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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28) 행복을 꿈꾸나요? 루이지애나 미술관을 찾으세요 

 


▎파란 하늘, 지평선과 푸른 바다. 자연이 만든 배경에 인간이 만든 조각품이 지평선 위에 누워 있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행복의 전당인 루이지애나 미술관이다.
어리둥절하다! 주소를 잘못 찾은 걸까? 여느 개인 집 대문 같기도 한 곳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보통 세계적으로 이름난 미술관이라고 하면 파리 루브르박물관이나 오르세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프랑크푸르트 슈테델미술관이나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처럼 웅장하고 멋들어진 건물이 연상된다. 평소와 같은 기대를 품고 방문한 이곳은 담쟁이로 덮인 벽과 평범한 대문이 방문객을 맞는,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개인 저택에 가까운 외관을 드러냈다. 얼떨떨한 느낌에 적잖은 놀라움마저 안은 채 게이트를 열고 실내로 들어섰다.

마치 큰 책방에 들어선 것처럼 수많은 책과 도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러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들춰보면서 책방을 한 바퀴 돌아봤다. 다시 입구 반대 방향으로 난 문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눈앞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다.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내 상큼하고 청량한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푸른 잔디밭과 탁 트인 공간, 그리고 멀리 양쪽에는 거대한 나무 사이로 지평선과 수평선이 평행을 이루고 있었다. 지평선 위에는 멋진 청동 조각이 배치되어 있어 이상향(理想鄕)의 모습을 현실에서 보는 듯했다. 마치 꿈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고요하고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동공마저 커지는 느낌이었다. 행복한 나라의 대명사인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그곳에서 외곽으로 북쪽 약 35㎞ 떨어진 프레덴스보르시에 있는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에서 받은 첫인상이다.

드높은 파란 하늘, 일직선으로 뻗은 지평선과 푸른 바다. 자연이 만든 배경에 인간이 만든 조각품이 지평선 위에 누워 있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행복의 전당이 아닐까? 지평선 양옆에 늘어선 거대한 나무는 여름철에는 초록빛을 발산하는 무성한 나뭇잎들이 풍성한 젊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늦가을이 되면 무거운 잎들을 떨구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지평선·수평선과 어우러져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젊은 시절의 바쁜 일정을 정리하고 가벼워진 몸짓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름다운 자연은 젊음부터 노년의 삶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우리네 변화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이것이 바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행복한 나라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서 있으니 그것만으로 정말 행복하다.

자연과 인간이 빚은 행복의 절경


▎스웨덴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덴마크 헬싱외르 부두의 평온한 모습. 멀리 크론보르성이 보인다.
아름답게 조경된 잔디밭에는 여기저기 특이한 모양의 조각들이 전시돼 있다. 조각 공원의 지평선은 탁 트인 전망 덕분에 스웨덴과의 사이에 놓인 외레순드(Øresund)해협 수평선과 바로 연결된다. 무한대로 뻗어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은 가슴과 마음을 활짝 열어놓는다. 여러 조각 중에서 지평선 위에 놓인 헨리 무어(Henry Moore, 1898~1986)의 대형 작품은 하늘과 바다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땅 위에 누워 있는 여유로운 인간의 모습처럼 보인다. 영국 출신의 조각가 헨리 무어는 8형제 중 일곱째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흙으로 모형을 만들고 나무로 조각하는 법을 배웠다. 11살이 되던 해, 일요학교에서 미켈란젤로의 성공 스토리를 듣고는 조각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그는 현대 영국 조각계에서 일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포함해 여러 국제전에서 많은 상을 받았고, 세계 각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정원 이곳저곳에는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다른 작품들도 독립적으로 배치돼 나무, 잔디와 잘 어울리고 바다, 하늘과도 어우러져 있다. 자연 안에서 마음껏 자유로움을 느낀 다음에 나지막이 지어진 미술관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 세계에서 수집해놓은 훌륭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전시실 사이 복도를 걷다 보니 양쪽으로 나 있는 투명한 유리 벽을 통해 아름다운 정원과 숲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동하는 사이사이에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아름답게 연출돼 있다. 전시실에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의 다양한 영구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종종 종합적인 특별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언젠가 한번은 출장 중 짬을 내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마침 특별 프로그램으로 피카소 전시회가 열려 그의 수많은 작품을 감상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전시장을 돌아보다가 특별히 감동을 받은 곳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 갤러리였다. 그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보통 미술관에 가면 대부분 전시실이 벽으로 막혀 있고 그 벽에 많은 그림이 전시돼 있다. 그러나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이 들어선 전시실은 한쪽 벽면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고, 그 투명한 유리 밖으로 아담한 호수가 보인다. 호수 주위는 울창한 숲이 둘러싸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풍경인 셈이다. [걷는 사람]은 유리 벽 밖 아름다운 조경을 배경으로, 실내에서 미래를 향해서인지 과거를 향해서인지,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작품을 중심으로 실내와 유리 벽 밖 풍경이 조화를 이룬 모습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자코메티는 스위스의 조각가 겸 화가다. 주네브에서 공부한 후,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 조각의 길로 들어갔다. 그가 남긴 유명한 말들이 많이 인용되곤 하는데, 그중 마음에 와닿는 두 문구를 찾았다.

“실패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만일 내가 성공한다면, 죽어가고 있는 것일 것이다. 어쩌면 더 나쁜 경우일 수도 있다.”(Failure is my best friend. If I succeeded, it would be like dying. Maybe worse.)

