐다. 직원 5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어느덧 200명에 가까운 직원이 함께하는 제법 큰 회사가 됐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가 창업에 도전한다. 그들에게 나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힘들 때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꼭 찾길 바란다.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인기 아이템이나 대세 종목보다는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지속성을 갖고 오래 이어갈 수 있다. 나 역시 창업 초기엔 매우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면 진작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후배들은 나보다 시행착오를 덜 겪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모교를 비롯한 다양한 공간에서 나만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

향후 국내 F&B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나.


▎도레도레 사랑해 케이크(왼쪽) 환상적인 케이크. ‘선물하고 싶은 케이크’라는 콘셉트로 천편일률적인 케이크에 식상한 2030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사진:도레도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외식 시장의 미래가 앞당겨진 느낌이다. 그동안 주춤했던 밀키트 시장과 로컬푸드 시장이 확대됐고, 온라인 배달이나 배송 같은 다양한 방식의 유통 채널이 생기면서 제품 형태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처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외식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만의 강점을 계속 만들어 갈 계획이다. 다시 말해 도레도레만의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는 동시에 도레도레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난해부터 강화도 본점인 도레빌리지에 콘텐트를 모으고 있다. 디저트 전문 브랜드 도레도레와 커피 전문 브랜드 마호가니가 있는 기존 매장에 로스팅 커피와 커피디저트 페어링 코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셀로스터스를 함께 운영해 생산 시설 확충과 고객 경험 확대를 동시에 실행하고 있다. 도레빌리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려나가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아울러 전시와 굿즈 판매 등 다양한 콘텐트를 기획해 강화도 본점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도레도레 브랜드의 특수성을 알리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인식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레도레의 중장기 사업계획이 궁금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단순한 F&B의 확장보다는 공간 콘텐트로의 확장을 추구한다. 도레도레는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일반적인 카페가 아니다. 싱그러운 자연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도레빌리지, 동화 속 하얀 성을 떠올리게 하는 가로수길 매장, 작은 어촌 마을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부산 청사포 매장 등 도레도레 매장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아울러 도레도레의 새로운 브랜드도 반드시 외식에만 한정하지 않을 계획이며, 해외 진출 가능성도 언제나 열어놓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우리와 함께 브랜드를 운영해나갈 파트너를 찾고 있다.

도레도레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너무 급하게 성장에만 연연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성장에 급급해 무리하게 확장을 시도하는 F&B 브랜드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급격한 성장 후에는 언제나 후폭풍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급격한 성장보다는 안정적인 성장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천천히 가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도레도레 수장으로서 목표를 밝혀달라.

나는 도레도레가 단순한 외식 브랜드로 성장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는 앞서 언급한 지속가능함을 실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단순히 먹을 것을 제공하는 브랜드에서 벗어나 고객의 삶에 작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다. 고객들이 작은 영감을 얻고 갈 수 있는 브랜드라면 더욱 좋겠다. 그렇게 고객의 시간과 함께 오랫동안 추억이 쌓여가는 브랜드로 남기를 희망한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고객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모두 함께 행복해하고 즐거워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

202112호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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