“나는 루브르박물관에 5만 번이나 갔다. 이해하려고 그림에 있는 모든 것을 복사했다.”(I’ve been fifty thousand times to the Louvre. I have copied everything in drawing, trying to understand.)

첫 번째 문구는 성공에 자만하지 말고 항상 겸허하게 자신을 경계하는 자세를 견지하라는 뜻일 것이다. 두 번째 인용구는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몸소 보여준 것이라고 이해했다.

여러 개 건물로 나누어져 있는 전시장에서 관람하다 보면 피곤함이 조금씩 밀려오게 마련이다. 그럴 때면 조그만 카페에 들러서 커피와 데니시(Danish: 덴마크 사람, 덴마크어를 뜻하는 영어. 덴마크식의 다양하고 달콤한 빵을 이르기도 한다)를 몇 개 사서 다시 야외로 나온다. 녹색 잔디와 맑고 높은 하늘, 푸른 바다를 벗 삼아 향긋한 커피와 달콤한 데니시로 휴식을 즐기며 편안함이 주는 행복감을 만끽한다. 이것이 바로 덴마크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 등을 뜻하는 휘게(Hygge)다.

덴마크 사람들이 들려준 행복의 조건


▎크론보르성은 조그만 항구 도시인 헬싱외르에 있고,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배경이 된 성으로 유명하다.
휘게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또는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 이런 행복감을 듬뿍 선물하는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은 덴마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일 수밖에 없다. 이 미술관은 세계적인 여행작가 패트리샤 슐츠(Patricia Schultz)의 저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곳』(1000 Places to See Before You Die)에서도 상위 10% 내에 드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도 덴마크를 수십 번 넘게 방문한 사람으로서 이곳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

아,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루이지애나 미술관이라는 이름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덴마크에서 왜 생뚱맞은 미국 지명이 나올까? 원래 이 집은 왕실 사냥팀(Royal Hunt) 장교이자 마스터였던 알렉산더 부룬(Alexander Brun, 1814~1893)이 지었는데 그때 ‘루이지애나’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양봉과 과일나무 재배의 개척자였고 세 여성과 결혼을 했는데, 그 세 아내의 이름이 모두 루이스(Louise)였기 때문에 루이지애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 후 미술관 창립자인 크누드 옌센(Knud Jensen, 1916~2000)이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하나 더 덧붙일 여행 팁. 루이지애나 미술관을 관람한 뒤에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크론보르(Kronborg)성을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크론보르성은 조그만 항구도시인 헬싱외르(Helsingør), 영어로는 엘시노어(Elsinore)에 있고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배경이 된 성으로 유명하다. 스웨덴과 가장 가까이 있는 덴마크의 헬싱외르 부두에서 대형 페리선을 타고 외레순드해협을 건너 스웨덴 헬싱보리(Helsingborg)에 내리면 스웨덴 쪽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할 수 있다. 이곳에서 스웨덴 제3의 도시인 말뫼(Malmo)를 지나 외레순드 다리를 통해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돌아오는 드라이브 코스도 멋진 여행 일정이 될 수 있다.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은 유리 벽 밖 자연을 배경으로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작품을 중심으로 실내와 바깥 풍경의 조화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행복한 나라 덴마크를 여행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행복론 권위자인 최인철 서울대학교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강연에서 “행복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행복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세요”라고 말했다. 지난 30년 동안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과 일하면서 나 역시 참으로 행복했다. 오랫동안 여러 명의 주한 덴마크 대사와 교류해오면서 그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똑같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손꼽히는데, 어떻게 덴마크 사람들은 항상 행복한지 그 이유를 좀 설명해달라는 것이었다. 최근 주한 덴마크 대사로 근무하고 있는 아이나 옌센(Einar H. Jensen) 대사와 덴마크 대사관저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그런데 그의 대답이 남달랐다. 그는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라고 했다. 덴마크에서는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누구나 등록금 없이 국비로 다닐 수 있다. 덴마크 젊은이들은 18살이 되면 모두 집을 떠나 자취나 하숙을 하는데, 특이한 것은 그들 모두가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즉, 학교 등록금은 국가가 보장하지만 개인 생활비는 각자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아이나 대사의 아들과 딸도 대학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일주일에 20시간씩 4년 동안 하면서 졸업했다고 한다. ‘덴마크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항상 행복하냐’는 질문에 아이나 대사는 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그는 행복의 첫째 조건으로 독립심을 키우고 철이 빨리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성숙한 인생을 살게 되어야만 비로소 행복의 근원을 갖추는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가끔 주위 지인들과 인생의 최대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반 이상 또는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답하곤 한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소중한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생각 끝에 ‘행복을 가져오는 열 가지’를 정리할 수 있었다.

※ 행복을 가져오는 열 가지
건강 - 건강해야만 행복하다.
학습 - 평생학습은 깨달음을 주고 자기 가치를 향상해준다.
봉사 - 주위를 위해 봉사하면 행복하다.
감사 - 감사하는 마음은 행복의 근원이다.
긍정 마인드 - 풍요로운 마음가짐은 행복을 키워준다.
주인공 -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때 진정한 행복을 얻는다.
후회 없는 삶 - 후회하지 않는 삶은 행복을 발전시킨다.
하고 싶은 일과 가슴 뛰는 일 하기 - 좋아서 하는 일을 할 때 생산성이 극대화된다. 그리고 신바람 나게 일할 때 행복은 깊어진다.
독립심 - 의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이루어내는 것이 행복의 기둥이다.
정직 - 정직한 사람만이 행복하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204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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